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W.A.Mozart/1756-1791)와 베토벤(L.v.Beethoven/1770-1827)은 고전파의 양웅(兩雄)이다. 모차르트가 베토벤보다 14살 연상이었고, 이들은 빈(Wien)을 중심으로 동시대를 살았다. 이들은 바하(J.S.Bach/ 1685-1750)가 이루어 놓은 음악적 토대 위에 고전파라는 고귀한 성을 쌓아 올렸다. 그 성의 규율은 매우 엄격했다. 협주곡은 3악장으로, 교향곡은 4악장으로 정했다. 1악장은 빠르고, 2악장은 느리고, 마지막 악장은 또 빨라야 했다. 음악의 형식이 정해진 것이다. 모차르트는 35년의 생애동안 600곡이 넘는 작품을 만들었다. 1년에 무려 18작품, 2달에 평균 3작품을 작곡한 것이다. 물론 몇 분 안 되는 짧은 길이의 작품도 있지만, 30분이 넘는 교향곡이나 협주곡, 그리고 2시간 분량의 오페라작품을 다수 작곡했으니 실로 놀라운 창작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천재’라 불리었고, 오늘날에도 그의 음악은 태아교육과 영재교육에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모차르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아버지의 조기교육(유럽연주여행)이 다양한 음악적 자양분을 선사했고, 모차르트는 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베토벤은 전도유망한 작곡가였다. 하지만 20대 후반에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는 요양하러 간 하일리겐슈타트에서도 차도가 보이지 않자 ‘유서’를 쓴다. 음악가로서의 참담한 심경을 절절히 토로한 글이다. 눈 먼 화가만큼이나 괴로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베토벤은 자살의 유혹을 이겨낸다. 그리고 음악적으로 다시 태어난다. 고전파 선배인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만의 색깔을 가진 작품이 나온 것도 바로 이 때이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은 어떻게 다를까? 대체로 모차르트의 음악은 달달하지만, 베토벤의 음악은 장엄하다. 모차르트 교향곡40번 1악장과 베토벤 운명교향곡 1악장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청소를 하거나 요리를 하면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경쾌하지만, 베토벤의 음악은 작정하고 집중해야 들린다. 그래서 모차르트의 음악은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이지만, 베토벤의 음악은 그렇지 못하다. 베토벤의 초기교향곡은 모차르트처럼 달달했다. 그랬던 음악이 하일리겐슈타트 유서 이후에 장엄해진 것이다. 나폴레옹을 위해 썼다는 영웅교향곡이 바로 그렇다. 연주시간도 1시간 정도로 늘었다. 이것은 파격의 시작이다. 파격의 끝은 역시나 합창교향곡이다. 9번 합창은 그가 청각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만든 작품이다. 4악장에 성악이 등장한다. 청년 시절 열렬한 팬이었던 실러(J.C.F.v.Schiller/1759-1805)의 시가 노래가 된 것이다. 그는 고전파의 엄격한 형식을 세우고, 마지막에는 또 깨 버림으로써 낭만주의로 가는 가교가 되었다. 모차르트의 작품은 그림으로 치면 일필휘지(一筆揮之)다. 머릿속에 악상이 그려지면 오선지에 음표는 한 번에 그대로 그려진다. 반면, 베토벤은 완벽한 그림이 나올 때까지 무수히 많은 캔버스를 찢어버리는 화가다. 그럼 누가 더 천재일까? ‘베토벤은 일주일에 두 번, 하이든은 네 번, 그리고 모차르트는 매일 연습한다!’(로시니) 의외이지 않은가? 로시니에 의하면, 베토벤은 게으른 천재이고, 모차르트는 노력하는 천재이다. 모차르트가 줄줄이 음표를 뱉어내는 능력은 다만 연습의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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