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한 전통에 작가 고유의 감각이 더해져 세상에 하나뿐인 예술작품이 만들어진다. 성인들의 글귀는 칼자루를 만나 마음을 울린다. 최두헌 작가<인물사진>의 두 번째 개인전 ‘篆篆兢兢, 2021’이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갤러리 달에서 펼쳐진다. 최두헌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서(篆書)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며 삶의 순간마다 마주하는 오롯한 열정을 50여점의 전각 작품으로 풀어낸다. 작품의 대부분은 마음의 근본을 바로 보고자 하는 성인들의 수행 의지가 반영된 문구들로 채워진다. 당나라 선승 남악회양(677-744)이 좌선을 하는 마조도일(709-788)에게 무엇을 그리 열심히 하느냐고 물었다. 마조는 부처가 되기 위함이라고 하자 남악은 벽돌을 바위에 대고 갈기 시작했다. 마조가 무엇을 하려 벽돌을 가느냐고 여쭈니 거울을 만든다고 말한다. 이에 벽돌이 어떻게 거울이 되냐고 하니 남악은 좌선만 한다고 어찌 부처가 되겠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소가 수레를 끌고 가다 멈춘다면 수레를 때려야 하는지 소를 때려야 하는지에 비유했다. 마조선사와 그의 스승 남악 회양 선사와의 일화가 담긴 작품 ‘마전성경(磨磚成鏡)’은 마조어록에 수록된 내용 중 하나로 형식보다 실천을 중시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논어에 ‘채신음수 락재기중(採薪陰水 樂在基中)’이라는 말이 있다. 공자의 제자 안회는 한 소쿠리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누추한 곳에 거처하면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 작품 ‘락재기중’은 인생의 즐거움은 어디에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승들의 법어와 성현들의 말씀을 돌에 새기며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점검해 나가는 작가. 오랜 기간 서예를 해왔던 작가는 글을 쓰는 가운데 전각에 매진했고 불교문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문학과 선어록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그다. 작가는 늘 새로운 도전으로 전각에 있어 전통과 현대성을 융합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 그는 “첫 번째 개인전이 전각의 회화적 요소를 바탕으로 봉니(封泥)와 원주문인(元朱文印)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전시는 진한(秦漢) 시대의 전극을 기본으로 전각의 기초에 충실해지려 했다. 앞으로도 전서와 전각에 계속 긍긍하고자 한다”면서 “그런 의미로 제목에 2021이라는 시간적 의미를 부연해 과정을 스스로 점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 위에 새겨진 문구들을 통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 많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치유가 되길 바란다”면서 “글씨든 전각이든 서화 전각예술의 대중화와 특히 전각의 일상적 공유를 위해 여전히 긍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두헌 작가는 동국대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부산대학교 한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호는 역시, 시현이며, 당호는 여약재다. 대한민국미술대전, 경기도전, 경북도전, 경인미전, 전국휘호대회 초대작가이자 한국서예가협회, 한국전각협회 회원이며, 현재 통도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있으며, 전각공방 석가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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