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계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젊은 작가 3인이 뭉쳤다. 우양미술관은 대상과 대상, 혹은 관람자 사이의 빈 공간으로 정의되는 네거티브 스페이스의 예술적 가능성을 조망하고자 2021 우양미술관 첫 기획전 ‘네거티브 스페이스’전을 1층 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네거티브 스페이스는 통상적으로 사진, 건축, 조각, 미술 등의 장르에서 오브제가 차지한 이외의 공간을 일컫는다. 강은혜 작가의 작업은 공간에 중첩된 무수한 선들이 네거티브 스페이스를 드러낸다. 작가는 공간의 낯선 느낌에서 영감을 얻어 기하학적 요소인 선을 개입시킨다. 그리고 네거티브 스페이스를 구성하는 선의 요소들은 전적으로 보는 이의 시점변화에 기대어 관람자의 시각적인 반응이 작품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 작업은 밀집된 실뿐만 아니라 실 내부의 네거티브 스페이스에 대한 탐구다. 강은혜의 작업은 신체적 움직임과 시점의 변화, 그에 따른 실과 실 사이의 빈 공간들이 조응하며 관람객들에게 시지각적으로 관여한다. 작품 ‘네거티브 볼륨’은 보는 관점에 따라 공간이 채워져 보이기도 하고, 그사이 움직임에 따라 시야 안에서 시각적인 현란함이 느껴진다. 공간에서 실들 이외에 비어 있는 공간이 네거티브 스페이스고 그 공간 또한 작품의 일부라고 말하는 강은혜 작가는 활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기하학적 기호인 선을 매개로 작업을 한다. “저에게 선이란 매 순간의 찰나며, 그 찰나들이 모여서 이루는 시각의 초점 공간의 기억, 이동, 여행, 관계 그리고 무언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간에서 선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섬유 재료인 실을 이용하고 있죠. 긴장감 있는 선 안에 다양한 부드러운 터치와 감정을 녹여낼 수 있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간 안에 선들을 설치하면서 시각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조금 더 공감각적인 요소를 끌고 오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작가. “기타 줄을 이용한다거나 실들이 가지고 있는 텐션을 이용해 이 공간 자체가 울림통이 돼 실을 튕긴다거나 하는 어떤 행위를 통해 소리를 갖고 올 수 있는 혹은 어떤 냄새라던가 다른 감각적인 요소를 가지고 와서 실 안에 같이 구현하는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애나한 작가는 페인트, LED 라이트, 커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공간을 구획하고 평면적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펼쳐낸다. 색을 입은 평면적 요소들은 삼차원 공간으로 확장된다. 애나한 작가의 작업은 일반적으로 회화에서 시선을 끄는 캔버스 표면뿐 아니라 캔버스를 둘러싼 공간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역동성을 드러낸다. 작가가 구획한 전시장 내 벽은 공간을 나누고 차단하지만, 그 벽에 마련된 마름모꼴의 창은 벽 너머 또 다른 공간과 조응한다. 작가의 조형언어인 벽과 창은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네거티브 스페이스를 관람객에게 드러냄으로써 이미지화되고 배경은 그 자체가 조형요소로써 능동적으로 다가간다. 이사를 많이 다녔던 작가에게 공간작업은 그 시기 공간과 공간적 특성에 대한 고민과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열망에서 시작된다. 코로나 시대, 집에 머물면서 여행에 대한 욕망에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 “비행기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결국 하늘이 주된 모티브이긴 하지만 그 비행기 창문을 활용한 구도를 사용한 작업이죠. 갇힌 미술관 공간에서도 네거티브 공간이 만들어지고 또 비행기 창문을 통한 그런 추상적인 이미지로서의 네거티브 공간이 같이 공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은 감정과 주어진 기획, 공간 안에서 작업을 풀어나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문학이나 주변 사람들의 감정 등 외부 이야기들을 저만의 시각적인 언어로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엄익훈 작가의 작업은 금속 조각을 이어 붙여 빚어낸 추상 조각에 빛을 투과해 구상적 그림자 이미지를 배경에 그려낸다. 작가의 작업은 조각이라는 매체적 한계를 넘어서 추상 조각과 구상적 그림자가 존재와 부재 사이의 불확정적이고 모호한 지점을 담아낸다. 의도적으로 벽면에 드리워지는 조각 너머의 그림자 공간은 개인적인 기억, 경험,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관람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내러티브를 그려낸다. 빛을 매개로 관람객에게 인지되는 엄익훈의 네거티브 스페이스는 기억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써 개인적 경험이 환기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첫 번째 개인전을 하던 중 홀로 전시장을 관람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작품을 둘러보던 중 전시장 천정의 할로겐 조명이 작품을 비추고 있었는데 그 뒤로 작품 그림자가 투영되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특별해 보였습니다” 추상작품을 만들되 구상적인 그림자가 나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던 작가는 이후 3년 동안 실험과 연구를 통해 현재 작품이 나오게 됐다고. 처음 접하는 관람객은 평면의 그림자에 매료돼 허상의 이미지에 먼저 눈이 가지만 어느새 시선은 실제 조각 작품에 머무른다. 흔히 삶이 곧 예술이라고 하는 것처럼 좀 더 가까운 소재를 통해 공감이 가는 예술을 하고 싶다는 작가. “앞으로는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껴왔던 사건, 사고 등 사회적 이슈 등을 제 시각에서 명확히 전달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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