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원래 비극이다. ‘오르페오’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해피엔딩은 없다. 그러나 상인 등 평민계급이 극장에서 당당히 오페라를 소비하게 되자 상황이 변한다. 사실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를 소재로 하는 초기 오페라는 평민들이 공감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극장에 오페라 구경을 갔다가 하품만 하고 나오는 일이 잦아진다. 이러다간 관객감소로 극장이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위기의식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있다. 바로 막간극이다.
막간극(intermezzo)은 오페라 속 오페라다. 평민들의 일상을 담은 무겁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혼하면 여자가 돈을 헤프게 쓸까봐 무서워서 결혼을 하지 못하는 구두쇠 노총각의 이야기, 뭐 이런 내용이다. 그런데 막간극은 의외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심지어는 본 오페라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적인 장르로 탄생하게 된다. 바로 오페라 부파(opera buffa), 우리말로는 희가극이다. 당시만 해도 세상의 모든 오페라는 비극이어서 굳이 비가극이라 부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오페라 부파의 등장으로 비가극은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라고 불리게 된다.
오페라 부파는 베네치아로부터 오페라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나폴리에서 18세기에 유행한다. 당시 나폴리는 매우 가난한 도시여서 지친 일상으로부터 위안이 되는 오락거리에 관심이 많았다. 오페라 부파의 선구자는 단연 페르골레시(G.Pergolesi/1710-1736)다. 그의 작품 ‘마님이 된 하녀’(1733초연)는 비가극에서 독립한 대표적인 막간극으로, 가장 오래된 오페라 부파로 꼽힌다. 이어서 파이지엘로(G.Paisiello/1740-1816)가 ‘세비야의 이발사’(1782초연)를,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을 비롯한 다 폰테 3부작을, 치마로사(D.Cimarosa)가 ‘비밀부부’(1792초연)를, 로시니(G.Rossini/1792-1868)가 ‘세비야의 이발사’(1816초연)를 작곡하여 오페라 부파의 계보를 이어간다.
파이지엘로의 세비야의 이발사는 러시아 초연 이후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오늘날 세비야의 이발사의 작곡가로 기억되는 이는 로시니뿐이다. 파이지엘로는 당대의 오페라 거장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로시니가 초연을 하자 바로 사망한다. 사람들은 점점 파이지엘로를 잊고, 젊은 감각의 로시니에 매료된다. 그 후 로시니는 꽃길을 걸으면서 세계적인 오페라 작곡가로 도약한다.
오페라 부파는 신화나 영웅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친근한 소재와 작은 규모의 공연으로 대중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특기할 만한 것은 유럽에서 자국어 오페라가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프랑스에서는 오페라 코미크(opéra comique)가, 독일에서는 징슈필(Singspiel)이 일반대중을 위한 오페라로 자리 잡게 된다. 모차르트 작품이라도 다 폰테가 이탈리아어로 쓴 피가로의 결혼은 오페라 부파이고, 친구인 쉬카네더가 독일어로 된 마술피리는 징슈필이다. 한편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오페라 코미크로 분류된다. 비가극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든 그냥 오페라(세리아)라고 부르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