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이하 경주박물관)이 올해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지난 1일자 부임한 최선주(58) 신임 국립경주박물관장이 그 주인공이다. 최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초대팀장,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춘천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과 연구기획부장, 미래전략담당관을 역임하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박물관 기획통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 미술을 전공한 최 관장은 다양한 경험과 관록을 바탕으로 불교 미술의 보고라 할 수 있는 경주에서 일하게 된 인연에 감사하며 이미 경주박물관에 최적화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기획 중이었다. 그는 한 달여 남짓한 짧은 기간 내 몹시 역동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다. 또한 매우 구체적인 계획까지 수립돼있어 그 기획력을 기대해봄직 했다. 매주 경주남산의 불적(佛蹟)을 찾고 있다는 최 관장은 경주박물관만의 매력과 장점을 파악하고 효용치를 끌어올리는 구상에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최 관장은 또 경주박물관의 내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새롭게 대두되는 박물관에 대한 개념의 전환에 숙고하고 있음도 내비쳤다. 그는 경주박물관이 발전하는 긴 과정 속에서 주어진 책무를 찾아 설계하고 그것이 경주박물관의 지속적인 발전의 일환으로 가 닿길 바랐다. 권위적인 수장의 태도를 지양하고 실질적인 업무까지 참여하고 있다는 최 관장을 지난 26일 오후, 경주박물관에서 만났다. 소탈한 미소 사이로 열정과 신념이 분명한가하면, 다소 감성적이기도 한 풍모였다. -국립경주박물관(이하 경주박물관)에 부임하신지 한 달 여 지났다. 경주의 이미지는? 1991년 경주남산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뒤 30년 만의 경주행입니다. 경주는 박물관 관계자라면 누구나 근무하고 싶은 도시지요. 매번 출장 오면서 잠깐씩 스쳐 다녀갔을 뿐이었던 역사도시 향취가 진한 경주를 자세히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더구나 불교미술을 전공한 저로선, 불교 미술의 보고라 할 수 있는 경주에서 일하게 돼 더욱 기쁩니다. 경주는 각각의 의미가 역사적 흔적들의 지층 속에 내재된 도시랄까요? 새롭고 무궁한 역사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도시인 것 같습니다. -전국 박물관과 미술관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국립박물관 전시 지평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주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국립경주박물관에 부임했다. 중책을 맡았는데 소회를 말해 달라. 전국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하 중앙박물관) 소속 13개의 박물관이 있는데 그 중 경주박물관은 중앙박물관에 버금가는 대표 박물관이라 생각합니다. 또 주지하다시피 신라천년의 역사성과 함께 1945년 건립된 경주박물관 관장으로 일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박물관은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는 곳은 아닙니다. 제가 잠시 머무르는 동안 주어진 책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고민하고 경주박물관이 발전하는 긴 과정 속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을 찾아 설계하고 있습니다. -경주에서의 재임 동안 개인적인 포부와 함께 올해 2021년 주요(역점) 전시계획과 사업추진은? 올해 할 일이 좀 많습니다. 하하. 경주박물관은 지난해까지 신라역사관을 개편한데 이어, 올해는 신라미술관 2층 전체를 개편할 예정입니다. 그 중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사원(사찰) 문화를 기존 황룡사실과 아울러 역사적으로 조명해보는 체계적인 상설전시공간으로 구축하려고 합니다. 또 경주 역사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내용을 시리즈로 엮어 상설전시에 걸맞게 수준높은 책도 발행할 예정입니다. 또 박물관에서의 관람객 체류시간이 짧은 것에 대해선 그 일환으로 고청지 일대에 아름다운 카페 공간을 제공해 체류 시간을 늘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방문객이 언제든 찾아서 차도 마시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이미 발주를 했으며 올해 11월경 완공예정입니다. 박물관의 유물도 감상하고 아름다운 박물관 주변 지연경관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박물관의 문턱을 낮출 뿐만 아니라 미래 잠재고객을 확보하고 방문객의 체류시간도 늘일 수 있는 효과도 예상됩니다. 그 외 한국 고대 유리 특별전 ‘오색영롱, 한국 고대 유리와 신라’를 연장 전시하고 ‘이방인’이라는 특별전을 통해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를 병행하고 온라인 교육도 체계화해서 운영할 것입니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특별전 ‘이방인’은 외부인들을 배제하지 않고 받아들인 시작점을 삼국과 통일에 있다고 전제하고 다문화의 시작으로 바라본데서 기획해 현재적 관점에서 역사를 조명하고자 하는 전시입니다. 기층민의 문화에 새로운 외래요소가 유입된 과정과 기층민이 외래문화(이방의 문화)를 어떻게 수용해 보편화하고 국제화시켰는지를 조명해보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저는 우리박물관이 앞으로 브랜드화 할 수 있는 중요한 유물중 하나가 성덕대왕신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올해가 성덕대왕신종 완성 1250주년이므로 신종각을 구상중입니다. 