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명상하기
정수자
흡연1 피했는데 흡연2가 다가들며멋대로 연기하듯 연기를 발사할 때 최대한숨 말 꾹 참기가로수가욕을 참듯 태극1 지나치니 태극2가 닥쳐들며신념인지 신앙인지 딱 딱 가르칠 때 표정을과포장하기궂은 날동상처럼 도 모릅네 뿌리치자 인복을 꺼내든 한 쌍걷는 것도 과분임을 부여잡고 깨우치니 꽃이나펑 펑 터져라오늘은 다뻥이라고
-거리를 마음껏 활보할 수 있는 자유
오늘 소개할 시편은 시조다.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말놀이의 재치가 치밀하고도 정교하게 드러난 시편이기도 하다. 세 수가 초장, 중장은 한 행으로, 종장은 4행으로 배열되는데, 이런 행 처리는 거리에서 만나는 행인들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이 들이대는 행위와 화자 ‘나’의 어쩔 줄 모르는 반응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흡연1과 흡연2, 태극1과 태극2의 적절한 조어능력, 그리고 셋째 수에 드러난 ‘포교사布敎師’로 추정되는 “인복을 꺼내든 한 쌍”의 배치가 신선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셋째 수 초장의 “도 모릅네”라는 예상하기 어려운 첫 어절이 절묘하기 짝이 없다. 자꾸 읽히는 매력을 가졌다. 그것은 앞의 행과 연결되어 보조사 ‘도’로도, 종교적 이치를 뜻하는 ‘도道’로도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거리를 마음껏 걸어 다니지도 못하게 하는 오늘의 사회를 적실하게 제시한다. 피할 새도 없이 다가오는 흡연자들의 제멋대로의 연기演技와 연기煙氣의 발사라는 말에 우스워할 겨를도 없이 “숨 말 꾹 참”을 수밖에 없는 시인의 표정에 붙들린다. 연민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연이어 태극기 부대 1 지나치자 태극기 부대 2가 닥쳐든다. 오호! “궂은 날/동상처럼” “표정을/과포장하”는 이 희화Caricarture와 과장Exaggeration이라니! 아무튼 이 두 무리도 뿌리치고 왔는데, 아뿔싸 이번엔 막무가내 포교사가 인복人福을 꺼내든 몸짓으로 시인을 부여잡고, “걷는 것도 과분임을” 깨우치는 게 아닌가? 바람이 빠져버린 화자의 이어지는 대꾸. “꽃이나/펑 펑 터져라/오늘은 다/뻥이라고”는 “펑 펑”과 “뻥” 음의 절묘한 배치와 더불어 이 작품 전체가 거리도 마음대로 나다니지 못하게 하는 오늘의 풍속도를 유쾌하게 풍자하는 기법으로 이루어졌음을 증명한다. 유쾌한 말놀이 속에 담긴 오늘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싸늘한 풍자의 시선. 최근 시조단에서 이런 실험과 깊이가 있었나, 몇 번이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