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근대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경주에서 근대문화재로 등록된 건은 2006년 12월 등록문화재 제290호로 정식 지정된 일본 전통사찰 서경사와 같은 해, 등록문화재 제292호로 지정된 강동면 국당리에 있는 우안양수장으로 단 두 건 뿐입니다. 물론, 근대문화유산은 이들 외에도 불국사역과 경주역을 비롯한 지역내 간이역 역사(驛舍)들과 경주역 내 취수탑, 경주경찰서 맞은편의 화랑교육원, 황오동과 진현동 철도관사촌(일제강점기 경주역에서 근무하던 철도원들을 수용하던 대규모 주거 단지), 감포 적산가옥 등이 지역 내 산발적으로 분포해 있습니다.
이들 근대건축물들은 이국적 건축 양식이 남아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근대로 회귀하는 듯한 감성을 일깨워 줍니다. 고대 경주에 가려진 근대 경주의 시·공간적 지층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고요. 근대문화재 두 점 중 경주시 서부동 93번지에 있는 구 서경사(西慶寺) 또한 식민치하에서 일본인이 지은 건축물이지만 오늘의 우리들 역사의 한 단편이겠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일본식 전통사찰인 서경사는 당시 보기 드문 우뚝한 건물로, 혹은 이국적 풍광을 함께 선보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경사는 도심에서 만나는 근대 건축물 중에서 유일한 근대문화재 입니다. 서경사는 문화재청이 2006년 12월 등록문화재 제290호로 정식 지정한 것으로 1936~1937년 사이에 건립한 일본불교 정토진종의 불교사찰입니다. 얼핏 보아도 우리의 한옥과는 사뭇 다른 외관의 건축물로 이 일대에서 단연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목조 팔작지붕의 일본 전통 불교 양식 건축물로서 문화재청은 부분적으로 근대적 건축 요소가 가미된 것으로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 불교계에서 경주 지역을 포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지붕이 건물 높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정면과 측면의 길이가 일대일 비율에 가까워 위에서 바라본 건물의 평면이 정사각형이며, 정면의 지붕이 돌출되어 있는 등 일본 전통 불교 건축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고 합니다.
근대문화유산은 우리 근대사의 아픔도 함께합니다. 특히 일본인이 지은 건물에 대해서 극심한 반일감정 때문에 유지나 보수보다는 쉽게 허무는 것이 국민 정서에 더 부합되어 왔던 것이 현실이었죠. 경주의 근대 자산도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지은 건축물이 대부분이지만 그 시대의 흔적은 이제 경주의 근대 역사이자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현재, 서경사 옆 부지에 경주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이 완공돼 그동안 판소리 전수관으로 활용된 서경사 건물은 리모델링을 통해 공연 및 전시공간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도시는 과거의 유산과 흔적을 보존하면서 새로움을 덧붙여 나갑니다. 오늘의 서경사는 도시역사의 시간의 단면을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그림=김호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