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에서 예기치 않게 생명의 숨겨진 표현을 목격할 때 경이로움을 느끼고 그 세계의 본질로 다가간다. 수행자적 태도로 40여년간 창작에 몰입해 온 지역의 원로 조각가 이점원의 회고전 ‘이점원, 구도의 일기’가 포항시립미술관 1, 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점원 작가의 초기 추상조각부터 현재 구상조각까지 100여점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이점원 작가는 엄청난 작업량으로 유명한 조각가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작품을 구현하기 위한 재료를 국한하지 않았고, 재료의 다양성만큼이나 실천의 다양성도 확보됐기 때문이다. 재료의 발견이 곧 작업의 테마로 이어지는 작가. 경주로 터전을 옮기며 전통적 생활도구나 민예품 혹은 고택, 산, 들에서 우연히 획득한 자연의 오브제들이 작품 재료가 된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냄새 맡을 수 있는 것 등 우리의 정서가 녹아든 것은 모두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작업의 재료와 그 안에 담아내는 이야기를 이웃에서 찾고, 그들의 실질적인 참여도 독려하며 자신이 만끽했던 즐거운 유희를 주변에게 전하고 있다. 현재 놀자학교라 불리는 ‘경주전통문화체험학교’에서 구체적으로 예술을 실현하는 그다. 지금껏 자연에서 얻은 오브제를 이용해 붙이고 다듬어 작품 활동을 해왔던 작가는 어느 날 문뜩 자연에서 발견한 등나무 한 자루에서 새로운 모티브를 얻는다. “자연은 이미 더 이상 건드리지 않아도 될 질서와 형태가 있다는 것을 근래에 느꼈어요. 인위적으로 가공해 지나치게 설명적인 것보다 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기 충분했죠. 자세한 구상은 더 해봐야겠지만 앞으로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40여년간의 작품인생을 담은 이번 전시에 대해 작가는 지금까지 작업했던 것이 과연 어떤 객관성이 있는지 총체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구도의 일기’라는 주제에서 오는 중압감이 컸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써나가야 아주 단순하면서 다른 일기와 차별화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전시가 됐죠. 이번 전시 기간동안 그 해답을 꼭 찾아내려고 합니다” 포항시립미술관 이보경 학예연구팀장은 “이번 전시는 이점원 작가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실천으로 획득한 예술 노동자의 서사를 통해 우리의 삶에는 과연 예술이 차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전시”라며 지역미술사 정립과 지역 작가를 조망하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과 관람을 바랐다. 조각가 이점원은 1951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동국대 미술학과 및 동 대학원 교육대학원을 졸업해 1991년부터 2016년까지 동국대 경주캠퍼스 미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 동국대 미술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왕성히 작업 중이다. 1983년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2020년 현재 40여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30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경력으로는 경상북도 문화상(2015), 제8회 MBC 삼일문화대상 특별상(2002), 제3회 오늘의 작가상(1996), 서울 현대 조각공모전 특선(1987)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 밖에 동국대 인문과학대학장, 포항시립미술관 운영위원, 학교법인 보문학원 재단이사, 경주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한국 구상조각회 등 전국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다수 활동했다. 한편 포항시립미술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적용에 따라 온라인 사전관람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시간당 입장 인원수를 30명으로 제한해 ‘거리두기 전시 관람’으로 운영한다. 예약은 포항시립미술관 홈페이지(www.poma.kr)에서 간단한 회원가입 후 가능하다. ‘이점원, 구도의 일기’展은 내년 1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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