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는 작년 2월부터 형산강과 북천을 잇는 동해선의 하나인 동해남부선 철도변 완충녹지 2.5km, 폭 40m, 면적 13만7594제곱미터를 2022년 이후 철도가 폐선된 이후 철길을 걷어내고 공원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철길을 공원으로 만드는 경우는 경주가 처음은 아니다. 서울의 경의선 철길 6.3km, 광주~담양 간 전남선 철길을 숲길로 만들면서 새로운 도심 재생, 환경 친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의 경우 멋진 철길공원에 젊은 예술가와 수공예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가게가 생김으로 새로운 도시 기능을 하고 있다. 철길로 인해 단절되었던 도시가 회복되는 것이다. 경주도 택지 개발과 공장용지 조성을 피해 철도 부지를 공원화 하는 계획을 세우게 되어 참 다행스럽다. 이 기회에 경주만의 독특한 관광전략이 가미된 공원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경주를 관통하는 철도 역사는 일제강점기에 시작되었다. 1918년 하양~포항간 철도, 1919년 포항~항산간이 개통되었고, 본선의 서악역에서 분기하여 동래에 이르는 지선은 1918년에 서악~경주, 1919에 경주~불국사, 1921년에 불국사~울산간이 순차적으로 개통되었다. 이 철도는 KTX역이 통과하는 신경주역사가 생기기 이전까지 경주로 들어오는 가장 중요한 철길의 기능을 다했으나 이제 모든 철도는 신경주역으로 통합된다.
돌이켜 보면 이전까지 경주 도시계획은 주거지를 확장하고 공업 용지를 확장하는데 더 큰 가치를 부여해 왔다. 눈에 띄는 생산과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다보니 생태적 공간을 확장하여 조금 더 사람이 살만한 도시로 만드는 선진적 가치에는 소홀했던 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성동동과 북부동을 지나가던 철도 부지는 일반적인 도로를 만들고 토지는 시민에게 분양하면서 도심에 필요한 녹지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그때 만약 도시민을 위한 환경을 내다보는 지혜가 있어 철도 폐선부지를 공원화 했다면 경주시민의 삶의 질이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공원화 되는 황성동 철길 부지는 경주에서 경치가 빼어나기로 소문난 백률사와 소금강산의 경관과 연결되는 역사 경관과도 가까이 있어 공원화 계획이 더 긴요해 보인다.
그런 한편 아직도 경주 역사부지에 대한 활용에는 아직도 논란이 많아 보인다. 경주시가 가지고 있는 로드맵이 분명히 있을 법하고 특히 경주역사를 관장하는 국토교통부와의 합의도 있을 법한데 정치시즌만 되면 정치권 사람들을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공공연히 일어난다. 황룡사탑을 거기에 복원하자고 하는가 하면 첨단 과학을 동원한 현대식 랜드마크를 만들자는 안도 난무한다. 다 좋으나 이제는 관광과 생산성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온전히 경주시민의 삶 그 자체를 존중해서 활용방안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코로나로 인해 관광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멀리 다니던 관광이 집주변으로 바뀌고 SNS를 통해 과밀화된 호텔이나 장소를 피해 한산하고 조용한 곳으로 예약하고 움직이는 관광으로 바뀌고 있다. 경주 시민들 역시 관광객을 맞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광을 직접 하는 사람들인데 그들에게도 시대현실에 맞은 새로운 문화와 휴식의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경주는 삼국과 통일신라를 관통한 우리나라의 가장 오랜 고도(古都)다. 그만큼 경주는 우리나라 문화의 원류이자 한민족의 정신을 만든 정신적 수도다. 이 같은 양갈래의 축은 무한한 스토리텔링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차제에 단장될 황성동 철길 공원이 경주가 가진 이런 역사성과 문화적 특성을 살릴 수 있다면 철길을 공원화한 다른 지역, 다른 나라 어느 도시보다 특별한 공원으로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고 경주시민들에게도 새로운 삶의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철도이설지는 시민들과 동떨어진 개발이 아닌 숨 쉬고 소통하고 함께 즐기는 명소가 될 수 있다. 황리단길과 성건시장, 성동시장, 경주읍성을 연결시키고 경주 역사와 황성동 폐철도를 연결시키면 자연스럽게 그 연장선이 금장과 동국대로 함께 연결될 것이다. 이 일은 큰 돈을 들이거나 거대한 프로젝트가 동원될 일이 아니고 시민의 삶을 생각하는 긍정적인 상상력만 있으면 가능한 할 것이다. 폐철부지를 활용한 좋은 선례를 만들어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발판으로 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