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PC방을 운영해온 윤모(남, 44)씨는 지난 20일 영업을 끝으로 결국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업제한으로 지난해 문을 연 날이 드물었다. 지난해 몇 달은 아예 손님을 받지 못한 탓에 월세를 내지도 못한 상황이 이어져 보증금조차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다.
문제는 폐업을 하려고 해도 돈이 든다는 점이다. 건물주는 남은 계약기간 동안 월세 납부와 인테리어 원상복귀를 요구했다. 철거비만 수 천 만원의 견적을 받았다. 2019년 12월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업그레이드 한 PC들은 제대로 활용도 못했고, 전국적으로 폐업하는 PC방들이 늘어나면서 중고가격도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이다.
100대였던 PC는 조금씩 처분해 절반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마저도 시세보다 싸게 정리해서 손해를 봤다.
윤 씨는 “망해서 가게 문을 닫는데 폐업에 들어가는 비용도 감당이 안된다”며 “보증금도 못받고, 물건도 제값에 팔지도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며 “PC가 100대였지만 실제로 하루에 손님이 10명도 채 안될 때가 많다. 전국적으로 폐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 보니 매입가격도 너무 싸서 업자들한테 넘기지는 못하고, 가게에 자주 오던 고객들에게 헐값에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안 그래도 죽을 맛이었다. 가뜩이나 힘들던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몰렸다.
인테리어 원상복구 등 철거비용이 만만찮은 데다 정부 보증으로 받은 소상공인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등 폐업도 돈이 있어야 가능해서다.
김모(남, 39) 씨는 2019년 겨울 PC방을 개업하면서 인터넷을 3년 약정으로 계약을 한터라 쉽게 그만두지도 못하고 있다. 개업시에는 5명이던 직원도 지금은 한 명도 없이 홀로 버티고 있다.
김 씨는 “가게도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지금 폐업하면 위약금이 감당이 안된다. 인터넷도 지금 계약을 해지해야 할 경우 위약금으로 내어야 할 돈이 많은 상황이다. 하루하루가 너무 버티기 힘들다”며 “지난 2차 재난지원금의 경우에도 타 지역은 200만원 지원을 해줬는데, 경주는 100만원만 지원해줬다. 똑같은 PC방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어려운 것은 요식업계도 마찬가지다. 음식점의 경우 사용하던 주방기기들은 매입도 해주지 않아 오히려 돈을 주고 처분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
이모(남, 41) 씨는 8년간 운영해오던 매장을 지난해 12월 폐업했다. 매출대비 월세와 원자재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매장을 인수해줄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불경기 탓에 매장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버티다 못해 폐업을 결심했지만 매장에서 사용하던 주방용품은 오히려 돈을 주고 처분해야 했다고 한다.
이 씨는 “음식에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매출이 떨어지고, 원자재의 유통기한이 지나니 처분하면서 발생하는 비용 등 더 이상 유지가 힘들어 폐업하게 됐다”며 “사용하던 집기들도 깨끗해서 괜찮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워낙에 전국적으로 많은 중고 주방매물들이 나오는 탓에 매입도 잘 되지 않았다. 거기다 원상복구를 위한 철거비용도 만만찮아서 폐업하기도 힘들었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취업패키지가 있어서 현재는 직업학교에 다니고 있다. 8년간 애지중지 했던 가게를 처분하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 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에 해당되는 업주들을 위한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이 업종별로 100~300만원까지 지원되고 있지만, 지원금을 받기위해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가 힘들어 폐업하는 가게들은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버팀목자금은 2월중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폐업을 신청하러 오는 민원인들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많은 민원인들이 그때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폐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