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들어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비롯해 장항리 사지, 경주허브랜드, 화랑고 등이 원주민과 함께 묘한 동거를 하고 있는 마을이 있다.
한수원 본사 입주 이후 담장 하나를 두고 별개의 공간이 펼쳐지는 양북면 장항2리. 이 마을은 이제 한수원 본사가 있는 마을로 더욱 유명하다.
양북면 장항리는 마을 앞산의 지형이 노루의 목처럼 생겼다고 해 노루목, 장항이라 불렀다. 1914년 행정구역 통합에 의거해 경주군 외동면 상신리 일부를 병합해 장항리라 했다.
장항1리가 노루목, 가정, 원들 등의 자연부락에 50여 가구가 모여살고 있는 것에 비해 장항2리는 재동(웃탑정 동북쪽에 있는 마을), 산태밑(재동 남쪽에 있는 들로 산사태가 자주 일어났다고 함), 탑정동네(용아원 서남쪽에 있는 마을), 시월령, 논골(재궁동 서쪽에 있는 골짜기) 등의 자연부락으로 구성돼 약 100여 가구에 2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양북면 중 면적으로는 장항2리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부터 토함산 경주풍력발전소단지까지로 매우 큰 편에 속한다.
이 마을 주민들은 앞산의 지형에서 유래한 ‘노루산’과 함께 다른 산의 지형도 ‘고양이산’, ‘쥐산’, ‘사자산(호랑이산)’ 등으로 이름의 균형을 맞춰 불렀으며 이런 산들이 에워싸고 있는 형상이었다.
또 이 마을에서 발원한 대종천 지류가 마을을 휘감으며 흐르고 있다. 특히, 이 마을에는 유독 아흔을 넘기며 장수하는 주민이 많다고 한다. 주민 대부분은 거의 농사를 짓지만 산골이어선지 산나물류가 유명하다.
양북산나물축제 당시에도 이곳 장항리의 산나물이 많았다. 산나물과 함께 산딸기, 음나무, 두릅, 고추 등을 집중 재배하고 있다. 경주시내보다 2도 정도 기온이 낮고 해풍의 영향이 있어 비가 잦은 기후적 특성을 지닌다.
-최근 풍력단지 근처와 장항사지 인근에 신(新) 전원주택지 형성되고 있어// 한수원 본사에는 다양한 휴식 공간들 있어 한 번쯤 둘러보아도 좋을 듯 한수원 본사는 2016년 이곳 장항리로 본사를 이전했다. 신사옥을 지어놓은 모습이 꽤나 경이롭다. 본사에는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체험형 에너지 홍보관’을 마련했다.
북카페, 도서관, 산책로, 옥외공원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들이 있어 한 번쯤 둘러보아도 좋겠다. 장항2리는 2016년 한수원 본사가 들어서면서 마을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장항2리 전체 농지의 약 50%가 한수원 부지로 수용되고 나서 농가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최근 이 마을엔 토함산 풍력단지 근처 천수답이 있었던 ‘시월령’에 전원주택지가 형성돼 공사가 한창이라고 한다. 장항사지 근처에도 신택지를 분양해 주택이 형성되고 있다고. 청정지역이기도 하려니와 토함산 정기를 품은 탓일까. 은퇴하거나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의 보금자리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모양이다. 휴양지로는 더없이 훌륭한 조건인 공기 좋고 물 맑고 등산하기 쉽고 도로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허브향에 취하고 풍광에 취하는 경주 유일의 허브 식물원 ‘경주허브랜드’...“여기서 평생 살겁니다” 이름만 들어도 코끝에서 상쾌한 허브향이 풍겨 오는 듯한 곳이 장항2리에 있다. 이 마을의 신선한 시그니처 역할을 하고 있는 경주허브랜드가 바로 그곳. 이곳은 다양한 품종의 허브를 직접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약 5000평 규모의 허브 야외정원, 300여 평의 실내식물원과 허브 찻집, 선물의 집 등을 갖추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허브 비누 만들기, 방향제, 향초 만들기 등과 원하는 허브를 직접 화분에 옮겨 갈 수 있는 허브 심어가기가 있다. 허브 야외정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허브와 그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포토존도 같이 있어 가족의 체험 및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어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03년부터 운영해왔던 이 식물원은 2014년경 지금의 이국희 원장 부부(대표 이미란)가 전격 경영하면서 한 때 침체돼 있었던 이 공간을 기적처럼 다시 소생시켰다. 서울서 대기업에 근무하며 탄탄대로를 걷던 이 원장은 고향인 이곳에서 부모님을 모시며 농원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부모님의 땅으로 돌아왔다.
