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으로 존재하던 기술, 산업, 서비스(기능) 등이 서로 간의 경계를 넘어 결합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융합(convergence)시대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 정보통신기술(ICT)이 교량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컨버전스의 열풍에도 ‘갬성’이란 단어로 포장된 아날로그적인 감성도 같이 가고 있다. 즉,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 같던 컨버전스 흐름 속에 다양한 분화 현상을 일컫는 디버전스(divergence)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컨버전스와 디버전스는 서로 상호전제가 되는 상호보완적인 연결선상에 있는 순환적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 관광공간도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포스트코로나 혹은 ing코로나, with코로나 시대에 관광산업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필요할까? 관광 소비는 감소했는가 아니면 다른 형태로 전환해 가고 있는가? 이동성이 막히거나 스스로 막은 시대의 관광산업에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똑같은 공간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있고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없다면 의미가 있는 사람이나 장소, 감동을 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늘려 나가야 하는가?. 경주라는 도시는 신라천년의 삶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는 문화유산이자 최초의 관광공간으로 지속되어 왔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같은 문화유산은 건축물과 그 공간이 가지는 역사성의 가치와 강요로 인해 닫힌 관광공간으로 구조화되어버렸다. 즉, 경주에는 시간적으로 신라만이 아닌 고려와 조선, 그 후 백년 안의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라만의 역사 공간으로 약속된 지각공간이 되어왔던 것이다. 역사가들은 도시를 ‘고유’의 기록물로 보고 있으며 경주는 그 중에서도 두께가 꽤나 두꺼운 역사적 기록물이다. 그런 만큼 경주의 문화자원이 갖고 있는 최초의 지각공간들이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관점의 스토리텔링과 공간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사실 공간들은 일정한 의미에서 만들어졌거나 의도적으로 생산된 것일 수 있다. 더구나 관광산업을 위한 공간일수록 더 그러하다. 실질적으로 역사성과 교육에만 의존하지 않는 경주만의 독특한 관광공간, 독특하지 않더라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매력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관광공간이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인정받게 되면 새로운 장소성이 만들어지고 관광자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장소의 관광자원화 전략은 경주의 문화자원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현대적인 관점으로 변화를 꾀하고 그 변화대상에 새로이 긍정적인 장소의 특성을 가미하여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경주문화자원의 관광공간창출은 바로 공간스토리텔링과 직결되며 SNS 등 디지털매체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스토리들이 전달되고 소통됨으로써 새로운 문화관광 공간으로 정착되고, 점진적인 관광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 공간스토리텔링을 통해 장소성의 관점에서 내제된 가치를 끄집어내고, 디지털기술을 매개로 소통하고 거기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인 ‘갬성’으로 소비까지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면 관광공간텍스트가 공간스토리텔링으로 전환되어 지역민과 관광객이 관광공간의 장소관광자원화를 실현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경주라는 장소가 역사문화유산만이 아니라 다른 공간적인 매력도 충분히 끌어 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은 황리단길의 예에서 알 수 있다. 문영미 교수가 쓴 ‘디퍼런트(Different)’의 표지에는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이라는 말이 쓰여 있다. 정체성과 차별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여겨진다. 정체성의 개념은 인간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해 있는 문화와 살고 있는 장소에서도 발견되며, 명사형처럼 굳어진 것이 아니라 동사형처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모든 중립적인 ‘장소’를 의미로 가득 찬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인간들이 발을 들이고 만지기 이전에 장소는 단순한 물리적 구성물에 지나지 않는다. 장소는 인간에 의해 가공되고 변형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이런 점에서 모든 공간은 인간에 의하여 ‘생산’ 혹은 ‘재생산’된다. 이것이 앙리 르페브르가 말하는 ‘공간의 생산’ 혹은 ‘공간적 실천’이라는 개념이다. 결국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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