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세월을 잔뜩 머금은 황남동은 고향을 떠나온 이들에게 옛 시절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위로의 공간이었다.
지금은 젊은이들의 메카로 발돋움하면서 이색거리로 변했지만 40년, 50년 전 생활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던 당시 황남동은 포토아티스트 이근원 작가와 그의 아내가 자주 찾아 추억을 쌓았던 의미 있는 장소였다.
황남동을 배경으로 향토적 주체성과 경주에 대한 애정을 담은 사진그림 작품집이 출간됐다. 사진을 기본 매체로 회화의 기능을 가미해 표현하고 있는 이근원 작가의 두 번째 작품집 ‘근원의 황남동’이 최근 발간된 것.
이번 작품집에는 ‘생활철학’ ‘에미’ ‘황리단2016’ ‘한 바퀴’ ‘다른세상’ ‘장수철학’ ‘출입금지’ 등 작가의 새로운 시각으로 탄생한 32점의 사진미술작품이 수록돼 있다.
황남동의 과거와 현재, 상상과 실제, 기억, 철학, 종교, 작가 개인의 경험 등이 담겨 있는 작품집은 작가의 주관적 시각을 통해 현대사회의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추억 속 고향의 모습과 비슷한 황남동은 옛 정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저희 부부가 자주 찾던 곳입니다. 사진도 정말 많이 찍었죠. 세월이 가면 뭐든지 변화하기 마련이지만 너무 상업적으로 변해버린 황남동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이근원 작가는 그동안 ‘왕릉 판타지’와 ‘내 마음의 풍경’이란 타이틀로 세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2019년에는 그간의 사진미술 작업을 토대로 첫 번째 작품집 ‘시간을 너머’를 출간하며 사진미술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소개하며 현대인의 감성과 욕구를 대변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동시대미술의 특징은 기존 미술의 경계를 해체해 다시 구성한다는 사조입니다. 회화, 조각, 영상, 음악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합쳐 재구성한다는 의미죠. 이런 시도의 전면에 단연 돋보이는 예술의 장르가 사진이고, 전 사진을 기본매체로 회화의 기능을 가미해 사진미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집을 통해 우리의 역사인 황남동이 국내외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작가는 영문 작품설명도 놓치지 않았다.
정보를 매개로 연결된 AI시대, 변화되는 욕구에 따라 매혹적인 이미지가 생겨나고, 이러한 과정에서 세상은 점점 가상의 세계로 변해간다.
삶의 다의적 의미를 담은 파생 실제, 문학적 서술로 다양하게 해석 가능한 흥미로운 이근원 작가의 자유롭고, 도전적인 작품.
“황남동이라는 설명보다는 느낌이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차 한 찬 앞에 두고 그 향기를 음미하듯 작품집을 통해 좋은 느낌이 읽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