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WTO 각료회의가 합의도출에 실패했지만, 농업부문의 개방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개방에 따른 국내농업의 피해를 줄이는데 주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칸쿤 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힘의 논리가 지배한 회의였고 미국과 EU가 중심이 돼온 과거와는 달리, 브라질과 인도, 중국 등 수출 개도국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컸던 협상이었다. 앞으로 농업개방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세"라고 전제한 뒤 "국제화 시대를 대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고령의 농가는 퇴출시켜 생활보호를 받는 안전망 형태로 보호하기로 하고 연기금 확대를 통한 지원에 나서는 한편 경쟁력있는 전업농을 집중육성하기 위해 개방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분을 WTO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직접소득을 보전해주는 직접지불제 등을 확대실시하고 이를 통해 선진국의 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는 고품질의 기술 집약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농업은 사면초과에 빠져있고 농민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이다.
우리나라 농업, 정말 불안하고 갈수록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의 농업은 이제 세계 진출을 위해 씨앗을 뿌리고 있는 준비 상태.
농업에 있어 가장 큰 적이고 가장 무서운 적이다.
◆중국농업발전 현황=중국은 거대한 농업국가이며, 농업은 국가경제의 기반이다.
국가의 경제발전 목표도 농업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중국이 개방되면서 전국적으로 농촌경제개혁의 일환으로 농업인에게 땅을 분배하여, 생산량을 높이고 경영을 책임지는 생산경영 자주권을 실행한 결과 농업 노동생산성은 크게 향상되었고, 농촌경제가 부유하게 되었으며, 농업기계화사업도 근본적 개혁을 가져와 중국 실정에 맞는 농업기계화를 실현하게 되었다.
1978년 농촌경제구조개혁 후 중국의 농업 및 농촌경제, 농촌사회상황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우선 주요 농산품 공급부족현상 개선이다.
곡물생산량은 1978년의 3.05억 톤에서 현재의 5억t 이상으로 증가하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풍년인 경우 잉여현상도 보인다.
또 권력이 고도로 집중된 인민공사제도를 폐지하고 보편적으로 생산책임제도를 기초로 한 경영구조와 촌민자치기초의 사회구조를 건립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통일된 가격을 결정, 계획적으로 구매, 배급, 판매하는 농산품 유통제도를 폐지하고 곡물을 제외한 기타 산품의 시장주도 자유유통시스템을 건립했다.
그리고 농촌 및 향진기업을 비롯한 농촌 2, 3차 산업이 빠르게 발전했다. 현재 1억2천만의 노동자가 향진기업에 취직하고 있으며, 향진기업의 GDP는 농촌 GDP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농민소득 및 생활수준이 크게 개선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농민 연평균 순수입은 1978년의 134위안에서 1999년의 2210위안으로 증가했다. 빈곤인구는 1978년의 2억5천만 명에서 1999년 3천4백만 명으로 감소했다.
◆중국 농업의 형태=중국은 서고동저의 지형·지세와 위도상의 위치, 계절풍의 영향, 기온, 강수량 등 각종 기후조건에 따라 4대 농업구로 구분되고 있다.
동부지역은 인구가 많고 토지, 기후 등 영농조건이 양호하여 전국 경지의 대부분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어 농업생산의 중요성이 매우 큰 지역이다. 반면, 서부지역은 소수민족 거주지가 많아 인구가 적고 영농조건이 그리 좋지 못하여 주로 목축업분야의 비중이 높은 곳이다.
동·서부 지역은 또 각각 남·북으로 나눌 수 있다. 동부의 주령-회하를 연결하는 선 이북은 전작농업지대로서 ① 화북동북전작농업구라고 부르고 그 이남은 수도 및 아열대·열대경제작물의 주산지인 답작 농업지대로 ② 동남답작농업구라 한다. 서부지역에서는 기련산맥을 경계로 그 이남을 ③ 서북내륙농업구라고 하며 건조한 기후, 토양조건 등으로 목축업이 발달되어 있고 그 이남은 청장고원이 주요지가 되므로 ④청장고원농업구라고 부르며 고지·한랭지의 특성을 갖고 있다.
