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책에 따라 어업해 우리나라 자연산 문어를 국민 식탁에 올리고 있다는 것에 뿌듯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선장들의 노령화가 가속되는 것에 비해 이 일을 배우려고 하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요”
감포에서 문어잡이 선박을 가지고 있는 선주(船主) 조경수 대표의 말이다. 문어는 낙지과의 연체동물로 다리가 여덟 개여서 팔초어(八稍魚) 또는 팔대어(八帶魚)라고도 하며 다리에는 강력한 빨판이 있다. 먹을 쓸 줄 알며, 몸을 낮춰 생활하는 ‘글월 문(文)’의 문어라는 이유로 양반들이 특히 좋아했다는 고기로 특히 경상도 지방에서는 설 차례상과 잔치에 빠질 수 없는 귀한 물고기다.
성인 몸집만한 거대한 대문어를 잡아 올리는 기분은 어떨까. 바다의 황제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고기를 잡아 올리는 선박이 우리 지역 감포에도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지난 16일, ‘광성호’라는 문어잡이 배 한척을 가지고 있는 선주(船主) 조경수(66) 대표를 감포에서 만났다. 감포 토박이자 감포중고등학교 총동창회장이기도 한 그를 감포 주민들은 ‘회장님’으로 부르고 있었다. 흡사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를 떠올리게 하는 풍모에선 거칠지만 속정 깊은 항구 사람의 체취가 물씬 풍겼다. 문어잡이 배는 대개 24톤~29톤 정도며 조 대표의 배는 총길이가 27m로 29톤이었다. 광성호에는 ‘근해 채낚기 통발 29톤’이라 씌어져있었다. 풍랑주의보로 양포항에 정박 중인 광성호에선, 선원들의 굵은 땀방울처럼 진한 삶의 현장 속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거친 바닷길을 가르며 끝도 없이 문어를 잡아올렸을 광성호 앞에 조경수 대표가 섰다.
-아들은 문어잡이 배 선장, 아버지는 선주(船主)...어업인 이익과 문어 생산고 높이는데 앞장 서 조경수 대표는 감포 출생으로 1979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산내면 출장소 소장으로 5년, 고향인 감포에서 감포출장소 소장(서비스 센터장)으로 20년간 근무하는 등 약 32년간 공기업에 몸담았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감포를 벗어난 적이 거의 없는 셈이다. 고향 감포에 대해선 누구보다 애정이 많은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퇴직을 한 뒤 그는 바로 고향 감포에서 문어잡이 선박(광성호)의 선주가 된다. 조 대표는 우선 선장 자격증을 취득했고 선장으로서 직접 운영해보고 이 일의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한다. 확고하게 자신감을 얻은 그는 한국전력공사 6년차였던 그의 아들(조영관·40)도 직장생활을 그만두게 하고 현재 광성호의 선장을 맡기고 있다. 이들 부자(父子)는 지금까지 10여 년째 이 일을 경영하고 있다.
조 대표는 “노령화된 선장들이 대부분인데 전산화된 시스템에 대해 젊은 선장인 아들에게 문의할 정도로 디지털적 작업에 능통합니다”라며 든든한 아들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조 대표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전국문어생산자협회를 조직해 해양수산부 사업을 유치하는 등 어업인의 이익을 높이고 문어 생산고 또한 높였다. 또 선원들에게 지급하던 보합제 방식 대신 월급제를 도입하는가하면, 양포통발협회장을 맡고부터 살아있는 활어 상태로 판매하게하고 외국선원도입제, 어쟁(魚爭)을 조정하는 역할 등을 맡아 추진해왔다. 이에 (사)전국문어생산자협회장으로 분쟁 해결에 공을 세운 것을 인정받아 해양수산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어업인에 대한 공로로 경주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이런 변화들을 선두에서 추진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93,94’ 해구에서 문어 잡아 국민 식탁에 올려...이 해구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손에 꼽을 만큼 황금어장이지만 최근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라는 난관에 봉착 조 회장의 선박이 조업하는 해구는 구룡포나 감포 앞바다가 아닌 울산과 부산, 일본 근해지역인 ‘93,94’ 해구다. 이 해구까지는 양포항에서는 4시간 반, 감포에서는 3시간 40여 분 걸린다고 한다.
“93,94 해구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손에 꼽을 만큼 황금어장입니다. 이 구역에서는 문어, 가자미, 오징어, 꼼장어 등이 엄청나게 잡히고 있습니다. 이백여 대가 이곳에서 조업하고 있는데 양포통발회장을 맡으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분구 어쟁이 너무 심해 흡사 전쟁터와도 같았습니다. 어업관리단 조정위원회에서 제가 주관을 해 서로 효율적이고 평화롭게 조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한 문어 생산고를 올리고 있으며 양포, 감포, 구룡포, 포항 등에 전량 위판으로 들어가 경북 예천, 안동, 영주 등 내륙지방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이곳의 문어가 워낙 맛이 좋다보니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까지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근해채낚기통발 어선으로 문어를 잡습니다. 가로 120cm, 세로 80cm, 높이 60cm의 사각문어통발을 2100m 한 줄에 30m당 70개씩 70틀 정도 설치해 약 5000개의 통발을 사용합니다. 어구표시기를 설치하고 통발 안에 청어 미끼를 넣어 투망을 해 2~3일 만에 건져 올려 문어가 잡히는 방식으로 조업하고 있습니다. 93, 94해구에는 문어잡이 어선이 열서너대가 포진돼있어 국민식탁에 문어를 올리고 있지요. 특히 이 해역에서 어획된 문어는 전국 생산량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답니다”
그런데 동해안 최고 황금어장 93, 94해구가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라는 갑작스런 난관에 봉착해있다고 한다. 문제는 송철호 울산시장이 핵심공약사업으로 내세우면서 발단됐다. 조 회장을 비롯한 이 해구 어업인들은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93,94 해구 일대는 황금어장이라는 이유로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자연 생태계와 어자원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세대로서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조 대표는 “울산시장의 공약사업이고 국책사업이니 이해할 수도 있지만 수백 척 어선과 어민들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어업인들이 부양하는 가족들과 연관된 산업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고 결단을 내려야하는데 그러한 배려 없이 진행 중이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수 십 년간 조업하고 혹은 대대로 물려줄 천혜의 어업의 장(場)을 하루아침에 깡그리 없애기 전에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요즘은 조업을 하고 있어도 참 걱정이 많습니다”라면서 해상풍력발전시설에 보다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해주기를 거듭 바랐다.
