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위대한 정치가이자 문필가였던 윈스턴 처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재물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여기서 ‘용기’는 종종 ‘건강’으로 바뀌어서 언급되기도 하는데, 그만큼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무슨 사고가 발생하면 물건이 손상되거나 손해를 본 규모를 확인하기보다 다친 데가 없는지 먼저 물어보는 것이 기본인 것은 생명과 건강의 중요성과 가치를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도로 보면 건강이 최우선이고, 명예가 그다음이며 가장 낮은 순위는 재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반대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서로 건강해지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은 상상이 안 되고 명예나 돈을 좇아 서로 치열하게 다투는 장면은 종종 보게 된다. 심지어 부와 명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경쟁에서 뒤처졌거나 실패한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현대도시도 마찬가지다. 서로 건강한 도시가 되기보다는 경제적 기회를 더 많이 차지하고 타 도시보다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애쓴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얻기 위한 무한한 노력과 세수 확보를 위한 피나는 경쟁이 도시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 모두 우리 도시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함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도시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을 통한 신체 단련과 마음 수련이 필요하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곧은 척추와 골격은 유연하고 효율적인 도시구조를, 튼튼한 폐, 심장을 비롯한 오장육부는 도시의 각종 기능을 의미한다. 깨끗한 혈류는 막힘없는 물자와 사람의 흐름이고, 맑은 정신은 건전한 공동체에 비유할 수 있다. 경주라는 공간을 이 같은 관점에서 진찰해보자. 먼저 경주의 도시구조는 외곽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도시가 외연으로만 확장하는 것은 또 어딘가는 버려지는 공간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어진 체격조건 하에서 단단하게 근력을 키워야 한다. 도시의 영양분이 골고루 전달될 수 있도록 압축적인 도시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다음으로 숲과 공원은 도시에서 폐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공기를 정화하고, 여름철 시원한 바람을 만든다. 그리고 시민들 여가와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같은 숲과 공원들이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나무를 심고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내활동이 많았던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면 어느 때보다 공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외지인들을 위한 관광지를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을 위한 일상의 공원과 숲 조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막힘없는 사람과 자원의 흐름을 위해 매년 도로를 넓히고 다리를 놓는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혈관만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것은 잘 흘러가고 내보내야 하니 막힌 곳을 뚫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버스전용차선과 같은 획기적인 정책을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공동체의 건전한 회복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코로나로 인한 오해와 불신으로 상처받은 공동체를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지역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의 경우 공론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는 방향으로 해결점을 찾는 것과 같이 우리 공동체가 더 성숙해지는 성장의 과정도 필요하다. 새해가 밝았고 곧 설이 다가온다. 우리는 매년 1일, 매월 1일, 그리고 설날과 같은 날에 의지를 다진다. 이전에 달성하지 못한 목적을 이번에는 기필코 이루겠다며 한해 또는 앞으로의 목표를 잡아본다. 나는 새해를 맞아 우리 경주가 올해 더 건강해지기를 희망한다. 누구나 건강해지는 방법은 안다.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살면서 병치레가 없을 수 없다. 올해도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이 잦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 건강한 도시 습관을 통해 경주가 무병장수하는 도시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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