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가진 힘은 의외로 매우 크다. 유명한 노래 속 도시들은 노래 그 자체로 이야기도 되고 관광의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노래로 기억되는 도시는 대중들 마음속에 그 노래의 분위기로 기억되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목포의 눈물, 대전 블루스, 흑산도 아가씨, 서울의 찬가, 돌아와요 부산항에, 칠갑산, 안동역에서 같은 노래는 노래 제목에 나온 고장들을 대중들에게 확연하게 각인시킴과 동시에 전 국민들에게 도시들을 대표하는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경주는 박목월 선생의 고향이자 유치환 선생의 삶터였고, 우리나라 근현대 시인들이 가장 자주 찾던 명소였다. 조지훈 선생이 경주고등학교 교가를 썼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인들이 경주를 내왕하며 경주에 대해 노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경주 출신 시인들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고, 경주에도 유명한 시인들이 경주의 구석구석을 시적 감수성으로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아쉽게도 이렇게 많은 시인들이 활동해온 경주지만 경주를 대표할 만한 노래가 없다. 1949년에 발표된 현인 씨의 ‘신라의 달밤’에 불국사, 금오산 같은 경주의 명소들이 등장하지만 세대가 흐를수록 이게 경주를 노래한 것인지조차 인식되지 않을 만큼 시대와 동떨어져 있다. ‘신라의 달밤’은 40대 이상 세대들, 다시 말해 경주가 수학여행지 1순위로 꼽히던 시절 경주로 와본 사람들에서 거의 멈추었고, 그 이하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경주는 잊어버린 고도(古都)가 되고 말았다. 노래를 모르는 세대가 도시마저 잊어버린 채 발길을 끊어버린 것 아닐까? 조바심이 난다. 바로 이런 망각의 시기에 경주에 대한 시를 쓰고 그것을 다시 노래로 만들기 위해 흔연히 뛰어든 시인이 있어 눈길을 끈다. 본지가 지난해 11월 26일자 ‘SNS는 즐거워’란을 통해 보도한 바 있는 강원석 시인이다. 당시 강원석 시인은 ‘달빛 흐르는 밤, 경주에서 – 달빛 경주’라는 시를 짓고 이 시를 경주 노래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두 달 가깝게 흐른 지금 강원석 시인이 그 포부를 현실화 시키고 있어 부쩍 기대된다. 확실히 ‘이것이다’고 결정만 하지 않았을 뿐 이미 곡이 만들어져 있음을 강원석 시인과의 만남을 통해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아직 결정하지 못한’ 그 노래는 경주라는 도시를 완전히 새롭게 인식시킬 만큼 현대적인 감각에 가슴을 푹 젖게 만들 만큼 호소력까지 갖추었다. 시에서 표현한 경주가 경주의 유적이나 역사 같은 해묵은 재료들이 아닌 ‘청춘과 달빛’인데 노래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가사에 어울리는 ‘달달하고 따사로운 연인의 감성’으로 넘친다. 경주가 이렇게 해석된다면 전국의 연인들이 죄다 경주로 달려올 것 같은 기대가 될 정도다. 어쩌면 경주의 시인들이 경주를 너무 잘 알고 너무 오랜 기간 익숙해서 넘을 수 없었던 인식의 범주를 강원석 시인이 다소 이방인적인 직관과 감성으로 절묘하게 찾아냈고, 그것을 요즘 트렌드를 잘 아는 젊은 작곡가와 보컬들이 만든 작품일 법하다. “경주는 여러 가지 가치와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도시지만 그중에서 밤 풍경이 특히 아름답고 인상적입니다. 그래서인지 경주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슴이 따듯해집니다. ‘달빛 경주’도 그런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쓴 시입니다” 강원석 시인이 경주를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시인으로서는 물론이려니와 그의 특별한 이력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변진섭 ‘별이 된 너’, 태진아 ‘고향-농부의 노래’ 윤복희 ‘세상은 기억하리라’, 추가열 `빗속의 추억` 등 쟁쟁한 가수들과 작업한 이력은 그의 시가 얼마나 대중들과 깊이 호흡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최근 시청률 21%대의 KBS1 TV 일일드라마 ‘누가 뭐래도’의 OST곡 ‘외로운 밤 그리운 너’ 역시 강원석 시인의 시가 노랫말이 된 것이다. 이 노래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기 작곡가 ‘알고보니 혼수상태’가 썼고, 노래는 ‘미스터트롯’으로 인기몰이 한 미남 가수 류지광 씨가 불렀다. 이밖에도 방송가의 내로라하는 가수들과 기획사로부터 강원석 시인에게 노랫말을 얻기 위한 섭외가 수시로 들어오고 있다. 시적이고 아름다운 노랫말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 때문일 것이다. “경주와 처음 인연 맺은 것은 중학교 수학여행 덕분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고등학교 때도 경주로 수학여행을 왔어요. 감성이 최고조인 청소년기 가장 중요한 두 순간을 경주와 함께 했기 때문에 어떤 도시보다 진한 추억으로 남아 있지요” 이후 강원석 시인에게 경주는 고향인 함안과 자신이 초·중·고까지 학교 다닌 마산을 제외하고는 가장 자주 찾는 도시가 되었고, 지난 2020년에도 한 해를 여는 첫 강연을 비롯 두 번이나 경주에서 시와 관련한 강연을 했을 만큼 경주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떠오른 영감 100번 읽고 고쳐 쓴 시들, 사람들에게 감동과 행복 안겨주는 것이 시인의 ‘사명’ 강원석 시인이 이처럼 경주에서 첫 강연을 했던 것은 그의 시를 열렬히 좋아하는 팬클럽이 경주에 구성돼 있기 때문. 