먼저 동남답작농업구는 농업생산수준이 가장 높은 곳이다. 주요작물 생산량의 비중이 매우 높아 농업인구의 60%, 경지면적의 40%, 쌀 생산량의 90%, 면화의 45%, 유채의 70%, 땅콩의 50%, 차의 100%, 누에의 90%, 돼지사육두수의 60%, 중·대형가축 사육두수의 40% 이상이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장강중하유농업구는 1년 2모작내지 3모작이 가능한 곳으로 농업생산에 매우 유리하여 쌀, 면화, 유채, 차, 모시, 견사 등의 주산지이고 전국 주요농산물의 생산기지라고 말할 수 있으며, 집약도가 높아 단위 생산량이 제일 높은 곳이다.
이밖에 황회해농업구는 농업의 역사가 길고 토지의 개간 비율이 제일 높은 곳으로 2년3모작, 1년 2모작이 가능하며 소맥, 면화, 땅콩, 고무 잎담배의 재배면적이 제일 많고 쌀, 수수, 대두 등의 재배면적은 동북농업구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온대과실 특히 사과, 배, 매실의 생산량이 전국 1위이다. 동 농업구중 황회해평원은 5성, 2시에 걸쳐 있는 34만㎢의 면적을 보유하고 있는데 관개수리시설이 제일 잘 되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 지구의 지형, 기후, 수리 등 자연조건이 농업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아 여름에는 홍수, 겨울에는 가뭄의 피해가 자주 발생되는 지역이다.
◆중국의 대표 작물=중국 농업이라 하면 거의 모든 농축산물이 생산되고 재배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곡식 위주의 기본 작물외에도 각종 많은 잉여 생산물과 부산물 그 무엇하나 필요하지 않는 것이 없으며 단위당 생산량은 점점 높아지며 과잉 생산되는 것이 해외 시장으로 나갈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벼의 경우 곡물 중 재배면적, 단위 생산량, 총생산량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물로 물과 기후조건이 좋은 남부지방에 95%의 논이 집중되고 있고 관개시설이 좋은 북부지방에도 재배되고 있다.
잡교벼 생산기술의 개발보급 등으로 생산량이 많이 늘어나 2억만t 이상을 생산하여 식량 중 38.7%를 차지하고 있다.
쌀 다음으로 밀의 재배가 많다.
생산량의 88%가 가을밀로서 장성남부, 육반산동부, 주령·회하북부에서 재배되는데 전국생산량의 70%가 여기에서 생산된다.
재배면적은 2,961만ha로서 식량작물 중 26.3%정도이며 생산량은 1억 1,057만톤으로서 식량 중 21.9%를 차지하고 있다.
옥수수는 곡물중 세 번째로 중요한 곡물로서 북방 여름파종지, 황회해 평원 여름파종지, 남방 산지·구릉지 등 생산지로 구분되어 각각 30%, 40%, 30%의 면적을 갖고 있고 생산량도 35%, 50%, 15%를 차지한다.
두류의 경우는 고온에 적합하여 북부 온대지역에서 재배된다. 흑룡강 송료고원이 최대 대두산지로서 품질이 제일 좋다고 한다.
유지작물은 땅콩, 유채, 참깨, 해바라기씨 등이 주종을 이루는데 장기간의 재배과정을 거쳐 각 종류마다 집산지를 형성하였다. 땅콩은 60%이상이 하북, 산동, 하남, 강소북부, 유채는 90%이상이 장강유역 10개 성(시·구)에서 재배된다. 해바라기는 동북, 서북, 하북지역의 건조지구에서 참깨는 장강 중하유 및 황회해지역에서 집중 생산되고 있다. `78-`84년 7년간이 유채생산 황금시기로 파종면적이 2배, 생산량이 3배나 늘어 연평균 151만톤이나 증산되었다. 최근 2-3년간 유지생산이 더욱 늘어 `94, `95년도 파종면적이 각각 12,081천ha, 13,101천ha, 생산량은 각각 1,990만톤, 2,250만톤이 되었으나 `96년도에는 12,555천ha, 2,210만톤으로 다소 감소되었다.
