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연기 감싸안은
산속 작은 마을 남송 1리
보이지 않는 산새의 울음소리
내 발길이 묶인 듯 떨어지지 않는다
몸속 혈관의 빠른 움직임
심장이 데워져 역류하고 있다
못내 하지 못했던 한풀이 하는 걸까
목 놓아 울어댄다
산바람이 스르르 풀려나가고
나는 그 산새 울음 뒤따라 간다
그러나 우리는 모른다
메아리 되어 돌아오지 않는
귓바퀴 찡하게 흔들며 가는 그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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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는 흔한 자연친화적 서정시로 보이나 이 시는 깊은 사유의 울림으로 씌어진 본보기의 작품으로 읽힌다.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산새 울음소리`가 그것이다. 그 산새 울음소리를 따라가나 그것은 `메아리 되어 돌아오지 않는` 즉,인간과 격리된 세계임을 보여준다.우리시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감히 말 할 수 있는게 여기에 있다.
계간 시전문지 『애지』(2003년 가을호)에서 문학평론가 김유중씨가 `아직도 여전히 적지않은 대다수의 시인들이 시의 서정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그들 가운데 대부분이 자신의 믿음을 확신으로 바꿀만한 뚜렷한 작품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고루한 타성을 지닌 시인들이 많음을 잘 지적하고 있는데, 이 시에서는 그런 진부함을 완전히 벗겨냄으로 시적 품위를 잘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말이지 기존 시인들도 시를 쓰는 태도에서 유념해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서, 생각나는 대로 써서 시라고 마구 내놓을 것이 아니라,`참신한 형태로 변용시킬만한 능력`을 가질 일이다.그래야 우선 자신이 시인으로서 값하며 창피당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이 시의 배경은 `허연 연기 감싸안은 / 산속 작은 마을 남송 1리`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세계는 복잡한 인간세상도 아닌 외딴 산속인데, 그 새의 울음은 `못내 하지 못했던 한풀이 하는`지, 그러나 인간으로서는 알아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다.
일찌기 소월도 이라는 시에서 `산새도 오리나무 / 위에서 운다. /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이라 노래하고 있듯이, 이 시 역시 산새의 울음을 통해 힘겨운 인간의 삶을 산새의 울음으로 반추해 보여주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소월이 말하는 `삼수갑산(三水甲山)`이나 이 시속의 `산속 작은 마을` 역시, `우리는 모른다 / 메아리 되어 돌아오지 않는/ 귓바퀴 찡하게 흔들며 가는 그 소리를`에서 제시해 주고 있는 암담한 현실세계에 대한 미궁이 아닐까.
이 작품에서도 `내 발길이 묶인 듯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구절이라든지,`산바람이 스르르 풀려나가고`,`귓바퀴 찡하게 흔들며 가는 그 소리` 일련의 이런 표현력에서 알 수 있듯이 언어 구사력도 뛰어나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세계로 시인은 귀 열어놓고 따라가나 그것은 미궁 다름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