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강도 등장, 지역 금융기관 든든한 방범 체계 절실
"연일 터지는 금융 강도 사건에 불안해서 금융업무를 볼 수가 없습니다"는 경주에 모 새마을 금고 박 과장.
이런 박 과장의 심정은 금융계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이 최근 들어 느끼는 점이다.
불안한 경기 속에 신용불량자들이 대거 속출하면서 소위 `한탕주의`를 노린 금융사고가 전국적으로 연일 터지고 있어 금융 종사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전 8시30분께 인천시 중구 율목동 새마을금고 송북분소에 가스총으로 무장한 20대 초반의 강도가 침입, 현금과 수표 7천500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던가 하면 이날 오전 9시10분께에는 경남 진해시 죽곡동 웅천농협 죽곡지소에서 농협 직원 정모씨(여·29)가 현금 지급기에 2천500만원이 든 현금통을 넣으려는 순간 손님으로 가장해 소파에 앉아 있던 김모(40)씨가 갑자기 현금통을 낚아채 밖으로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를 당한 새마을금고 송북 분소는 평소 청원경찰 없이 여직원 3명만이 근무하고 있던 곳이어서 강도 피해 위험에 노출돼 있었던 상황이었다.
올들어 지난달 6일 경기도 파주 교하농협 운정지점에서 2인조 권총강도가 1억여원을 털어 달아난 사건을 비롯해 최근 2년 사이 금융점포를 상대로 10여건의 대범한 강도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지역 금융계도 방범대책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금융계 현실=경주지역에는 108개 금융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중 은행 및 농협 지소 등 제1금융권이 17개이며 단위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상호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이 70개, 우체국이 21개이다.
현재 제1금융권은 각 점포마다 청원경찰이 상시 근무하고 있지만 제2금융권과 우체국은 거의 대부분 점포내 청원경찰 없이 상주하고 있는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보안업무까지 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금융 점포들이 무인경비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항상 문이 열려있는 업무 시간 내에는 무인경비시스템도 무용지물이다.
이는 사설경비업체들이 신고를 받고 현장 출동까지 최소 5분 이상이 걸리고 경찰에 비해 초동 대응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비체계도 문제지만 현금 수송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제2금융권의 경우 본점과 하루 두 번 정도 현금이 오가고 있지만 거의 직원들이 개인 차량을 이용해 현금을 수송하고 있어 매일 범죄에 노출돼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2001년 12월 조흥은행 경주지점 현금수송 차량이 현금 수송 도중 조흥은행 네거리 노상에서 현금과 수표 3천100여만원을 털린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범인들은 사건 발생 한달여 만에 경찰에 의해 붙잡혔지만 금융계 현금 수송에 대한 허점을 여실 없이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건 해결 후 경주경찰서는 금융가 방범 체계 확립하고 문제점들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2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는 상태다.
◆"어쩔 수 없다"=금융계에서는 어쩔 수 없고 별다른 방법도 없다고 말한다.
현재 생명 보험 3개를 가지고 있다는 지역의 모 금고 직원은 "가장 불안한 것이 직원들의 안전이다"며 "갈수록 범죄가 대범해지고 권총 등 살상이 가능한 총기들이 범죄에 사용되고 있어 하루 하루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특히 제2금융권 중 비교적 규모가 영세한 금고 분소나 출장소의 경우 여직원 두세명에 남직원 한명이 근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며 "객장 중에는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못 간다"고 말했다.
자체 경비 체계가 미비한 제2금융권은 현재 무인경비시스템과 가스총, 전기충격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막상 사건을 접할 경우 본능적으로 대처하기는 불가능하고 더욱이 여직원들만 있는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는 현실이다.
"막상 사건이 발생한다면 안전을 위해 범인이 요구하는 대로 돈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고 당황할 것 같다"는 모 새마을 금고의 한 여직원은 "최근 들어 규모가 영세한 제2금융권을 노리는 범행이 늘고 있어 여직원들뿐만 아니라 남직원들까지도 불안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경비 보완체계 미비하지만 경영권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 신협에 관리 담당자는 "현재 2금융권의 경우 인력을 축소하는 추세에 규모가 영세한 분소나 출장소에 청원경찰을 상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경영면에서도 큰 손실이기 때문에 자체 직원들이 경비 업무까지 맡을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범죄 대응 교육을 수시로 하고 관할 경찰서와 자율방범대 및 사설경비업체들과 업무 협조를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체방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