-양포항에서 출항하는 감포 선주의 문어잡이 배는 조경수 대표의 어선 한 척 뿐, 한 달에 서 너 번 출항하고 한번 나가면 3~4일 정도 바다위에서 작업하고 생활 감포 어선들의 주요 어획종이 가자미인데 비해 양포항에서 출항하는 감포 선주의 문어잡이 배는 조 대표의 어선 한 척 뿐이다.
“우리 어선을 포함해 양포, 감포, 구룡포, 울산 등지의 문어잡이 어선은 모두 13~4대 정도입니다. 연안에서 문어를 소량 잡아들이는 배들 이외에는 우리의 문어 외획고가 출항 1회 당 약 1톤에서 약 5톤까지로 전국적인 어획고를 자랑합니다. 연중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지 않는 한, 한 달에 서 너 번 정도 출항하고 있는데 한번 나가면 3~4일 정도 바다위에서 작업하고 생활합니다. 외국 선원 6명(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의 외국인 노동자)과 한국선원 4명(아들 조영관 선장 포함)이 배 위에서 고락을 함께 하는 것이죠. 일찍 만선이 되면 더 빨리 돌아올수도 있고요”
“바다일 중 힘 안 드는 일은 없겠지요. 이 일도 새벽 4시경 일어나서 밤 11시까지 조업하고 아침, 점심 10여 분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작업이 돌아갑니다. 최근엔 구정 이틀 전까지 작업하고 약 일주일 간 풍랑주의보가 계속 발효돼서 지금은 양포항에 정박중입니다. 이럴때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항하는 거죠”
-특히 경북지방에서 가장 대접받는 고기 ‘문어’...“동해에서 잡은 우리 문어는 죽도시장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문어는 참문어와 대왕문어로 대별됩니다. 참문어는 2~3㎏정도로 자라지만 대왕문어는 50~60㎏까지 자랍니다. 우리는 대왕문어를 잡습니다. 가장 큰 문어는 50㎏정도인데 수시로 잡힙니다. 웬만한 사람 키 만하고 다리 하나가 팔뚝 만하지요. 하하. 시장에서는 주로 1~5㎏짜리가 제사상, 행사, 잔치상에 많이 쓰입니다. 문어는 특히 경북지방에서 가장 대접받는 고기로 안동 예천, 봉화, 영주 등 경북지방에 팔리는 문어만해도 엄청나거든요. 맛은 5~15㎏ 정도가 가장 뛰어나고요. 옛말에 선비들이 문어를 먹지 않으면 과거시험에 떨어진다는 말이 전하는데 이는 문어의 빨판이 워낙 흡착력이 강해 절대 떨어지지 않은데서 유래한답니다. 그래서 선비들이 즐겨 먹었다는 설이 전해지지요”
“신정과 구정, 추석, 연말연시, 대단위 행사시, 묘제 때가 가장 고가로 팔리고 있어요. 그 시점에 생산량까지 적으면 가격은 더욱 올라가고요. 예년엔 구정때 1㎏에 5만원~5만5000원을 호가했는데 올해 구정엔 코로나로 수요가 줄어드는 바람에 2만원~2만3000원 정도에 팔렸어요.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어항 작황이 좋아서 하락한 가격을 그나마 상쇄 할 수 있었습니다. 남해와 서해 문어는 다소 질긴 반면, 동해에서 잡은 우리 문어는 죽도시장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새벽 한 시경에 입항하자마자 새벽 두 세 시경 양포수협에 일부분을 하역하고 나머지는 포항 죽도시장 위판장에서 팔고 있습니다. 전국적 판매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요. 감포수협에도 생산고를 올려주고 싶지만 감포중개인으로는 부족해서 할 수 없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한편, 선주로서 사업을 시작한 그는 비슷한 시기에 감포중고등학교 총동창회 회장직도 맡아 진한 모교애를 실천했다. 학생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봉착한 감포고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서울의 동창회와 연계해 노력한 결과 2018년 교육부로부터 마이스터고로 지정받아 2020년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등학교로 개교하는 성과를 올린다. 감포고등학교가 오늘의 마이스터고로 존립하는 기반인 된 것이다. 지금도 이 학교의 학생 유치와 그에 따른 지역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감포장학회 활성화와 초중학생 이탈을 막기 위한 여러 교육사업에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을 만큼 고향 감포에 대한 조 대표의 애정은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