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제1471호)에선 경주를 테마로 하는 대중가요 중 1931년~1970년대까지의 경주 노래를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번호에선 최근 발표된 곡들과 함께 또 다른 경주 테마 노래들을 찾아보았다. ‘치술령(원정수)’, ‘충신 박제상(유준)’, ‘경주아가씨(석수경)’, ‘경주로 가자(정훈희)’,‘경주아리랑(유정아)’, ‘내 사랑 경주 남산(우향)’, ‘경주 가는 길(헤브)’, ‘경주 딸네 집(김미성)’, ‘경주 남산에 올라(신동일)’, ‘경주(권월)’, ‘솔거의 노래(유준상)’, ‘경주에서(카키마젬)’, ‘신라환상곡(전진아)’ 등을 찾을 수 있었다. -‘솔거의 노래’, ‘경주에서’, ‘경주아가씨’ 등 젊은 감각의 다양한 장르로도 시도 돼 2019년, ‘솔거의 노래(작사 유준상, 작곡 유준상, 이준화)’는 유명 배우 유준상이 J n joy 20 정규 3집 Travel Project 3. ‘in 경주’ 앨범을 발매하면서 소개한 곡이다. 유준상과 이준화가 소산 박대성 화백을 만나기 위해 경주에 머물면서 만든 음악을 담은 앨범이라고 한다. 2017년, ‘경주에서(작사,곡 강민구, 카키마젬 노래)’는 흩날리는 벚꽃길과 살랑이는 유채꽃밭이 펼쳐진 연인들의 천국 경주의 봄을 노래한 곡이다. ‘벚꽃눈이 흩날리던 경주에서/ 꼭 잡은 두 손에 온도가/ 달달했던 우리 입맞춤이/ 안압지에 품은 달빛이/ 유채꽃이 살랑이던 경주에서/ 이 봄에 취하고 너에게 취해서/ 내 맘 흔들어 논 너와 이곳에/ 경주에서 경주에서/’ 달빛을 품은 안압지의 야경, 유채꽃과 벚꽃들로 아름답게 물드는 상큼한 경주의 봄을 카키마젬 특유의 어쿠스틱 밴드의 느낌을 살려 달달하게 표현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부드럽고 담백하게 다가온다. 카키마젬의 ‘경주에서’를 들으면 가볍고 산뜻한 봄날의 경주가 오감으로 휘감기는 듯하다. 2014년, ‘경주아가씨(작사 정귀문, 작곡 김리학, 석수경 노래)’는 경주에서의 추억을 살리면서 경주를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경주를 자연스레 녹여 알리고 홍보하는 노래다. ‘구비치며 흘러가는 무심한 형산강물도/ 금장대를 지날 때는 뒤돌아보고 가는데/ 토함산 솔가지에 눈썹달 걸어놓고/ 다짐한 그 사랑을 잊으셨나요 잊으셨나요/ 나를 나를 잊으셨나요/ 애가 타네요 가슴이 타네요/ 기다리는 경주아가씨(1절 생략)//’ 이 곡에는 금장대, 보문호반, 벚꽃길 등이 노랫말로 등장하고 경주의 시조, 시화, 시목이 소박한 노랫말로 녹아져 있다. 경주에 산 지 35년째라는 가수 석수경의 노래로 그녀는 ‘경주아가씨’를 만나면서 경주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고 한다. 경주아가씨는 ‘바다가 육지라면’의 노랫말을 쓴 트롯계의 전설적인 작사가인 정귀문 선생이 작사한 곡이다. 작곡가 김리학 선생은 정귀문 선생과는 오랜 파트너십으로 작업해온 사이였다. 석수경 씨<인물사진>는 “‘경주’라는 제목을 쉽게 붙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노래할 겁니다. 경주를 더욱 친근하게 하는 홍보대사로서 자부심도 가지고 노래하지요” 라고 말했다. 1972년, ‘경주로 가자(작사 경주시, 작곡 김학송, 정훈희 노래)’는 정식 발매한 음반은 아니다. 경주시에서 홍보음반으로 정훈희를 초대해 만든 음반이라고 한다.  ‘하늘도 푸르다 마음도 푸르다 발걸음 가볍게/ 천년의 옛 꿈이 고요히 잠들은 경주로 가자/ 눈여겨 보아라 석굴암 보살님 우리를 지킨다/ 손에 손을 마주잡고 우리모두 경주로 가자// 태양이 부신다 흰구름 떠간다 마음도 가볍게/ 신라의 문화가 찬란히 빛나는 경주로 가자/ 천년을 지켜온 불국사 다보탑 감격의 서라벌/ 손에 손을 마주잡고 우리모두 경주로 가자//’ -고 정귀문 작사가도 경주인...히트곡 포함 1000여 곡 작사한 우리나라 가요사의 산증인 한편, 경주 출신으로 배호의 ‘마지막 잎새’, ‘바다가 육지라면’ 등 대히트곡을 작사한 고 정귀문 선생(1942~2020)은 평생 경주인이었다. 정 선생은 현곡면 하구3리 출생으로 78년간 우리 지역에서 살아왔다. ‘바다가 육지라면’, ‘마지막 잎새’, ‘먼 훗날’, ‘동네방네 뜬소문’, ‘경주 딸네 집’ 등 히트곡을 포함해 1000여 곡이 넘는 곡을 만든 작사가로 우리나라 가요사의 산증인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이미자, 남진, 조미미, 배호, 나훈아, 문주란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선생의 곡을 불렀다. 선생은 포항mbc 방송 프로그램에 40년 출연해 고향을 지키며 열정적으로 활동하다가 안타깝게도 지난해 8월, 암 투병 끝에 작고했다. 선생은 생전 인터뷰에서 “밑그림으로 정(情)을 그려넣고 그 위에 한(恨)으로 색칠합니다” “대중가요는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작사가가 중요합니다. 악보없이 가사만 써놓아도 읽을거리는 되어야 하죠. 대중가요는 최소한 30년은 불려지고 이어져야 가요의 고전이라 할 수 있겠지요”라고 강조했던 바 있다. 선생은 현대사의 질곡과 그 뒤안길을 오롯이 가요작사가로서 우리의 가슴을 절절히 적시며 국민과 애환을 함께 해왔다. 