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을 보내는데는 부귀영화나 편안한 노후와 같은 훨씬 수월한 방법도 있을텐데 굳이 이렇게 7년간이나 병마를 싸워가며 원고를 쓰면서 어려운 나날을 보낸 것은 그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죽기전에 이 책을 끝내고 오라는 것이 절대절명의 명령이라고 여깁니다...”
서울 도시계획의 산증인 손정목씨(75)가 지난 9월 26일 서울 프레스센타 20층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전 5권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한국전쟁 이후 서울 도시계회 반세기의 ‘증언’을 담은 이 책은 1970~77년 서울시 기획관리관과 도시계획국장, 22년간 중앙도시계획위원으로 지내면서 각종 도시계획에 참여해 알게 된 비화들이 공개되어 있다.
“과천서울대공원은 박정희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기지를 건설하려고 했던 곳입니다. 은밀히 추진하느라 제가 은행에서 11억원을 빌려 박 대통령의 ‘혁명동지’인 김재춘에게 주어 130만 평을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눈치를 챈 미국의 저지로 무산됐죠.” “린든 존슨 미 대통령 방한 때 남산 판자촌이 보도되자 그걸 가리려고 세운게 프라자 호텔입니다.”
또 청계 고가도로처럼 강변도로 건설 역시 박 대통령이 김포공항에 편하게 갈 수 있게 하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서울의 1호 아파트 단지인 금화아파트는 실무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잘 보이도록 하겠다는 목적 때문에 산에 지었다.
지난 70년대 서울 강남개발 등 도시개발 실무를 담당했던 그는 당시의 서울 도시계획을 “대담. 기발, 강암, 부조리’라는 네 단어로 설명하면서 “오늘날의 입장에서 가치 판단을 한다면 분명 잘못됐다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지만 그 당시엔 땅도 좁고, 돈도 없어 서울을 기형적으로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손교수는 경주 출생으로 50년대 경상북도 내무공무원과 60년대 총무부(현 총무처) 공무원을 거쳐 70년부터 78년까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내무국장, 기획관리관 등을 지냈으며 78년부터 94년까지 성 서울시립대 도시행정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편 서울 경주향우회(회장 이정락)와 경주중·고등학교 서울 동창회(회장 윤영우)과 주최한 이번 출판 기념회는 100여명이 참석해 축하의 장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