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다른 이와 달리 보이려고 혹은 뛰어나 보이려고 외모나 태도, 모습을 바꾼다. 하지만 정말 달라지려면 생각이 달라야 한다. 도시재생이나 마을 만들기도 그렇다. 혁신 혹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외형만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모습을 고려한 콘텐츠만이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그 도시만의 문화로 형성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20년 국내여행 트렌드를 ‘REFORM.’의 6가지 키워드로 전망했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는 2020-2024년 관광 트렌드 키워드를 ‘NEXT TRAVEL’로 설정하였다. ‘REFORM’과 ‘NEXT TRAVEL’ 은 Regional Creator에서 R, Next generation에서 N 등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새로운 조어인 셈이다.
언젠가부터 도시재개발 대신에 지역의 삶과 장소성에 기반을 둔 재생이 도시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하지만 정부주도화로 실시된 대표적인 도시재생 정책-폐산업시설 문화 재생사업,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문화도시 지정 예비사업 등-은 이들 정책들이 무엇이 다른지, 왜 다른 이름으로 불려야 하는지 전문가들조차 구별하기가 애매하다.
문화 활동은 사람(지역민)으로부터 시작되고 그 뒤를 행정이 받쳐주어 지역 전체가 움직여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2021년 현재 ‘만들어진’ 문화도시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도시재생을 논하는데 있어 문화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거의 모든 정책에 문화가 중언부언된다면 문화는 갈 곳을 잃고 말 것이다.
도시재생과 문화의 관계는 ‘문화예술을 수단과 방법으로 활용하자’는 문화를 통한 도시의 재생과 ‘도시 재생의 목표이자 결과로서 도시의 문화를 되살리자’는 도시의 문화 재생이라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즉, 도시의 재생에 있어서 문화는 수단이자 방법인 동시에 그 자체로서 결과가 되고 추구해야 할 목적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재생 사업의 다수가 대부분이 문화·관광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도시재생 사업은 곧 ‘도시관광사업’, ‘도시문화관광사업’이 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도시재생의 배경과 효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급속한 도시화와 도시쇠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1968년에 36.8%였던 도시화율이 2018년에는 81.5%에 이르렀다. 그리고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3470개 읍면동 중 2239개(65%)가 인구 감소, 사업체 감소, 노후건물 증가 등 도시쇠퇴의 징후를 보이고 있어 빈집재생과 빈집은행과 같은 일본의 정책을 참고하기도 한다. 특히 지역 인구 감소와 공간 잉여현상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도시 소멸의 문제까지 직면한 경주와 같은 지방도시는 현재의 도시재생 정책이 지역민들에게 어떠한 시사점을 주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까지 ‘경주는 역사문화도시이다. 경주는 관광도시이다. 현재의 관광트랜드는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관광수요자(소비자)중심의 정책을 요구한다. 따라서 볼거리뿐만 아니라 먹거리, 즐길거리가 여행 소비자 중심으로 도시 정책이 추진되어야한다’와 같은 논점들을 중심으로 경주 미래에 관한 논의들이 있어왔다.
그렇다면 한 번 물어보자. ‘그래서 삶의 질은 나아졌는가?’
사실 글로벌 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은 동전의 앞뒤같이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명제이다. 누가 고유한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지니지 못한 도시에 국제적 지점이나 기관을 위치시키고자 할 것이며, 누가 삶의 질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곳에 가서 살며 일하고 싶어 하겠는가? 대상이 다르다. 최소한 경주에서의 도시재생 정책은 대상이 되는 지역주민 나아가서는 경주시민에게 이렇게 물을 일이다. ‘더 살기 좋아졌습니까?’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면 이렇게 묻는 게 당연하지 않는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말이나 글은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고칠 수도 있다. 특히 새로운 용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의해서 만들어지곤 한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공간은 아무리 새로운 터치를 하더라도 공간을 만드는 사람의 의도에 의해서 바뀌기가 정말 힘이 든다. 특히 장소성과 시간의 의미가 남다른 경주라는 도시는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