한국가요사에 길이 남을 그가 우리지역 ‘경주’에 살다 영원한 별이 되었다. -‘신라의 달밤’, ‘마지막 잎새’, ‘바다가 육지라면’ 등 한국 대표적 가요 노래비도 많은 경주 경상북도 전역에는 작사가, 작곡가, 가수들이 많이 배출된 만큼 건립된 노래비도 적지 않다. 경주 지역에는 불국동 구정 로터리에 세워진 ‘신라의 달밤’ 노래비, 현곡면의 ‘마지막 잎새’ 노래비, 양남면 나정해수욕장의 ‘바다가 육지라면’ 노래비 등을 손꼽는다. 배호의 대표곡인 ‘마지막 잎새’ 노래비는 경주시 현곡면 남사저수지 가에 서 있는데 이 노래의 작사가 정귀문 선생이 살던 곳이다. 마지막 잎새 노랫말은 정귀문 선생이 어느 가을밤 현곡초등학교 담장을 따라 걷다가 떨어진 플라타너스 잎을 보고 어릴 적 헤어졌던 친구를 떠올리며 지은 노래라고 한다. 또 감포 나정고운모래해변에도 역시 정귀문 선생(1942~2020)이 작사한 ‘바다가 육지라면’ 노래비가 있다. 1971년, 오아시스 레코드사에서 제작한 ‘바다가 육지라면’은 트롯곡을 잘 소화해 부르던 조미미가 노래를 불렀고 이인권의 작곡이다.   정귀문 선생은 생전의 인터뷰에서 “‘바다가 육지라면’은 나의 한이었습니다. 서울서 데뷔한 뒤에도 너무 가난해서 신을 신발, 옷 한 벌 조차도 변변찮았었지요. 그런 현실에 너무 가슴이 답답해 1969년 이른 봄날, 감포 나정해수욕장 해변가를 찾았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힘든 현실은 사면이 바다였고 나는 외로운 섬에 갇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를 가로막는 저 바다가 육지라면, 이몸이 철새라면 막막한 그 극한을 벗어 날 수 있을 것 같았지요”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노랫말로 옮긴 경위를 설명했다. 이곡은 공전의 히트곡이 되는데 요즘의 가요순위차트에 해당하는 라디오 챠트와 주간지, 월간지의 챠트에서 몇 달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한편, 경주 불국사 삼거리 중앙에는 ‘신라의 달밤’ 노래비가 있다. 가수 현인의 대표곡으로 이 노래비 정면에는 노랫말 전문이 새겨져있다. 최근, 현인의 독특한 창법을 빼다박은듯 노래해 신라의 달밤을 재소환하고 있는 젊은 트로트 가수 조명섭의 팬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경주를 주제로 하는 대중가요 묶어 음반으로 발표한다면 더욱 살뜰하고 친근하게 경주 홍보할 수 있을 것” ‘노래 따라 동해 기행’ 저자인 이동순 선생은 “한국 대중음악사를 통틀어 서울을 다룬 노래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부산입니다. 영남 지역, 특히 환동해권 노래들은 가짓수는 많지만 특별히 두드러진 명곡이나 절창, 즉 겨레의 노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고 했다. “가령 ‘목포의 눈물’, ‘대전 블루스’,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의 사례에서 보듯 지역성의 노래이면서 동시에 한국인 모두가 함께 부를 수 있는 겨레의 노래를 환동해권 지역에서도 많이 산출해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겠습니다”고 말했다. 또 “대구시도 대구를 테마로 네 장의 음반을 발행한 적이 있습니다. 경주를 테마로 한 대중가요가 타도시에 비해 월등히 많이 발표됐습니다. 이 곡들을 음반으로 기획해 해설집과 함께 발표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고적 도시인데다 연간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잖습니까? 경주를 주제로 하는 대중가요를 묶어 음반으로 발표한다면 경주를 더욱 살뜰하고 친근하게 홍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주보문단지 내에 있는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임지환 팀장은 “경주를 주제로 하는 음반을 별도로 전시한 공간은 아직 없습니다. 경주를 찾는 방문객과 경주 시민을 대상으로 경주에 관한 음반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하고 들을 수 있는 공간도 향후 기획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고 전했다. 대중가요의 힘은 막강하다. k-pop의 열풍은 이제 전 세계적인 팬덤(fandom)을 형성하고 있고 최근의 트롯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주와 신라를 주제로 노랫말을 짓고 노래한 곡들도 1931년 ‘마의태자’부터 2019년 ‘솔거의 노래’까지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발표돼 왔다. 차제에, 우리 지역 경주를 노래한 대중가요를 찾아 들어보고 자긍심을 가지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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