“온실에 들어섰는데 허브의 향과 그 느낌이 너무 좋아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열심히 하면 잘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허브 문외한이었던 저의 멘토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제 어머니셨습니다. 저희가 경영하기 전, 세를 주었던 당시 어머니께서 이곳 허브 관리를 주로 하셨거던요”
“이 공간은 서비스 공간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료입장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가시고 체험하며 차 한 잔 드시고 가는 공간입니다”
이 원장은 최선을 다해 농장을 가꾸되 무료로 개방해 누구든지 와서 쉬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리나라의 허브는 익히 알려진 허브가 대부분인데 쉽게 접할수 없는 색다른 허브류도 다양하게 키우기 위해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허브는 특히 추위와 장마철 습기에 취약해 그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지금은 잘 대비할 정도로 극복했고요. 인근 울산에서 가장 많이 오시고 포항, 부산, 경남, 대구 등지에서 이곳을 자주 찾아 주십니다. 대부분 활짝 웃고 가시고 힐링했다고 하실 때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릴 때도, 아무리 덥고 추워도 하루도 손님이 끊이지 않고 저희 농원을 찾아주시는데 놀랐습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가꿔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답니다”
허브에 대한 모든 궁금증에 부부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덕에 단체 관람객들의 방문도 잦아졌다. 앞으로 재배면적을 좀 더 확장해 장항리의 선한 영향력에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전하며 토함산 기슭의 관광 인프라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에 대비해 더욱 열심히 가꾸고 있었다.
-화랑고등학교는 원래 장항초등학교...인근 산골소년들의 유일한 학교// “지게 지고 밤늦게까지 농사 지을 정도로 억척스럽게 열심히 사셨지요” 장항2리 토박이로 마을총무기도 한 이국희 원장은 “이 마을에 있는 화랑고가 원래는 장항국민학교였습니다. 당시엔 한 학년에 한 반씩, 한 반에 약 90~100명의 학생들이 있었을 만큼 주민들도 많았습니다. 석굴암 바로 아래 뱀밭마을, 상범마을, 하범마을에서도 그 작은 발걸음으로 이 먼 학교까지 걸어 다녔으니 지금은 상상불가죠”라고 한다. 장항국민학교는 인근 산골소년들의 유일한 학교였던 셈이다. 그때는 앞산의 정상까지 논이 있었고 골짜기에 물이 많아서 물 공급도 상당히 원활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논 한 마지기 팔면 시내 두 마지기 산다고 했어요. 땔감도 많았고 논밭도 많았어요. 당시 주민들은 앞산 정상에 있는 논농사는 물론, 풍력단지가 있는 시월령까지 농사 지으셨어요. 지게 지고 밤늦게까지 다닐 정도로 억척스럽게 열심히 사셨습니다”
-국보 문화재 있는 마을... 사적 장항리 사지와 국보 236호 장항리 서 오층석탑, 넘어진 안내판과 절 터 입구 목재 계단 개선 시급 장항2리에는 장항리 사지와 국보 236호인 장항리 서 오층석탑이 있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에서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종소리, 진평왕릉과 함께 폐사지인 장항리 사지를 꼽으면서 ‘이 세 가지를 잘 음미해야 신라 문화의 품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만큼 폐사지로는 아름답고 품격 높은 절터인 것이다.
장항리 사지는 이곳 장항리에 위치한 토함산 동쪽에 있는 절터로 현재 법당터를 중심으로 동서에 탑 2기가 남아있다. 1923년 도굴범에 의해 붕괴된 것을 1932년에 복원이 가능한 서탑만을 새로 복원했다. 절터가 있는 계곡은 대종천의 상류로 감은사터 앞을 지나 동해에 이른다.
현재, 장항리 사지는 경감로가 신설된 이후부터는 탐방객이 줄었지만 토함산 수목경관 숲이 완성되면 토함산자연휴양림과 함께 연계관광지로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여름 태풍 탓인지 절터 입구에 서 있었던 소나무 두어 그루가 베어져 있었다. 장항리 사지 안내표지판도 뿌리째 뽑혀 비스듬히 넘어져있어 속히 복구돼야 할 것으로 보였다. 또, 절터로 오르는 계단의 데크목도 군데군데 썩어 삐그덕 거리고 있어 국보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었다.
-마을 정상에 오르니 한수원 본사 건물과 마을 풍광 한눈에 들어 와 오후 4시 30분경 이 마을엔 벌써 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언덕배기에 있는 이 마을은 도로변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깊고 넓고 컸다. 장항2리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장항재동길 골목길을 따라 마을의 정상에 오르니 인접한 한수원 본사 건물과 마을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언덕길 끝에는 바로 화랑고등학교가 이어져 있다. 마을 곳곳에는 음나무가 많았고 소를 먹이는 농가도 많았다. 감을 따는 주민도 있고 마당 안 텃밭에서 내년 봄에 먹을 요량으로 시금치 씨앗을 뿌리는 할머니의 허리가 더욱 굽어보인다. 주민들은 한가롭게 하루를 정리하며 저무는 가을 저녁을 맞아들이고 있었다. 골목 한 켠 어느 한옥에는 ‘경주시 제 2015-2, 작은 도서관 & 카페’라는 안내 표지판이 걸려있는 집이 보여 이채로웠다.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존하면서 한수원 관련 인프라와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마을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장항2리에도 가을이 깊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