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가 이렇게 고약한 줄 몰랐다. 영국에서 9살짜리 소녀가 아이스크림을 한 입 핥고는 사망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스페인으로 가족 여행 중이었다는데, 알레르기를 걱정한 아버지가 판매자에게 세 번이나 확인을 했다고 한다. 영국 공공의료서비스(NHS) 의사이기도 한 아빠가 놓친 것은 초콜릿 소스였다. 검시(檢屍) 보고서에 따르면 소스 속에는 땅콩과 아몬드 등 무려 다섯 종류의 견과류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가여운 소녀는 견과류 외에 달걀에도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당시 천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면역 질환 중 알레르기가 규모나 방식 면에서 가장 크고 다양하게 우리를 괴롭히는, 난치성 질환이다. 대부분 무해한 무엇인가에 우리 몸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는 게 알레르기다. 성질머리가 나빠서 그렇다고? 절대 아니다. 사람들의 약 50%가 적어도 한 가지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땅콩이나 우유일 수도 있다. 지역에 따라 알레르기 환자 비율이 10%에서 40%로 다양하다. 흥미로운 것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알레르기 환자도 많아진다는 점이다. 선진국일수록 알레르기 환자 비율이 높다는 말이다.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알레르기를 ‘깔끔병’이라는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상관관계를 한방에 설명해 줄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혹 도시화된 국가 시민들이 오염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되어서가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자동차 디젤 연료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난한 국가보다는 부유한 국가에서 항생제 사용량이 많으니 면역 체계에 영향이 있을 거라 의심하기도 한다. 운동 부족이나 비만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알레르기가 유전적이지는 않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유전자에 따라서는 특정 알레르기가 자녀에게 이어질 확률은 40%라고 한다. 꽤 높지만, 애매한 그 숫자 덕분에 확실하다고 볼 수는 또 없다. 한 마디로 우리는 알레르기에 대해 잘 모른다. 대부분의 알레르기는 아주 성가시다. 아침만 되면 재채기를 10분 째 하는 우리 이모를 봐도 그렇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도 있다. 미국의 경우 일 년에 700명 정도가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기도를 막을 정도의 극도의 반응’을 가리키는 아나필락시스는 주로 항생제 때문에 생기지만, 위에서 언급한 영국 여아처럼 음식을 잘못 먹어도 생긴다. 그 외에 곤충의 침이나 라텍스 침대나 베개 때문에도 생긴다고 한다. 특정한 물질에 유달리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찰스 A. 패니터낵의 『우리 안의 분자(The Molecules Within Us)』에서는 비행기에서 두 줄 떨어진 곳에 앉은 승객이 먹은 땅콩 때문에 이틀 동안 입원해야 했던 아이 사례도 있다. 과장이 심하다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숨이 막혀 죽을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그 과장 같은 현실이 점점 증가한다는 데 있다. 보고에 따르면 1999년 기준 땅콩 알레르기 아동의 비율이 0.5%였는데, 지금은 4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럼 알레르기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아들 녀석의 경우 꿀이나 두유는 일부러 안 먹인 것 같다. 애 엄마나 주변에서도 아주 어릴 때는 그런 음식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한 것 같다. 땅콩도 그래서 일부러 먹이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에서는 정반대로 말한다. 어릴 때 오히려 소량을 노출시키는 것이 땅콩 알레르기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권고했다(2017년 기준). 그러자 다른 전문가들은 그건 사실상 부모가 자녀를 상대로 실험을 하는 거냐며 강력히 반대한다. 의사가 가까이서 관찰하는 환경이 아니면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알레르기, 알면 알수록 어렵다. 역시 감소나 완치에 대한 명확한 비법이나 근거는 없다. 여태 답도 없고 갈 길도 먼 알레르기 이야기였다. 박세리 인터뷰 중 한 대목이다. “그런데 햇빛 알레르기, 잔디 알레르기가 있었다고요(질문자)?” “더워서 그런가 보다, 뭘 잘못 먹었나 보다 그러고는 무시했죠. 선수 생활 끝나고 알았어요.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그렇게 최면 걸듯 살아서 그런지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지 뭔 알레르기가 있는지 몰랐죠(박세리)” 이제 접종을 시작한 코로나 백신 주사에 아나필락시스성 반응이 보고되고 있어 걱정인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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