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자 정미영 씨 페북에 눈길 끄는 논란이 올랐다. 정미영 씨는 아들 중학교 졸업식에 못가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이 글을 썼다. 요지는 이렇다.
‘코로나로 인해 아들 졸업식에 가족이 못 가게 되어 실감 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시국으로 가뜩이나 집안에만 있기 좋아하는 아들이 더 나가지 않아 염려되어 그에 대한 작은 운동 대응책으로 아들에게 음식물 쓰레기 치우는 일을 시켰다. 이걸 보고 남편이 남자가 무슨 음식물 쓰레기 버리냐며 화를 냈다. 독일에서는 여성임원할당제가 법안으로 통과되는 시대인데 내가 남잔데 하는 건 내려놓을 때 아닌가?’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고 집안마다 분위기가 다르니 이 논란에 대해 가타부타 할 수 없다. 다만 ‘남자가’라는 부분에 대해 댓글 단 사람들의 의견이 분명히 한쪽으로 집중되었다.
‘나도 아들에게 버리게 한다(여).’,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은 당근 남자들 몫인데···(여)’, ‘음식물 쓰레기부터 재활용까지 아버님 계실 때는 아버님께서 해주셨고 지금은 아들 전담인데요(여)’ ‘모든 쓰레기 분리배출은 제가 다하는데(남)’, ‘남편분이 생각을 조금 바꾸셔야 할 듯 합니다(남)’, ‘집안일 하는데 남녀구분 짓는 일은 전근대적사고방식입니다’, ‘저희집은 설거지 쓰레기 분리배출은 저랑 아들이 맡아 합니다(남)’ 등이 대세다. 재미있게도 남자가 해야 한다는 댓글에 여자보다 남자들의 의견이 더 많다. 단 한 명도 ‘남자가 그런 일을 하다니~’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남자분은 ‘허, 용감한데요. 저는 주방까지 담당인데’라는 말로 쐐기를 박는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역시 집안일 전담한지 오래다. 당연히 음식물 쓰레기 아니라 뭐라도 기자의 몫이다. 해보니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집안일 하는 것이 훨씬 쉽고 바람직해 보인다. 그만큼 집안일이 여성들에게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오래된 관습에 묶여 있은 사람들이 그 문을 열고 나오지 못한 채 남녀의 구별에 매달려 있다. 그 문을 열고 나오면 아내가 훨씬 자유로워지고 가족이 훨씬 정겨워질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 문도 아무나 열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얇은 것이다. 다행히 정미영 씨는 남편이 그래도 재활용 쓰레기는 맡아서 배출한다고 귀띔하지만 말이다.
중학교 졸업하는 정미영 씨 아들과 코로나19로 홀로 졸업식 치를 올해 졸업생 모두를 축하한다. 아울러 정미영 씨 아들이 어머니의 이 포스팅을 보고 음식물 쓰레기 아니라 무엇이라도 집안일 돕는 것이 엄마를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고 가족이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 게 되기 바란다. 그러면 SNS가 더 즐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