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텔레비젼 뉴스에서‘영남의 알프스인 사자평 고원의 갈대밭은 마치 하얀 눈이 덮인 설원 같아 등산객들이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라고 보도하였다. 이것은 잘못된 보도이다. 그 곳의 눈부신 설원 같은 꽃은 갈대가 아니라 억새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때로 억새와 갈대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오히려 억새조차도 갈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잎과 꽃의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억새와 갈대는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식물이다. 잘 구분하지 못할 때에는 자라는 곳을 먼저 살펴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억새는 물기가 적은 산이나 언덕에서 자라고, 갈대는 강가·냇가·늪·갯벌·간척지 등에서 자란다. 그리고 억새는 밑동에 여러 개의 줄기가 모여나지만 갈대는 땅속줄기의 마디에서 한 개씩 나온다. 또한 억새의 꽃 이삭에는 한 개의 열매가 달리지만 갈대는 여러 개가 달린다. 특히 하얀 솜털처럼 생긴 꽃은 갈대보다 억새가 더 아름답다. 우리의 대중가요에‘아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라는 구절이 있다. 이 가사의‘으악새’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으악 으악’하며 우는 새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풀인 억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경기도 지방의 방언으로 억새를‘으악새’라고 부르며, 경주지방에서도‘새’라고 한다. 그래서 가을 바람에 억새의 거친 잎이 바람에 스치어 나는 소리를 시적으로‘슬피 운다’고 표현한 것이다. 억새는 벼과에 속하며, 한자말이 여러 개가 있는데 망(芒)·백첨초(白尖草)·동모초(冬茅草)·포고초(包高草)·점방초( 房草)·파망(芭芒)·망모(芒茅) 등으로 부른다. 아시아에 약 20여종이 분포하고 우리 나라 전국 각처의 산야에 자생하며, 참억새·물억새·개억새·억새아재비 등의 종류가 있다. 잎은 선형이며 날카로와 잎을 만질 때 손을 베기도 한다. 억새는 관상용, 약용, 사방용, 목초, 초가지붕을 이는데 이용되며, 민간에서는 뿌리를 이뇨 등에 약으로 쓴다. 갈대도 벼과이며, 노(蘆)·장초로제(長 蘆 )·제자( 子)·초화(苕花)·갈꽃·달뿌리풀 등으로 부르고, 주로 습지에서 잘 자란다. 어린 순을 뿌리와 같이 식용하며 성숙한 원줄기는 건축재 및 자리를 만드는데 쓰이고 근경(根莖)을 한방과 민간에서 자양(慈養)·홍역(紅疫)·진토제(鎭吐劑) 등의 약재로 쓴다. 옛날 중국의 일화를 소개하면, 24효(孝) 중의 한 사람으로 선정된 민자건(閔子蹇)은 어릴 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 밑에 자랐다. 계모는 자기가 낳은 자식에게는 솜옷을 입히면서 민자건에게는 갈대의 털을 넣은 옷을 입혔다. 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고 계모를 내쫓으려고 했다. 이 때 민자건은 아버지를 붙들고 말리자 계모는 비로소 마음을 고쳐 먹었으며, 더욱 화목하게 지냈다고 한다. 신불산, 천황산, 취서산, 비슬산, 화왕산 등은 청명한 가을 하늘과 함께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물결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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