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위축된 요즘, 늘사랑문해학교(교장 김인재)가 엮어낸 세 번째 문집 ‘늘사랑 더사랑’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늘사랑문해학교(교장 김인재)가 지난 22일 ‘제3회 작품전시 및 방학식’을 가졌다. 이날 학기 초 각 교실 환경미화를 위해 그린 그림과 폐식용유로 만든 비누, 한지공예로 정성스레 만든 함지박과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어르신들이 직접 쓴 글을 모아 엮은 문집 ‘늘사랑 더사랑’도 함께 선보였다.
‘늘사랑 더사랑’은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늘사랑문해학교 성인문해학습자들이 일상의 소중함을 담은 그림과 시, 수필 등 50여점의 작품을 담은 문집이다.
특히 올해는 제29회 경북야학 문화예술제 백일장 글짓기 산문부문에서 권계생 어르신이 대상(경북도지사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으며, 양소환 어르신은 특별상(김정재국회의원상)을 받았다. 또 예쁜글쓰기 부문에서 정노미 어르신이 은상(경북평생교육진흥원장상), 김영순 어르신이 동상(경북야학협의회장상), 권봉순 어르신이 특별상(김병욱국회의원상)을 수상하는 등 학습자들의 풍성한 학습 성과물도 함께 담겨져 있다.
글짓기 산문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권계생 어르신은 “칠순이 될 때까지 한글을 모르고 살았다. 글 모르는 아쉬움에 늘 가슴이 무겁고 답답했다. 우울증이었다.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더니 나보고 이름을 쓰라고 했다. 부끄럽게도 난 그때까지 내 이름 석 자도 못 썼었는데 글짓기로 큰상을 받게 돼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때 만난 의사 선생님의 추천으로 찾은 곳이 늘사랑문해학교였다는 권계생 어르신은 “교실이 지하에 있어 곰팡내도 나고, 비가 오면 교실 바닥에 물이 차기도 했지만, 한글을 배운다고 책상 앞에 앉으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얼굴이 붉어졌다”면서 “처음에는 몇 시간을 배웠는데도 한 글자도 못 배운 날이 많았지만, 필기도구 챙겨 가방에 넣고 학교에 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열흘 만에 내 이름을 쓰게 되고, 두 달 만에 우리 집 주소를 쓰게 됐다. 내 나이 78세가 되고 보니 기억력도 떨어지고 눈도 나빠졌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배우는 행복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인재 교장은 “올 한해 힘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으신 어르신들과 수업을 잘 이끌어주신 선생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열정과 정신만 있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능력이다. 하지만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추운 겨울 건강관리 잘하시고, 아무런 사고 없이 내년 3월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길 바란다”고 말했다.
늘사랑문해학교는 어려운 역경을 딛고 배우려는 문해자를 위해 진실된 마음과 참된 봉사정신으로 솔선수범하며, 지식과 덕을 열심히 가르쳐 학습자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지난 2018년 3월 문을 열었다.
일제강점기 수탈과 6.25전쟁을 겪으며 교육이 보편적이 못했던 암울한 시절, 특히 여성 어르신들은 여러 이유로 교육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누구보다 배움에 대한 갈망과 열정이 넘치는 늘사랑문해학교 어르신들. 그들이 전하는 감동과 울림의 메시지를 통해 2020년을 따뜻하게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