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경주경마장 조성 취소로 인해 골칫덩어리 남아 있던 손곡동 및 물천리 일대 경마장부지가 오랫동안 방치된 끝에 부지에 대한 보존·활용 논의가 구체적인 진척을 보이고 있어 기대된다. 경주는 1991년 정부의 지방경마장 건설사업계획에 따라 사업을 신청해 부산 등 여러 지자체와 경쟁을 벌였으며, 1992년 경제성, 접근성, 유발효과 등을 기준으로 한 입지선정 용역결과 경주가 최적지라는 평가 나왔지만 정부는 입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리고 2년 뒤인 1994년 3월 18일 당시 YS정부는 1998년을 목표로 경주경마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1995년 9월 한국마사회가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했지만 1996년 매장문화재 발굴문제가 대두되면서 경주경마장 조성은 백지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다 1998년 DJ가 경남도청을 방문해 부산, 경남지역에 시·도민이 공감하는 장소에 지방경마장 건설을 지시하면서 경주경마장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이후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 도의원, 시의원, 경주경마장사수 시민단체들이 ‘경주경마장 사수’를 외치며 대정부 투쟁을 벌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마장 백지화에 쐐기를 박은 것은 문화재청이었다. 문화재청은 2001년 경마장부지 96만5000㎡중 87%에 달하는 85만3000㎡를 사적 430호로 지정고시해 경마장 부지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렇게 경주경마장부지는 사적지로 남아 방치된 채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최근 문화재청, 경북도, 경주시, 한국마사회가 경주에서 ‘경주 손곡동과 물천리 유적’ 보존·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경주경마장 예정지였다가 사적지로 지정된 마사회 소유의 손곡동·물천리 유적 84만5035㎡는 매입한다는 것이다. 부지 매입비는 12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에 문화재청이 70%(84억원), 경북도가 15%(18억원)를 지원하고 경주시는 2023년까지 3년에 걸쳐 모두 15%(18억원)를 부담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비사적지인 8만3303㎡는 한국마사회가 경주시에 무상양여하기로 한 것이다. 협약에 따라 부지 소유권은 내년 경주시로 이전되며 문화재청은 유적에 대한 현황조사와 보존·활용 종합계획 수립 등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한국마사회도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지정 부지를 국가에 매각하고 말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과 문화체험 등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번 협약은 오랫동안 골칫덩어리로 남아 있던 경주경마장부지가 경주에 소중한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경주경마장부지는 경주보문단지와 인접한 곳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곳이다. 특히 활용 여부에 따라 문화관광자원으로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다. 오랫동안 지역사회에 눈총을 받았던 경주경마장부지가 제대로 된 계획을 통해 경주의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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