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운동을 할 때 느껴지는 쾌감과 행복감을 ‘러닝 하이(running high)’ 혹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한다. 이는 운동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감이다. 오래 달려도 전혀 지치지 않을 것 같고,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특히 마라톤을 할 때 극한의 고통을 느끼는 35km 지점쯤 되면 이와 같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문성의 자취를 찾아 그동안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힘이 들었으나 막바지에 이르니 이제 ‘러닝 하이’를 느끼게 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관문성의 서쪽 끝자락을 찾기로 했다. 그런데 모화리의 관문성은 물론이고, 동쪽 신대리성은 그 자취가 뚜렷하지만, 이곳 관문성의 서쪽 부분은 잘 알 수가 없었다. 문헌을 접하지 못해 인터넷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자료를 찾기가 힘들었다. 외동읍의 녹동리와 울주군 범서읍 지역에 관문길이라는 도로명 주소가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일단 집을 나섰다.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고자 했으나 행선지를 명확하게 설정할 수 없어 난감했다. 일단 관문성의 주변으로 추정되는 원녹동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중에 녹동마을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이리저리 살피는데 마침 행인을 만나게 되었다. 관문성의 위치를 물으니 한 5리쯤 가서 나오는 못을 지나면 관문성이라고 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못이 바로 두산지였다. 이 못을 지나니 갑자기 길이 넓어지고 통행하는 차량이 많다. 이 길이 바로 국도 제14호선인 관문로였다. 바로 앞에 원녹동버스정류장이 있는데 경주 시내에서 운행하는 609번 시내버스 종점이다. 길 건너편에는 울산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 대신정류장이 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뚜렷한 성곽의 자취를 볼 수 없는데 길 동쪽 편으로 나지막한 석축이 있다. 관문성이다. 이곳 관문성의 서쪽 끝부분은 울주군 범서읍 두산리와 외동읍 녹동리의 경계 지점이다. 이 지역의 도로명이 관문로, 관문〇길이다. 그리고 녹동 쪽으로 성저(城底) 마을이 있고 이 마을의 도로명이 성저길이다. 성저란 성의 아래에 있다는 의미로 성밑이라 부르다가 한자로 성저라 칭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신대리성의 아래에 기령이라는 지명이 있는 것과 같이 이곳에도 관문성에 주둔하던 병사들이 군기를 꽂은 기배기바우가 있다는데 확인을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관문성과 관련한 지명과는 달리 이곳에 관문성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국도 14호선이 관문로이고, 울산과 경주 경계 지점이 관문성의 성문터라고는 하지만 돌로 쌓은 나지막한 축대만 남아 있다. 이곳이 성문이 있던 터라고는 하나 성문의 흔적을 더듬기에는 무리이다. 이 일대 마을은 울산공업지구의 확장으로 화물차 통행이 잦아 옛 맛을 잃고 있다. 또 다른 관문성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틀 후 다시 길을 나섰다. ‘관문성탐방로’가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색에서 문화재 관련 내용은 찾을 수 없고 등산로 내지는 둘레길 걷기 코스로 안내되어 있을 뿐이다. 순금산과 천마산의 중간 쯤에 관문산성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듯하여 먼저 순금산 쪽으로 갔다. 골짜기 안쪽으로 태고종 사찰인 천불사가 있다. 그런데 한참 안쪽으로 들어가 보아도 관문산탐방로라는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조성한 탐방로라면 진입하는 길도 정비가 되어있을 터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되돌아 나와 천마산을 찾았다. 그러나 이곳 진입로도 다르지 않다. 입구에서 머뭇거리는데 마침 행인이 있어 물어보니 서장사 뒷길로 올라가란다. 하늘땅 유치원과 정안요양병원을 지나면 바로 그 안쪽으로 서장사가 있다. 서장사 뒤로해서 산길로 접어드는데 반갑게 ‘관문성 500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15분여를 오르니 드디어 고개마루에 이른다. 관문성탐방로라는 표지판과 아울러 관문성 안내판이 있다(그동안 여러 차례 관문성 안내판을 보았는데 모두 같은 내용이다). 성의 흔적이 뚜렷하지는 않으나 그 아래로 무너진 돌무더기가 죽 늘어져 있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700여m를 오르면 천마산이고 동쪽으로는 순금산이다.『대학』 「정심」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心在不焉 視而不見(심재불언 시이불현)’즉 ‘마음이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며칠을 두고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니기는 했으나 관문성의 실체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다. 마음만 문제가 아니고 소양이 부족했던 것이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순금산에서 천마산까지 관문성의 흔적을 차근차근 더듬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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