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청년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간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미 창업을 해서 어느 정도 탄탄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창업에 관심이 있고 좋은 콘텐츠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예비창업자로서 기회를 만들고 있는 청년들이 자리를 함께 한 자리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즐거웠고 신선한 아이디어들도 많았다.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자리 지원사업 등에 대한 의견들도 나왔고, 그 와중에 창업지원금 등으로 창업을 하고 난 후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는 토로가 있었다. 시작은 하지만 자립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콘텐츠는 있는데 지속적인 수요는 없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그러면서 이구동성으로 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일자를 제공하면 되는데 굳이 국가에서 창업에 대한 독려를 계속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한동안 기업가정신이라는 이름 아래 창업 열풍이 불어닥쳤다.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한 창업만이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는 거대한 담론으로 창의성에 대한 교육이 활발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기가 꺾이고 창업을 한 개인사업자들보다 일반기업에서 근무하는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그런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점점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와중에 닥친 코로나 사태는 급속하게 줄어든 일자리로 청년들과 기성세대들에게 당장 먹고살 것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이 와중에도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 등으로 일확천금의 수익을 올리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더불어 나만 투자에 뒤처지지 않는가 하는 불안으로 영 끌(영혼을 끌어모아서 투자)이나 빚 투(빚을 내어서 투자)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더욱 확산시키는 사태에 이르렀다.
23일 한국은행의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 발표를 보면, 분기 가계 빚이 1726조로 신용대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라고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가계신용대출이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주식 및 부동산 자금 수요증가가 크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가 가속했을 뿐이고 진행형이었던 사실이다. 실체없는 부에 매달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볼 때, 노동없는 부 사회의 7대 악의 하나라고 했던 간디의 말을 떠오른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 예산으로만 25조5000억원을 편성했지만, 고용지표는 더욱더 낮아지고 실업률은 높아져서 대다수 청년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라 생각을 할 것이다. 이렇듯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의 효과가 미비한 만큼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단기적이면서도 지원금 위주로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노인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1년의 단기계약직의 일자리 창출이나 연 단위의 프로그램 등으로는 자발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가기 어렵다. 일자리 창출의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국가가 직접적으로 혹은 기업을 통해서 하는 일자리창출은 수요자중심이 아니다. 평생직장이나 가치실현을 할 수 있는 원하는 분야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제는 직접적인 금전지원보다는 취업수요자들이 어떻게 하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개인 주도적이라면 실패를 하더라도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모임에서 자발적인 청년들인 당장 큰 수익은 되지 않더라도 재미있다고 했다. 일확천금을 얻는 것이 아닌 노동을 통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들 수행하고자 하는 청년들은 또 다른 방법들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소수이다.
다수의 자발적 취업수요자를 양성하기 위해서 정부의 일 년 일자리 예산으로 취업아카데미를 만들기를 제안한다. 기술이나 기능 혹은 역량을 증가시키는 스펙을 쌓아가는 지원은 물론이고,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는 근성을 기르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각자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새로운 개념의 사관학교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 시대는 비대면 마케팅이 주가 되고, 그에 따른 감성과 기술적 능력이 중요해졌다. 좋은 콘텐츠만 있다고 창업이나 취업이 가능한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예전처럼 혼자 부지런히 뛴다고 될 일도 아니다. 각자가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능력을 갖추고 협업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현 트랜드와 소비심리를 연구하는 연구팀과 기술적 부분을 담당하는 기술협력팀 그리고 홍보팀, 영업팀등이 함께 꾸려져야 가능한 시대라는 것이다. 취업사관학교는 청년들이나 수요자들이 직접 인적플랫폼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는 곳이다. 한 해 25조 정도의 예산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소비성의 일자리 창출을 뛰어넘은 창조에 융합을 더하며 인간연대를 만들어 주는 취업사관학교는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 때까지 학교에 이름이 남아있어야만 하는 청년들에게도 황금알을 낳도록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