타음 조사를 3년간 하고 있고 타음 조사가 종료되면 신종각(3층 정도의 건물로 종각, 교육공간, 수행공간)을 기획해 국비확보에 도전하려 합니다. 우리박물관은 신라 천년 역사의 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박물관으로서, 기존의 여러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경주박물관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경상북도내 박물관과 미술관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올해 41개의 박물관과 미술관 협회와 함께 대표 유물(애장유물)들을 경주박물관에서 공동 전시로 풀어나가는 방안을 함께 구축해가는 원년으로 삼겠습니다. -박물관의 건축적 아름다움과 자연 경관도 중요한 감상의 포인트다. 최근, 자칫 경직될 수 있는 전통을 동시대에 걸맞게 해석한 전시 공간의 변신도 성공적이었다. 이러한 변화와 시도에 대한 의견은? 중앙박물관 소속의 전국 13개 박물관은 각 지역의 성격과 특색에 맞는 박물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 중 경주박물관은 신라의 역사문화, 신라불교미술의 연구센터로서의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경주박물관이 1975년 경주문화원(경주박물관 전신)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며 점진적으로 신라역사문화를 확장시킨 역할을 해온 것에는 외형적인 발전 뿐 만 아니라 내적인 성장도 있었을 것입니다. 근무한 지는 한 달 정도지만 경주박물관에 대해 제가 꿈꿔온 구상은 오래전부터였습니다. 경주박물관의 내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새롭게 대두되는 박물관에 대한 개념의 전환에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즉, 유물을 발굴해 보존처리하고 전시로 보여주는 식의, 자녀 과제를 해결하는 어두컴컴한 학습의 장(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힐링 공간으로의 변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문화적 소양의 고양은 물론 체험과 놀이 공간, 감성적으로 충만한 공간으로서 박물관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죠. 최근의 신라역사관 리노베이션(renovation)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박물관 내부의 전시환경개선과 함께 박물관의 외형적인 부분 즉, 감성을 자극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화에도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 박물관 전체에 중장기적인 조경계획을 세워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어 유물과 자연스럽게 연계해 감상의 폭을 넓히고자 합니다. 오래 머물면서 치유받는 공간으로, 편안한 놀이의 장소로 방문객을 맞이할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관람객의 관람 패턴과 양상도 달라졌다. 이에 대한 사업 추진과 서비스에 제약이 많았을 것이다. 방안이 있다면? 코로나 이전과 이후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선 그 변화가 큽니다. 저는 오히려 지금이 박물관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이전엔 특별전의 경우도 오프라인 전시로 끝나고 전시를 해석하는 동영상 정도였다면 지금은 전시 자체를 오프라인 전시와 온라인 전시 두 개 버전으로 제작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간 진행하지 않았던 온라인 전시를 SNS로 홍보하는 것은 코로나 종식 이후를 든든하게 대비할 수 있는 기반 조성으로 봅니다. 그래서 부임하자마자 지금 전시하고 있는 한국 고대 유리 특별전 ‘오색영롱, 한국 고대 유리와 신라’와 연계한 온라인 특강도 그러한 맥락에서 진행했던 것입니다. -출토유물은 출토지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차선책으로 중앙박물관 경주출토 전시품의 순회전이라도 늘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경주의 정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주박물관은 51건이나 되는 국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박물관이지요. 경주에서 출토된 문화재가 중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유물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물들이 전시돼 국내외 많은 이들이 한국문화를 단시간에 집약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곳입니다. 신라의 대표 출토유물을 가장 보편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로서 당당하게 경주출토유물의 위상을 높이며 전시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문화재를 가장 잘 보존하고 활용하고 있느냐에 대한 주안점이 강조되고 있는 점에서 부합(符合)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가 어디에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활용 또한 대승적 차원에서 반드시 고려해보아야 한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현재 전국박물관에서 특별전을 할 경우 경주박물관의 소장 유물을 대여하지 않고선 특별전 구성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니 우리박물관이 시민과 함께 아량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만 향유하는 것이아니라 자손대대 물려줘 향유해야할 문화유산이니까요. 저희도 상호간 특별교류전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하겠습니다. 인물사진 촬영/제공 : 오세윤 문화유산전문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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