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들이 만든 노래들이 무지한 정권의 칼질로 인해 하루 아침에 금지곡이 되던 시대가 있었다. 6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래들이 온갖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금지되었고 노래를 부른 가수들은 정권의 감시 아래 암울한 세월을 살기도 했다. 가수들 중에서는 노래말 자체보다 정권에 영합해 활동하지 않아 눈엣가시가 되어 제재 당한 가수들이 더 많았다. 지금의 중년 세대라면 누구나 어렸을 적 즐겨 부르던 노래가 갑자기 세간에서 사라졌던 황당한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박귀룡 씨가 지난 3월 8일 ‘키덜트 뮤지엄’에서 전시중인 금지곡들을 포스팅해 눈길을 끈다. 포스팅을 중심으로 올라온 금지곡 부른 가수들과 금지된 곡, 이유들을 잠깐 살펴보면 그 시대의 살벌했던 순간이 불현 듯 떠오른다.1.들국화 : 그것만이 내 세상 / 창법 미숙과 가사전달 불량2.김추자 : 거짓말이야 / 불신조장의 여지가 있음3.손인호 : 비내리는 호남선 / 사회를 비판적으로 풍자한다.4.이애리수 : 황성옛터 / 망해버린 왕조의 옛 성터를 일부러 찾아가 우는 이유가 뭐냐?5.고복수 : 타향 / 일제에 반하고 애국심을 말살한다6.김민기 : 늙은 군인의 노래 /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한다.7.신중현 : 아름다운 강산 / 유신정권 찬양을 위한 노래제작을 거부 이 밖에도 송창식의 ‘왜 불러’는 반항적이고 노래 창법이 저속하다. 혜은이의 ‘제3한강교’는 어떻게 처음 만나서 사랑을 할 수 있나?,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는 여자 가슴에 왜 멍이 드느냐? 등의 이유로 된 서리를 맞았다. 특히 금지곡 제조기라 할 수 있었던 이장희는 ‘그건 너’ / 책임을 전가한다. 불꺼진 창 / 불꺼진 창에서 뭐한다고?, 한잔의 추억 / 술 마시는 것을 조장한다는 핑계 등으로 금지곡이 되었다.
무지한 독재자들이 예술을 군화발로 짓밟을 수 있다 여겼고 국민을 세뇌하는 도구로만 알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우리나라 가수들이 한류의 이름을 달고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세상이 되었다. 그때 억눌린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들의 노래를 불렀던 가수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그들이 마음껏 기개를 펼 수 있다는 생각에 콧날이 시큰해진다.
마침 키덜트 뮤지엄에서는 그때 금지돼 부르지 못했던 노래들이 LP판을 통해 마음껏 울려 나오는 모양이다. 세대가 공감되는 신개념 박물관에서 아들과 손자 손을 잡고 권력의 횡포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감성과 열정으로 노래 불렀던 가수들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들을 들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