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부터 시작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시민토론회가 3월 9일 북부권 토론회까지 마쳤다. 토론회가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행정통합은 시민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역문제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조차 눈여겨보지 않는 이유는 행정 분리가 지방 침체 원인으로 보는데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이 수도권 집중과 지방 위기상황 해결에 대안이 될 수 없는 탓이기도 하다. 행정통합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도권에 대응하고 상생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지역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집적경제 효과를 기대하는 메가시티전략은 지역 내 불균형 문제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 경상북도 도청 이전으로 지역발전을 기대했던 북부권에서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그러한 이유다. 산업집적에 의한 규모의 경제효과는 행정체계보다 교통망과 같은 산업입지 조건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16~`25)’과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1~`30)’은 대도시 교통난 해소와 철도물류 활성화를 위해 대구를 중심으로 광역철도망 구축을 추진하거나 구상하고 있다. 대구를 중심으로 편성된 광역철도망은 주변 지역과 도시 연담화를 가져와 행정통합과 관계없이 메가시티 형성의 계기가 된다. 행정통합보다 지역 내 균형발전을 위해 대구 대도시 영향권에서 소외된 지역발전 대책이 더 시급한 과제다. 행정통합이 권역과 지역 간 연계협력 강화로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것이라고 하지만, 연계협력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교통망 구축은 행정통합보다 정부의 계획과 재정투자로 결정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연계협력 강화를 위한 통합 형태를 대구경북통합특별시와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제시하고 있다. 2가지 대안으로 제시된 통합 형태는 대구광역시 7개 구와 1개 군, 경상북도 23개 시·군 등 31개 구·시·군의 자치권을 유지하는 대구경북통합특별시(안)과 대구시 7개 구를 준자치구로 하여 24개 시·군으로 구성된 대구경북특별자치도(안)이다. 대구경북통합특별시(안)은 현재 2개의 광역자치단체를 1개로 통합하고 31개 기초자치단체는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사업은 법인체로 자율권을 지닌 기초자치단체가 사업의 주체라는 점에서 광역자치단체 통합으로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또 하나의 통합 형태는 대구광역시를 특례시로 설정하고, 대구시 7개 구를 준자치구로 편성한 대구경북특별자치도(안)이다. 대구시 7개 구를 준자치구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의회나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가 필수적이다. 지방자치법에서 자치단체 변경은 해당 지방의회 의결 또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 변경을 위한 과정과 결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통합 형태조차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통합의 당위성만 주장하는 논리적 모순으로 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구경북특별자치도(안)은 실현 가능성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 형태를 대안으로 내놓고 토론회를 진행한 셈이다. 행정통합의 장점으로 제시되고 있는 연계협력은 광역행정 통합과 관계없이 추진할 수 있다. 오히려 상생협력에 의한 지역발전은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보다 기초단체 간 광역협력이 더 실질적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이미 행정협의회, 지방자치단체조합, 지방자치단체 장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지자체 간 협력과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현행 법제도에서도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은 대구경북 광역자치단체 또는 기초단체 간 연합과 협력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개항을 앞두고 물류와 관광객 분산을 위해 구미와 통합신공항, 포항을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과 낙후지 발전을 위해 동해 중부선 역세권 개발은 광역행정통합과 관계없이 지역협력으로 중앙정부에 제안하여 추진할 수 있는 사례다. 실효성 없는 광역행정통합보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부응할 수 있는 지역협력체계 구축방안 마련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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