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동리목월문학상에 소설가 백시종(76) 씨의 장편소설 ‘누란의 미녀’와 시인 권달웅(76) 씨의 시집 ‘꿈꾸는 물’이 각각 선정됐다.
동리목월문학상은 한국 현대문학의 큰 나무인 김동리(1913~1995) 소설가와 박목월(1916~1978)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으며, 올해로 ‘동리문학상(소설부문)’이 23회, ‘목월문학상(시 부문)’이 13회를 맞았다.
동리문학상 백시종 씨의 수상작 ‘누란의 미녀’는 중국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문제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국제적 관점과 시의성에 있어 유효하고 적절했다”면서 “작품 무대와 관련된 담화와 자료의 도입도 작가로서의 성실성을 입증하고 있었으며 소설의 결말을 통해 제시하는 전언도 감동적”이라는 평을 했다.
소설가 백시종 씨는 1967년 동아일보,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창작집 ‘망망대해’ 등 12권, 장편소설 ‘수목원 가는 길’ 등 45권을 출간했다.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 류주현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백시종 씨는 “54년 전 동리 선생의 격려에 힘입어 1967년 신춘문예를 통해 정식 소설가가 됐다”면서 “이후 더 진전이 보이지 않았고, 소설이 노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타고난다고 해서 다 재능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치는데 무려 반백년이 더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기어코 찾아온다고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무려 54년을 힘겹게 견디며 오르고 또 올라왔다. 평생을 끈덕지게 탐구했던 동리 선생처럼 나 역시 ‘도스토옙스키 소설 원형’을 찾는 그 마라톤에 출전해 등수와 관계없이 꼭 완주하고 말겠다”고 수상소감 및 각오를 밝혔다.
목월문학상 권달웅 씨의 수상작 시집 ‘꿈꾸는 물’은 물에 관련된 서정적인 이미지와 일상의 사물에 대한 시인의 감각적 언어를 담아낸 시집이다.
심사위원들은 “목월의 시적 지향에 더 근접하면서도 더욱 군더더기 적게 심화돼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면서 “맑고 투명한 감각, 원숙하고 웅숭깊은 삶의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확장된 시야와 함께 사물과 세계에 대해 깊고 자유자재한 사유를 끌어내는 점이 박목월 중기 시 이후의 깊이에까지 도달해 있다”는 평을 내렸다.
수상자 권달웅 씨는 1975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해바라기 환상’ ‘광야의 별 이육사’ ‘공손한 귀’ ‘꿈꾸는 물’ 등 12권을 출간했으며, 편운문학상, 최계락문학상, 펜문학상, 신석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권달웅 씨는 “과분한 수상 소식에 45년 전 문학청년 시절 박목월 선생께 받아 오래도록 간직해 온 ‘문학은 꾸준한 성의와 노력으로 열어 가는 길’이라고 하신 편지를 다시 읽어봤다”면서 “앞으로도 목월 선생의 청명한 시 세계와 정신을 생각하면서 기교나 화려함보다 은은한 서정이 드러나는 달빛 같은 시를 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2020동리목월문학상 시상식은 10일 경주 더케이 호텔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