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라는 나라의 성향을 두고 이야기 할 때 ‘전통을 존중하는 나라, 바꾸려고 하지 않는 나라’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필자 또한 한국에서 살 때 언론이나 여러 매체에서 가장 많이 접했던 말이 바로 저 표현이다. 식자층이던지, 일반서민이든지, 관료이든지,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든지 간에 영국을 두고 이야기 할 때, ‘대영제국’이나 ‘한 때 해가 지지 않았던 나라’와 더불어 꼭 등장하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과연 그럴까? 그들은 변화를 싫어할까? 그래서 아직도 구닥다리 사고방식으로 오랜 것들만 고집하고 살고 있을까? 강산이 두 번 반 정도 바뀐 세월을 살면서 필자가 경험하고 지켜 본 바, 한 때 전세계의 대부분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두고 살았던 이 조그만 섬나라 영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강하게 반론을 제기하는 바이다. 오히려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먼저 변화의 동인을 제공하고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들을 앞서 시작하고 그 어떤 사람들보다 항상 두세 걸음 앞서서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바로 영국 사람들이다. 필자가 본 영국 사람들은 한 마디로 그 어떤 나라들보다 훨씬 더 진취적이고 개방적이고 혁신적이고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사고는 이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문화 대부분에 전방위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폼 나고 어렵게 그리고 더 논리적으로 개진할 수도 있지만 아주 쉽게 말씀 드리자면 증기기관이 왜 나왔을 것이며 전화기가 어떻게 만들어 졌을 것이며 www로 시작하는 정보의 바다 인터넷은 또 어떻게 시작 되었을 것이냐 말이다. 이뿐만 아니다. 젊은 문화의 대 반전이라 할 수 있는 히피 문화, 펑크 음악 또한 바로 이 영국에서 시작이 된 것이고 오늘날 은행이라 부를 수 있는 금융 산업, 보험업도 영국에서 시작 되었고 TV를 만든 사람도 이 섬나라 사람이고 세계최초 방송이란 이름으로 영상을 공중으로 송출한 장본인도 바로 BBC이다. 이외에도 열거하자면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이 섬나라 사람들의 이러한 진취적이고 혁신적이고 항상 앞서가는 예시력과 창의성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을까? 바로 항상 꼼꼼하게 생각하면서 철저하게 비교하고 섬세하게 분석하면서 치열하게 끈기를 가지고 결과에 도달하는 ‘열린 사고 - multi thinking’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과정에서 ‘오래된 옛 것’이 항상 출발의 말머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바로 ‘지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라는 것이다. 즉 현재의 새로운 출발선을 바로 이전 단계에서 무엇이 있었던가?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옛것을 존중한다. 전통을 존중한다. 오래된 것을 버리지 않는다’라는 영국 사람들의 가치는 바로 여기서 다시 빛나기 시작한다. 이미 옛것이 된 것에는 수많은 과거와 시행착오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하나의 결과물이다. 우리 조상들의 ‘온고지신’을 바로 영국 사람들을 너무나도 지혜롭게 활용하고 있다.
이제 ‘고향땅 음식’ 이야기로 훌쩍 건너와 불쑥 한 말씀 드리겠다. “천년한우로 메인을 먹고 후식으로 경주빵이든 황남빵 하나 먹자” 굳이 천년한우가 아니어도 되고, 경주빵과 황남빵이 아니도 된다. 천년한우가 팔우정 해장국이 되어도 되고 경주빵과 황남빵이 교동법주가 되어도 된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경주만의 고유한 음식들을 멋지게 조합해서 이것이 trend경주로 알려지고, 결국에는 brand경주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공간전개(space management)로 진행되는 한국의 밥상 문화에서, 시간전개(time management)로 진행되는 서양의 음식문화를 접목해 보자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서양 사람들이 전식이라 부를 수 있는 음식들이 어차피 식탁위에 반찬으로 깔려 있는 것이 우리 한국의 식문화이다. 여기에 ‘time management’를 살짝 지혜롭게 넣어보자는 것이다. 하는 말로 음식의 ‘추임새’가 될 수 있고 보기에 따라서 빛나는 ‘엣지’가 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타이밍도 좋다. 서양 음식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교제 – social eat/social dine’ 가 한국에서도 정착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주는 관광문화도시로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도시이다. 휴식, 관광, 여행, 삶의 재충전, 역사공부, 심지로 비즈니스로 오는 사람들조차도 경주는 ‘한 박자 쉬어 가는 삶의 재충전’이 자연스럽게 이입되는 곳이다. 쉬운 말로 경주는 무엇이든지 긴장이 해제가 되는 곳이기 때문에 ‘something social’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진행이 될 수 있는 도시이다. 이 논리가 전혀 틀리지 않다면, 역사문화관광도시 경주는 한국에서 볼 때 ‘후식’이라는 서양 음식문화가 가장 완벽하게 적용되어 잘 정착할 수 있는 최대의 환경을 보물처럼 가진 도시이다. 아주 죄송하지만 ‘커피는 되고 경주빵은 안 되나? 아이스크림은 되고 황남빵은 안 되나?’란 질문을 필자는 드리고 싶다. 좀 더 죄송하지만, 만약에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필자가 오늘 지면의 절반을 할애한 영국 이야기를 참고하시면 근거 있는 명답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