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매력적인 곳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감포처럼 인상적이고 오래된 포구이면서 열거하기도 어려울만큼 천혜의 경관을 여럿 지닌 곳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자는 오랫동안 감포의 아름다움을 찾아다니고 많은 보도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아직 덜 알려져있고 더욱이, 비경이라면 그 짜릿함은 몇 배가 되곤 하지요.
감포의 또 다른 숨은 명소를 다시 하나 더 소개합니다. 바로 해국 자생지로 유명한 감포깍지길 8구간 중 감포읍 전촌1리 거마장 아래 용들의 전설을 간직한 ‘용굴’입니다. 코로나19로 감포 바닷가로 바람 쐬러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요즈음, 이곳 전촌항 용굴 주위 해변에도 제법 많은 이들이 가을 바다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오랜 토박이들과 주민들조차 잘 모르고 있는 이가 많다는 용굴은 짭쪼름한 바다냄새와 파도소리 넘실대는 전촌 바다 어귀에 있습니다. 용굴로 가는 가파른 길을 오르자니 금세 숨이 차오릅니다. 용굴로 가는 데크길을 조성해 두었으나 지난 몇 번의 태풍으로 입구와 출구로 이어지는 데크길이 다소 유실돼 있었습니다. 조심조심 접근할 수 밖에요. 용굴로 가는 길가와 가파른 절벽에는 연하거나 짙은 보랏빛 해국이 지천이었습니다. 이맘때가 절정이라고 하는군요.
해국이 지천으로 뒤덮여 있는 천혜의 용굴 주변은 아직은 정비가 되지 않아 주민들이 임시방편으로 마련해놓은 좁은 데크길이 전부이지만 지천으로 피어있는 해국을 감상하느라 탄성이 이어집니다. 해국은 용굴 위 바위틈과 용굴 정상에도 자라고 있었습니다. 용굴은 거대한 기암의 형태였지만 커다랗고 둥근 바위굴이 세 개가 있어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위압감은 잠시 번잡한 일상을 순식간에 내려놓게 합니다. 먼 바다로부터 흘러들어온 파도가 둥그런 바위굴의 구멍으로 빠져나오는 용굴의 내부는 시꺼멓게 푸르러 현묘한 경지입니다. 바지를 둘둘 말아 올리고 양말을 벗고 자갈을 밟으며 용굴에 부딪혀 세차게 밀려오는 파도를 정면으로 느껴보았습니다. 가을의 바닷물은 차갑지 않았고 부드러웠습니다.
주민 누군가는 마치 큰 용이 날개를 펴면서 바다를 향해가는듯한 형상이라고 했다는데 적절한 비유인듯 햇습니다. ‘감포읍지’에는 ‘장진리(전촌리의 옛이름)’에는 맑은 물에 사는 담룡(淡龍)과 뱀이 변해서 용이 되었다는 사룡(巳龍)이 오래 같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용굴은 용이 살던 구멍으로 이 두 용들은 사는 곳이 달라서 오랜 세월 싸움을 했다는군요. 전설 속 용들이 아주 오래 살았다는 이 굴은 태고의 원시적인 기운이 넘쳐 위엄까지 느껴집니다.
이곳에 출렁다리를 설치해 용굴과 그 주변의 경관을 바다 위를 거닐면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이곳을 아끼고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이곳 주변의 경관에 대해 훼손을 최소화하며 정비하기를 바라보았습니다.
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 / 그림=김호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