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시는 유행을 탄다. 최신 트렌드의 새 도시가 출시되면 이전 도시는 구형이 된다. 주택공급을 위해 신도시들이 만들어졌을 때는 아파트단지들이 유행의 중심에 있었다.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선 도시 가운데에는 중앙공원이라는 것을 만들어 도시민들에게 녹지를 제공했다. 이후에는 넓은 호수를 넣어서 쾌적함을 더하는 것이 유행했다. 유명 해외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트램이라는 교통수단이 친환경적이라고 하여 이를 도입하려는 시도도 있었고, 지하철을 놓기 어려운 곳에서는 이와 비슷한 경전철을 도입해서 운영하기도 한다. 이후에도 도시들은 역세권, 친수환경, 친환경도시와 같은 이슈들을 내세우며 최신의 도시 트렌드를 쫓아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스마트시티 붐을 타고 전국 대부분의 도시가 스마트한 도시되기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조성의 흐름은 이전보다 쾌적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요구와 맞물려 우리나라 도시개발역사의 큰 축을 형성하면서 발전해왔다. 한편으로 이 같은 우리나라의 도시 만들기로 인한 신도심과 원도심의 관계는 마치 전자제품 출시에 견줄 수 있다. 전자제품은 기술개발로 실제 수명이 이전보다 훨씬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용기간은 더 짧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은 대략 2년을 주기로 교체된다고 한다. 한 대 가격이 100만원을 웃도는 스마트폰들이 제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바뀌고 있고, 그 주기 또한 2년보다 더 짧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도시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원도심이 오래되었으니 외곽에 새로운 시가지를 조성했다. 이전보다 넓은 도로와 깨끗한 외부환경, 새 아파트들이 있는 곳이다. 처음에는 황성동이었고, 다시 시간이 좀 지나 그 위와 옆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땅을 찾아 번져가고 있다. 이곳들도 시간이 흘러 낡은 곳이 되면 다시 또 어느 땅을 새집을 지을 것인가. 전자제품이라고 하여 모두 오래되었다고 쉽게 버려지는 것은 아니다. 옛 것이지만 매니아층의 사랑을 받는 기기들도 있다. 본연의 가치가 뛰어난 제품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 빛을 발한다. 거래되는 가격이 최신의 것들에 비해 월등한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가 합쳐진 뉴트로(newtro)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져 우리 생활 전반에 유행하고 있다. 겉모양은 오래된 것이지만, 내부 성능은 최신기기에 필적하는 전자제품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심지어 옛날 전자제품의 껍데기에 굳이 최신 제품을 이식하여 사용하는 특별난 사례도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을 모두 따라가기도 힘들 것이고, 매번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는 것에 대한 피로도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좀 더 희귀하고 개성 있어 보이는 옛것을 찾아가는 뉴트로가 유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도시들이지만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 있다. 여기서 오래된 도시란 단순히 도시가 만들어진 이후의 시간이 한참 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도시 안의 건축물과 공간들이 긴 시간 동안 본연의 가치가 잘 보존되고 가꾸어져 왔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 경주도 이러한 뉴트로의 개념을 도시계획과 관리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경주는 신라시대부터 조성된 방리제에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지금의 경주읍성을 비롯한 여러 유산들이 역사적 규칙을 가지고 조성되었거나 분포되어 있다. 뛰어난 가치가 있는 것들이 도처에 있으니 앞으로도 잘 활용하고 가꾸어나가면 된다. 그리고 진정한 뉴트로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공간이 박제된 공간이 아닌 생동감 있는 살아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장 난 오래된 전자제품이 아닌 제 성능을 발휘하는 멋진 올드 카가 되어야 한다. 파리와 로마의 골목길에서 만나는 오래된 건물들과 장소들은 수십 년, 길게는 몇 백 년 동안 현역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래되었다 하여 무조건 박물관 유물처럼 만들 필요는 없다. 100년 된 가게, 200년이 넘은 살림집, 1000년의 유래를 간직한 관공서가 계속 늘어날 수 있는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 경주는 진정한 ‘뉴트로 시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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