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장 정 희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접시꽃은 촘촘촘 연지곤지 바르고
길섶으로 와르르 몰려든다
밥벌이 꽃이다
역전의 색시만큼 야하다
먼 길로 마음 부리러 가는
가슴 하나 가지지 못한 그들
마음 앞선 여름 땡볕 아래서
붙잡는다
사랑은
긴긴 날 끌어안았던
꽃잎같은 것,
불끈 푸른 정맥이 떨리는
후진 없는 7번 경포도로엔
꽃등이 종일 길 밝히고 있다
*현재, 경주부림종합상사 근무,시인.
접시꽃을 바라보는 시인의 관조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왜냐하면 그냥 피어서 반기는 꽃이 아니라는데 있다. 길을 가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접시꽃의 환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선명한 풍경을 어떻게 표현하면 더욱 빛날까.
아니나다를까 시인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와르르 몰려든다`고 잘 표현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역전의 색시만큼 야하다`는 의미는 이미지의 선명성을 살리는 수단으로 읽히며, `밥벌이 꽃이`라는 것도 접시꽃의 원어의 의미를 잘 살린 경우로 읽힌다.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먼 길로 마음 부리러 가는 가슴 하나 가지지 못한 그들`이다. 행인들이야 지나치며 그 풍경을 만끽하면 그만이지만, 접시꽃의 사장은 그렇지 않다. 한곳에서 붙박힌 몸으로 살아가야하기에 행인을 유혹이라도 나와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은, `긴긴 날 끌어안았던 꽃잎` 즉, `촘촘촘 연지곤지 바르고` 누굴 기다리는 빈 가슴의 그들 운명인 것을 어쩌랴! 우리는 이 시에서 접시꽃에 대한 연민을 강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길가에 나와서 마냥 기다리는 사랑에의 갈망이 그들의 서 있는 자태인 것이다.
시인이 드라이브하며 피서길이라도 나서듯 `후진 없는 7번 경포도로`에서의 일이다. ``후진 없는`이라는 어휘가 풍기는 의미도 중요한 몫이 됨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