꽃․나무 산책(48)
국화
국화는 중국이 원산지이며, 한국․일본을 비롯하여 전세계에서 재배하고 있다. 원래는 국(菊)이나 중양화(重陽花)․금화(金華) 등으로 부른다. 빛깔과 계절에 따라 백운타(白雲朶)․황국(黃菊)․춘국(春菊)․하국(夏菊) 등이 있다.
국화는 동양에서 관상용으로 재배된 식물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된 꽃이다. 국화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나 관념은 일찍이 중국에서 형성되었으며, 국화는 매화․난초․대나무와 함게 사군자의 하나로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옛 선비들은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에 즐겨 비겼다.
우리 나라에서도 중양절에 국화주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 고려가요「동동」9월령에ꡐ황화(黃花)꽃은 9월 9일에 먹는 약ꡑ이라 하였고, 청양지방의「각설이타령」에ꡐ9월이라 9일날에 국화주가 좋을시고ꡑ라는 가사가 있다.
국화는 우리의 고전문학, 특히 시조에서 자주 소재로 다뤘다. 이정보는ꡐ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 춘풍 다 지나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ꡑ고 읊었다.
서정주의ꡐ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ꡑ로 시작되는「국화 옆에서」의 현대시는 누구나 한번 쯤은 애송했던 시라고 생각된다.
국화는 원산지 중국에서 1793년 프랑스를 거쳐 1820년 무렵에 미국으로 건너갔고, 현재 세계 절화 생산량 1위, 3000종 이상의 품종수를 가진 꽃이 되었다.
요즘 가을 들판에 들국화를 많이 볼 수 있다. 들국화(野菊)란 이름은 국화의 종류가 아니고 감국․구절초․개미취․개쑥부쟁이 등과 같이 산야에 절로 피는 야생종 국화를 총칭하는 말이다. 들국화는 우리의 정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려 우리들의 사랑을 받는 꽃이 되었다.
국화가 불로장수를 상장하기 때문에 국화에 기국연년(杞菊延年)․송국연년(松菊延年)이라는 축수의 문구를 붙여 장수화로 환갑이나 진갑 등의 잔치상에 헌화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중양절에 국화주를 마시면 무병장수한다고 했는데 궁중에서도 축하주로 애용하였다.
봄에는 국화의 움싹을 데쳐 먹었고 여름에는 국화잎을 쌈싸 먹었으며 가을에는 국화꽃잎으로 화전을 부쳐 먹었고 겨울에는 국화 뿌리를 달려 마셨다고 한다. 국화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는다고 했다. 들국화인 노란 감국을 따서 그늘에다 말려 보관했다가 찻잔에 따뜻한 물을 붓고 감국 2~3개를 넣으면 노랗게 물이 우러나는 국화향이 나는 감국차가 된다. 여기에 꿀이나 설탕을 넣어 먹으면 감기에 좋다고 한다.
국화꽃잎을 곱게 말려서 베개 속에 넣거나 이불 속에 넣어 그윽한 향기를 즐겼다. 이와 같이 국화꽃잎을 넣어 만든 베개를 국침(菊枕)이라 하였다. 오늘날에도 두통치료의 민간요법으로 쓰이고 있다.
국화는 은은한 향기를 간직한 가을을 상징하는 꽃으로서, 사람에게는 아주 유용한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