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지난해 지원한 시내버스 보조금 160억원을 두고 논란이 인 가운데, 이 같은 규모의 지원이 불가피했다는 용역결과가 나왔다.
2020년 시내버스 운송손익 산출 결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총 적자액 규모가 2019년 대비 49억1700만원 증가한 147억2500만원으로 추산된 것.
다만, 용역결과에 따르면 시내버스 운영업체인 ㈜새천년미소 임원의 급여 인상분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한국산업경제개발원은 내년도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산정을 위한 경영분석 및 운송원가산정 용역결과를 내놓았다. 용역결과는 지난달 21일 열린 경주시의회 전체의원간담회에서 보고를 했고, 29일엔 경주시가 보도 자료를 통해 이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용역은 지난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7일간 시내버스 수입금 조사를 통한 운송 수입금 산정, 표준 운송원가 산정, 운송손익 분석 등을 진행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시내버스 운송손익을 산출한 결과 적자규모는 2019년 대비 50.13% 증가한 147억2500만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규모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시내버스 이용객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용역결과는 또 시내버스의 2021년도 적자예상 규모는 2019년 대비 2억3800만원(2.43%) 늘어난 100억4700만원으로 추정했다.
즉 올해 시내버스 운영을 위해서는 경주시가 100억원 이상 규모의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용역결과에서 2020년 경주시가 지원한 160억원과 적자규모 147억2500만원의 차액인 12억7500만원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10월 중 용역조사를 실시해 운송손익을 추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11월~12월 두 달간의 정확한 적자규모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향후 최종적인 경영분석 결과가 나온 후 더 지원한 금액은 환수조치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용역에서는 새천년미소 대표 등 임원의 급여 인상분 및 퇴직급여 등 인건비 2억4600여만원은 운송원가에서 제외했다.
경주시와 용역회사인 한국산업경제개발원은 논란이 일고 있는 임원 급여 인상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새천년미소는 지난해 대표이사 A씨의 연봉 1억5600만원에서 올해는 2억7600만원으로 1억2000만원 인상했고, 전무이사 B씨는 6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3배 올렸다. 또 부사장이자 A씨 아내인 C씨 연봉은 2760만원에서 5760만원으로 인상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경주시가 2020년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으로 160억원을 지원한 것이 불가피했다는 용역결과가 나왔지만, 임원 급여분 인상에 대한 논란은 여전할 전망이다. -시내버스 대당 보조금 지원은 도내 타 도시보다 낮아 ㈜새천년미소가 경주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편취하거나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시내버스 1대당 평균 보조금은 도내 다른 도시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는 지난달 28일 2020년도 경북도내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현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시내버스 165대를 운영하는 경주시는 올해 재정지원금으로 160억원을 배정해 버스 1대당 평균 97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경북지역 10개 도시 중 8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가장 많은 재정지원금을 지급한 곳은 상주시였다.
69억원의 재정지원금을 투입했지만 운영 중인 시내버스가 44대에 불과해 1대당 평균 1억 5700만원으로 조사됐다. 경주시보다 대당 약 6000만원 많은 금액이다.
문경시와 안동시는 대당 1억5300만원을 지급했고, 포항시는 시내버스 218대에 재정보조금 267억원을 지급해 버스 1대당 평균 1억2200만원으로 나왔다. 김천시 1억1700만원, 영천시는 1억1300만원이었다.
경주시 인구 1인당 시내버스 재정지원금도 경북도내 10개 도시 중 8위였다. 2020년 11월말 기준 경주시 인구는 25만3000여명이어서, 인구 1인당으로 환산하면 6324원을 지급했다.
인구 1인당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이 가장 많은 지자체는 안동시로 1만3354원을 기록해 경주시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주낙영 시장은 “경주는 타 지자체에 비해 넓은 행정면적과 관광도시 특성상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시내버스 이용객이 급격히 줄어 재정보조금 추가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경주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경북도내 타 도시들보다 먼저 1차, 2차 추경을 통해 재정보조금을 선제적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교통팀 신설 등 통해 보조금 투명성 강화 하지만 경주시는 시내버스 재정보조금 지원과 관련해 시민들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대책마련에 나섰다.
시는 먼저 시내버스 보조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내버스 정책을 전담할 ‘대중교통팀’을 신설한다. 이 팀은 버스공영제에 준하는 강도 높은 운송원가 산정과 경영분석 등의 업무를 맡는다. 6급 팀장과 팀원 3명으로 구성된다.
또 시내버스 현안을 직접 다룰 범시민 대책기구인 가칭 ‘버스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운용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버스정책 전반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시는 또 이미 조직된 ‘경주시종합교통발전위원회’ 아래 시내버스 현안을 다룰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내버스 보조금의 합리적인 운용방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이어 2년마다 실시하던 ‘시내버스 경영분석 및 운송원가 산정 용역’을 올해부터 매년 1회 이상 확대하고, 기존 운영되던 유가보조금관리 시스템과 버스정보 시스템을 강화해 유류비와 운행기록을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다.
주낙영 시장은 “시내버스 이용객 급감으로 재정보조금 지원이 불가피한 면이 있었지만, 대책마련과 철저한 감시로 보조금 집행 논란을 종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