그의 펜클럽은 비단 경주 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도시들에 만들어져 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왕성한 SNS활동 덕분이다. “아무리 좋은 시라도 읽혀지지 않으면 가치를 발휘할 수 없기에 한 분이라도 더 제 시를 읽게 하려는 마음에서 SNS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집을 통해 독자들과 만났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책이나 시집을 멀리하는 세태 속에서 SNS상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는 강원석 시인, 그는 SNS활동이 6권의 시집을 내는데 많은 힘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그의 시가 SNS에서 연령층을 막론하고 읽혀지는 이유가 있을 법하다. “시는 영감(靈感)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떠올린 영감을 갈고 닦아 온전히 자신 있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강원석 시인은 자신이 발표한 시들은 어떤 시이건 백번 이상 다시 읽고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퇴고(推敲)를 거듭한다고 고백한다. 가끔씩 시 쓰기에 대해 묻는 시인 지망생들에게 강원석 시인이 조언하는 내용도 바로 이 점이라고. “순간적인 영감을 자랑하고 싶어서 섣불리 공개하는 것은 결국 좋은 영감을 소홀하게 취급해 더 좋은 시를 쓰지 못하게 하지요. 그래서 어떤 시이건 수없이 읽고 다듬는 과정을 거치라고 권합니다” 특히 그는 동시를 쓸 때는 완전히 정갈한 마음이 될 때까지 명상을 한 뒤에 시를 쓴다고 할 만큼 각별하게 시를 대한다. 또 시를 쓰면서 스스로 시인다운 인격을 가질 수 있도록 수시로 자신을 일깨운다고 소개한다. “소설 쓰는 사람을 ‘소설가’ 수필 쓰는 사람을 ‘수필가’라며 ‘가’를 붙이는 것은 그것을 직업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 쓰는 사람에게 ‘시인’이라고 써 명예롭다는 의미가 들어 있는 ‘인’자를 붙이는 것은 그만큼 시인을 특별히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원석 시인은 그런 이유로 시를 쓰는 것을 독자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기 위한 ‘사명’으로 여긴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이렇듯 시를 쓰는데 혼신을 다하는 강원석 시인은 시인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 짓기 이전까지는 정평 있는 공직자로서 국가에 헌신했다.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와 전혀 딴판으로 그는 태권도 고단자로 사범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합기도, 특공무술 등을 연마한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그는 공수특전사로 군생활을 마친 후 국회에서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해 청와대 행정관, 행정안전부장관 비서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경남대학교 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더 좋은 공직자가 되기 위해 정치학, 행정학, 법학을 비롯 주경야독으로 무려 7개의 대학원 과정을 마쳤을 정도로 치열한 정진을 거듭했다. 그런 그가 공직자보다 시인으로서 삶을 살겠다고 마음 굳힌 것은 시가 사람들을 풍요롭게 한다는 믿음 때문. 그의 이런 믿음은 그 자신이 절망의 고통 속에 이르렀을 때 그를 다시 살게 해준 것이 바로 시였기 때문이라 회고한다. 그런 만큼 초기 슬펐던 시와 달리 지금 그의 시는 밝고 긍정적이고 따듯하고 영롱하다. 자신을 살게 해 준 시로 또 다른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강원석 시인의 믿음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이전에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주는 앞으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도시가 될 것이다. 경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이런 경주가 세계에 알려지면 그것이 곧 국격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토록 경주를 좋아하고, 시를 아끼고, 사람을 사랑하는 그가 달빛 아래에서 쓴 감성적인 경주의 시가 바야흐로 노래로 나오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으로 결정될 노래가 어떤 모습 어떤 형태로 나올지 확인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노래가 대중들에게 울려 퍼질 즈음 경주는 또 다른 모습,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설레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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