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원사지는 사적 제46호로, 삼층석탑은 보물 제1429호로 지정되어 있다. 문화재 지정번호는 가치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 지정 순서에 따라 부여한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를 근거로 문화재를 서열화한다. 그래서 문화재청은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문화재 지정번호를 없애기로 했다.
원원사지 삼층석탑은 높이 7.0m의 쌍탑으로 가운데 석등을 중심으로 동서로 약 8.5m 떨어져 있다. 두 탑은 같은 구조와 양식인 2중 기단으로 하층기단 면석과 갑석 및 상층기단 면석은 각각 8매, 상층기단 갑석은 4매의 석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양 탑 모두 옥개석 일부가 파손되고 상륜부는 노반과 앙화만 남아있다.
기단부의 하대갑석과 상대갑석 윗면에는 2단의 옥신굄과 중석받침이 새겨져 있다. 모서리에 표현된 우주와 2개의 탱주로 하여 각각 12면을 이루고 있는 상·하층기단 면석 중 하층기단 면석에는 별다른 조각이 없지만 상층기단 면석의 각 면에는 연화좌 위에 앉아 있는 12지신상이 부조로 조각되어 있다. 북쪽에서부터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의 12지신상은 평상복장을 한 채 연화좌 위에 자유스러운 자세로 앉아 있는데, 머리는 동물 모양을 하고 있으면서 몸은 사람 형상이다. 옷자락을 천의처럼 머리 위로 흩날리듯 표현함으로써 마치 범종(梵鐘) 등에서 볼 수 있는 비천상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고 있다. 왕릉 등에서 보이는 무인 복장에 무기를 들고 서 있는 입상의 12지신상들과는 다른 형태이다. 이 상들의 얼굴은 모두 오른쪽을 향하고 있으나 소를 나타내는 축상만이 왼쪽을 향하고 있다. 신라 능묘의 둘레에는 12지신상이 배치된 예가 많지만 탑에 새겨진 예는 드문 편이다. 탑에 12지신상을 조각한 예로는 구례화엄사서오층석탑, 영양화천동삼층석탑, 영양현일동사층석탑, 안동임하동십이지삼층석탑 등이 있는데 모두 통일신라시대에 조성한 탑으로 알려져 있다.
이 12지신상은 약사여래의 권속인데 방위신이자 시간신으로 각자 맡은 방향과 주어진 시간에서 우주를 지킨다는 신으로, 여기서는 부처님의 사리를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초층 탑신에는 면마다 모서리에 우주를 만들고, 그 내부에 사천왕상을 조각하였다. 유난히 도드라지게 새겨진 사천왕상들 가운데 두 탑 모두 남쪽 면의 증장천왕상만이 깨어져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뿐, 나머지 동·서·북방의 상들은 거의 완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동탑의 경우 동방의 지국천왕상은 오른손에 칼을 잡고 악귀를 밟고 정면을 향하고 있다. 서방의 광목천왕상 역시 악귀를 밟고 있는데, 왼손은 어깨까지 들어 올려 삼지창을 잡고 있으며, 오른손은 가슴에 대고 있다. 북방의 다문천왕상은 오른손 위에는 복발형 탑을 얹고 있으며, 허리에 왼손을 대어 운동감을 부여하고 있지만 다소 경직되고 유연성이 결여되어 있다.
서탑의 경우 거의 완전한 형태로 악귀를 밟고 서 있는 동방의 지국천왕상은 정면향으로, 두 손으로는 칼을 잡고 있다. 얼굴과 왼쪽 가슴 부분이 모두 깨어진 서방의 광목천왕상은 일고저로 추정되는 무기를 들고 있는데, 정면향으로 똑바로 서 있다. 북방의 다문천왕상은 오른쪽으로 몸을 살짝 틀어 변화를 주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악귀 둘을 밟고 있다. 오른손에는 보주를 잡고 있으며, 왼손에는 방형의 보탑을 들고 있다.
초층 탑신에 비하여 급격히 줄어든 2층과 3층 탑신에는 모서리에 우주만이 새겨져 있을 뿐 아무런 조각도 없고, 옥개석 역시 탑신과 같은 비율로 축소되어 있다.
옥개석은 추녀 끝부분이 약간 위로 치켜 올라가고 아래로는 층급받침이 5단이다. 위로는 각형의 2단 탑신 괴임이 조각되어 있고 모서리를 둥글려 멋을 부리고 있다.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일반적 표현형식으로 보아 8세기 중엽에 조성된 석탑으로 추정되며, 또한 이전 시기의 석탑에 조각한 인왕상을 대신하여 사천왕상이 나타나 9세기 석탑에서 중심을 이루는 장엄의 선례로서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학계에서는 12지신상을 최초로 배치하고, 석탑의 조각기법, 구조적 특징, 표현양식 등을 고려할 때 학술적, 미술사적 중요한 가치를 지닌 석탑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 서탑 사이에는 화사석이 결실된 석등이 있다. 사각의 지대석 위에 복련의 하대석과 앙련의 상대석 사이의 간주석은 팔각이다. 상대석 위에는 모서리 부분이 파손된 옥개석이 얹혀져 있다.
이 원원사지 동서삼층석탑은 장식성이 강한 대표적인 석탑으로 원원사의 창건보다 1세기 정도 지나 8세기 중후반 경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