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마장 건설 계획으로 논란이 있었던 손곡동 및 물천리 일대 부지가 20여년 만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주목된다. 문화재청, 경북도, 경주시, 한국마사회는 지난 18일 경주시의회 소회의실에서 ‘경주 손곡동과 물천리 유적’ 보존·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경주경마장 예정지였다가 사적지로 지정된 마사회 소유의 손곡동·물천리 유적 418필지 84만5035㎡는 매입하기로 했다. 또 비사적지인 82필지 8만3303㎡는 한국마사회가 경주시에 무상양여하기로 했다. 부지 매입비는 12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문화재청이 이중 70%인 84억원을 지원한다. 경북도는 15%인 18억원을 지원하고, 경주시는 2023년까지 3년에 걸쳐 모두 18억원을 투입키로 해 재정 부담을 덜었다. 또 이곳 부지 소유권은 내년 경주시로 이전된다. 이날 협약에 따라 문화재청은 유적에 대한 현황조사와 보존·활용 종합계획 수립 등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한국마사회는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지정 부지를 국가에 매각하고 말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과 문화체험 등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제공하기로 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유적의 기초조사, 정비종합계획을 수립해 사업 시행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곳 부지에 경주경마장 건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으로 지난 1994년 당시 문화체육부가 허가했었다. 하지만 당시 시굴·발굴 조사결과 신라시대 산업생산 활동·생활사를 밝혀낼 수 있는 중요한 가마와 고분 및 토기 등이 발견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크게 논란이 일면서 당시 큰 파장이 일기도 했었다. 이후 2001년 4월 28일 사적 제430호로 지정되면서 경주경마장 건설 계획은 전면 폐지됐고, 지금까지 20여년 간 문화재로서의 정비·활용도 이뤄지지 못한 채 방치돼왔다. 이번에 문화재청이 예산지원과 문화재보호구역 재조정 등에 적극 협력키로 하면서 손곡동과 물천리 일원 부지를 보존·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시는 향후 용역 등을 통해 이곳 부지에 대한 보존·활용방안 등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유적에 대한 현황조사와 보존·활용 종합계획 수립 등의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이 사업을 통해 해당 유적이 문화재와 사람, 지역이 상생하고, 국민과 함께 누리는 명품 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현행 원형보존을 우선하는 문화재 관련 제도가 때로는 지역사회 발전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며 “경주시는 이번 협약을 통해 기존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인식되던 문화재 제도의 틀을 벗어나 문화재가 지역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협약식에는 주낙영 경주시장, 정재숙 문화재청장, 강성조 경북도 행정부지사,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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