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금관이 세상에 빛을 본지 어느덧 100여년, 우리 민족의 커다란 자부심이 됐지만 여전히 신라 금관의 자생설과 북방 전래설이 나뉘고 있다. 또 신라 금관의 상징을 두고도 ‘식물론’과 ‘사슴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지난 40년간 국내외 발굴현장과 유적지를 답사하며 문화재를 연구해온 상명대 김대환 석좌교수가 삼국시대의 실증유물을 증거로 ‘신라 금관의 기원과 상징, 실용 여부에 대해 실증 분석,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김대환 교수가 금관의 용도와 상징을 재정립한 ‘한국의 금관’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은 앞서 저자가 발표한 논문 ‘삼국시대 금관의 재조명’(동아세아 역사문화논총, 2014)의 확장판이다. 김대환 교수는 금관의 상징에 대해 삼국시대 용에 주목했다. 고대사회 용이 나타내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국가를 수호하고 제왕의 권력을 상징한다. 그래서 왕실의 건축물이나 제왕의 장신구, 의복, 무기, 마구 등 기물에는 용의 형상이 새겨져 있으며, 용안, 용상, 용좌, 용포 등의 용어도 만들어질 정도다. 그만큼 절대 권력자는 자신이 용처럼 보이길 원했다.   김 교수는 “용의 눈, 코, 입, 귀, 수염은 제왕의 신체로써 모두 대신할 수 있지만, 가장 상징적인 용의 뿔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몸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라의 금관은 인간 스스로 갖추지 못한 용의 뿔을 형상화한 것이며, 이에 대한 근거는 신라 유물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라 금관의 세움장식(Y형, 出형)은 용의 뿔을 평면에서 바라본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주장에 앞서 김 교수는 먼저 신라시대 용 뿔의 형태를 설명했다. 그는 “조선시대 용의 뿔은 귀의 뒤쪽에서 나란히 두 개가 뻗어 나와 한 쌍을 이루지만,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 중반까지 용의 뿔은 양미간의 중심부나 이마 위쪽에서 한 뿌리로 나와서 두세 갈래로 벌어지거나 처음부터 두세 갈래로 갈라져서 나오는 외뿔인 단각수(單角獸)”라면서 “실제 현존하는 금관을 통해 당대에 형상화 시킨 용 뿔의 생김새를 확인 할 수 있으며, 유물자료에서 입체적인 용, 용의 측면, 용의 정면을 면밀히 살펴보면 신라 금관 세움 장식의 용의 뿔을 상징화시킨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고대왕국에서 제작돼 현재까지 전해지는 금관은 대략 100여점에 불과하다. 그중에 현재까지 알려진 우리나라 금관은 고구려 금관 1점과 가야 금관 2점, 신라 금관 7점으로 모두 10점의 금관이 있다. 외국에도 고대 그리스 미케네, 미노아, 마케도니아와 에트루리아의 금관, 히타이트 금관, 스키타이 금관, 고대 메소포타미아 우르 왕국의 금관, 사산왕조 페르시아의 금관, 중남미 콜롬비아의 고대 유적에서 발견된 마야, 잉카 금관 그리고 이집트 금관 등 세계 각지에 분포돼 있다. 고대에 제작된 금관은 전 세계에 분포돼 있지만 현존하는 고대 금관 중에 우리나라 금관의 조형미와 예술성이 가장 뛰어나다. ‘금관의 종주국’이란 별명이 붙을 만한 세계적인 작품들이 전해지고 있으며, 아직 발굴되지 않은 신라 고분에 부장돼 있을 금관과 그동안 발굴된 금관, 금동관, 동관까지 포함하면 금관은 한민족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문화재로 자리 잡고도 남는다. 김 교수는 “그동안 금관의 종주국에 걸맞은 금관의 연구는 매우 미진했다. 더구나 우리나라 금관을 제일 먼저 발굴하고 접한 일제 어용학자들의 눈높이를 벗어나지 못해 그동안 금관의 기원과 용도, 상징적 의미가 왜곡돼왔다”면서 “현재까지도 이에 대응해 자주적이고 객관적으로 금관의 기원과 상징, 의미의 논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삼국시대의 실증유물을 증거로 신라 금관의 기원과 상징, 실용 여부에 대해 실증 분석된 ‘한국의 금관’은 고구려 금관의 실체를 규명해 그동안 ‘고구려에는 금관이 없다’는 동북공정의 논리를 반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 등이 제시돼 있다. 저자 김대환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문화재보존학을 전공했으며, 지난 15년간 대학교 박물관과 국공립박물관에 신라금동불상, 고려청동탑, 고려청자, 고려도기, 조선백자, 고려와전, 벼루, 출토복식 등 5000여점의 유물을 무상기증 했다. 현재 상명대 석과교수, 문화재평론가, 두양문화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와 논문으로는 ‘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 1, 2(2014, 2017)’, 문화재 칼럼 ‘김대환의 문향(교수신문, 2015~2018)’, ‘고구려 태화 9년명 비천문 금동광배의 신례(2016)’, ‘삼국시대 금관의 재조명(동아세아 역사문화논총, 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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