과수 작목은 300여종의 과수 중 사과, 감, 귤, 배, 포도, 복숭아, 오얏, 살구, 산사자, 양다래, 앵두, 딸기, 매실, 바나나, 파인애플, 여지, 용안, 망과, 야자, 파파야 등 30여종이 많이 생산되는 것들이다. 개혁개방 후 과실시장의 개방으로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고취시켜 생산량이 많이 늘어나 농촌경제를 살리는 주요품목 중 하나가 되었다. `96년도 과실생산량은 4,653만톤으로써 `78년에 비해 7배가량 늘어났다. 그 중 사과는 1,704만톤으로 7.5배 증가되었다. 귤의 경우 846만톤으로써 22배나 늘었다. 현재의 과실 생산량으로만 봐도 세계 제2대 과실생산국이 되며 특히 사과, 배, 귤의 생산이 많고 과실 수출량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원산지가 중국인 차잎은 주로 장강유역과 그 이남의 18개 성(시·구)에서 재배되고 있다. 차원면적이 1,103천ha로서 세계 1위이다. `94년도에 59만톤을 생산하여 20만톤을 수출하였다. 자연조건이 차잎재배에 매우 알맞고 품종도 많으며 가공기술도 잘 발달되어 있다. 남부 넓은 산간지에서 중요 경제작물로 재배되고 있는데 지역농민의 소득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고급차잎에 대한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국외시장에 대한 진출전망도 좋아 차잎 생산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축목업은 지형 및 기후조건의 차이로 동남부지역의 농업지대 축산업과 서북부지역의 목축지대 축산업으로 구분된다. 동남부는 농업지대 축산업지구로서 주로 돼지, 가금류와 닭, 소, 말, 당나귀, 노새 등 역축의 사육이 이뤄진다.
이에 반해 서북부 지역은 초식성 가축인 소, 양, 말, 낙타 등이 사육되는 목축지대 축산업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농업의 문제점= 중국 농업도 문제점은 분명히 있다.
사실 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은 식량공급부족 현상이 근절되지 못한 상태였다. 91년부터 93년까지 중국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면서 많은 지역에서는 농업을 소홀히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경작지, 노동력, 자금 등이 대량으로 유실되었으며, 특히 남방의 벼 경작지가 뚜렷이 감소되었다. 뒤이어 94년 중국은 식량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크게 인상되기도 하였다. 95년 식량 수입량은 2,079만 톤으로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병폐를 막기 위해 90년대 중반부터 중국정부는 식량생산을 촉진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주로 농민의 경작지 수주기간을 연장, 정부 구매가격을 대폭 인상(94년 40%, 96년 42% 인상), 농민들을 대상으로 우량품종과 선진 재배기술을 제공하는 것들이었다.
정책 실시 후 중국 양식 생산량은 95년부터 4년간의 부진에서 벗어나 연속 5년간 풍작을 거두었다. 98년 중국 일부 지역이 심각한 홍수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량 총생산량은 5.123억 톤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99년에는 중국 북방 대부분 지역이 가물었지만 여전히 5.08억 톤을 유지했다.
현재 중국의 식량문제는 공급부족이 아니라 공급의 상품구조 및 품질 등의 수준이 시장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데 있다. 따라서 시장에는 상품공급 부족/과잉의 2가지 현상이 공존하고 있다.
과잉상품은 시장수요가 많지 않은 저품질 품종의 상품이며, 공급부족 상품은 국민들의 소득수준증가에 따라 신속히 보급되고 있는 우량 품종이다. 이런 구조적 모순은 현재 중국 식량생산 및 농업이 직면한 새로운 문제인 것이다. 또한 이것은 중국농업이 단순히 생산량을 중시하던 것에서 점차 품질을 중시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음을 말한다.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 방향=거대 중국의 농업이 이제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분명 우리나라 농업이 시장 개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것은 자명한 사실로 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상황.
거대 중국을 비롯해 농업 강대국과 맞서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농업이 품질을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 농업과학기술공급, 농민들의 전통관념 및 생산기술 등 다방면에서 모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런 변화의 핵심문제는 바로 어떻게 농업분야의 시장경제를 빨리 실현하는 가에 있다.
소비자가 농산품의 최종품질에 대해 판단하는 시장제도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농민들도 단순한 생산보다는 이제 가공업에 눈을 돌려 잉여 생산물들을 개발하고 신세대 입맛을 겨냥할 수 있는 농산품 가공 산업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 중국 농업 연수 취재를 통해 많은 것으로 배우고 느낄 수 가있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은 광활한 대지 위에 많은 농산물들이 생산되고 안정된 시장속에 상거래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거대 중국의 그늘에 덮여 우리나라 농업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농업의 살길은 오로지 농업인들의 의지와 함께 국민들 스스로가 우리나라 농업을 살려야겠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중국 농산물이 값싸다 하여 마냥 선호 할 것이 아니라 중국 농산물을 하나 구입할 때마다 농촌 들녘에 있는 우리네 부모·형제들의 부채는 늘어만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