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미(54) 씨의 삶은 오늘도 특별한 기도로 시작한다. “매일 글을 쓰면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제 삶의 행복은 글을 계속 쓰는 것입니다”고 전한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서 글은 20여년 헤어져 있었다. 2013년 남편을 영원히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내고 목욕, 식사, 빨래 등 고단한 삶을 잊을 수 있기를 바라며 힘든 봉사활동을 나섰던 그녀. 어느 순간 스멀스멀 올라오는 멈췄던 글은 새로운 삶을 이끌었고 2014년 경주문예대학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빨간불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횡단보도에서 허공에도 중얼거렸습니다. 글을 쓰며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힘이 돼달라고! 그것은 내 가슴에 영원한 신앙 같은 어머니께 매달리는 소리였습니다. 간절함 끝에 볼을 타고 내리던 눈물이 고비마다 나를 일으켰고, 그렇게 견딘 시간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심사평에서 이정환, 이달균 시조시인은 “두 가지 관점에 중점을 두면서 심사에 임했다. 첫째는 신인다운 패기와 참신함, 둘째는 시조적 정체성을 얼마나 잘 지켜냈는가로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거문고 타는 섬의 그리움, 수미쌍관 형식으로 잘 갈무리됐다. <다시 슬도에 와서>는 갯바람과 파도 소리가 거문고 소리로 들린다는 섬 이름에 기인한 사연들을 기승전결 4수로 잘 갈무리한 수작이다”고 극찬을 했다 이어 “구와 구의 마디도 안정감이 있고, 장과 장의 알맞은 매듭 처리로 인해 여운도 깊다. 또한 거문고 소리를 애절한 그리움으로 보고 수미쌍관 형식으로 처리한 것도 탄탄한 습작의 시간이 엿보여 당당히 당선의 영예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설경미 당선자는 “문학의 뿌리 역할을 해준 분이자 은사이신 정민호 선생님, 경주문예대학 교수님들 고맙습니다. 함께 수학했던 문우들, 내 인생의 영원한 지지자인 딸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아마도 이분들과 함께여서 오늘의 영광이 내게 찾아왔나 봅니다. 연말이면 늘 풀 죽어 절인 배추처럼 다녔던 때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5년은 가히 짧지 않았고, 그동안 시조라는 산은 벼랑도 꼭대기도 골고루 보여주며 내가 얼마나 버티고 견디는지를 시험하기에 충분했습니다”고 말했다. 설경미 작가는 경주문예대학 연구반 회원으로서 2018년 5월 중앙시조백일장 입상, 2018년 제21회 대구시조 공모전 장원, 2019년 10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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