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이후 세계는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고 콘텐츠 생산이 중심이 아니라 플랫폼을 누가 주도해 가는가에 더 관심이 가는 세계로 변모해가고 있다.
문화조차도 어떤 플랫폼에 맞춰지는가에 따라 그 깊이가 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에서 접한 내용이 실제 공간의 매력도와 일치할지 아니면 그 이상의 매력도를 어떻게 끌어내는가에 따라 성공의 열쇠가 달려 있어 플랫폼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의 가치, 수요자가 힐링할 수 있는 실제 공간 매핑 중요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치가 모든 경제 행위의 출발이나 동기가 되듯이 문화에도 가치는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일으킨 사회현상중 하나는 세계화에 따라 산업화된 대중문화의 소비가 줄고 가까운 지역문화의 소비 갈망이 증대되어 가리라는 것이다.
서유럽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도시에 문화를 붙인 예컨대 문화수도, 문화도시, 창조도시와 같은 개념을 말해왔다. 하지만 ‘문화도시가 사람의 삶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느냐’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매우 궁색해질 것이다. 도시는 언제나 지속적인 개선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개선이 그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답을 주어야한다.
문화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전체주의 도시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나, 산업혁명이나 압축성장으로 만들어진 도시가 지속성을 잃은 가장 큰 이유는 그 도시 거주민의 필요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필요로 빠르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도시의 창조적 능력은 유명한 예술가나 기념비적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문화적 도덕적 물리적 하부구조에서 비롯한다. 창조적 능력이란 특정 집단이나 개인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밀도로부터 창출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문화적 충돌과 변이현상은 유용성과 동시에 위험성도 아울러 공존하게 되며 변화의 밑바탕에는 하나의 힘으로 작동하지 않는 새로운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등 감염 병으로 인한 인적 물적 교류의 제한, 저탄소 경제의 활성화, 급속한 기술 발전, 인구통계와 수명의 근본적인 변화 및 중대한 사회적 변화라는 다섯 가지 요소가 미묘하게 결합되어 나타나고 있다.
우선적으로 이들이 가진 유용성과 긍정적인 요소들은 사회변화의 현상에 따라 인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논의의 초점은 이러한 변화에 따른 정보 공유의 대상이 개인으로 한정됨으로써 수도권과 달리 지역사회는 고립, 파편화, 소외 등 부정적 요소가 커져 조직화된 대응이 매우 어렵다.
클레이 서키(Clay Shirky)는 그의 저서 『많아지면 달라진다』에서 ‘인지잉여(Cognitive Surplus)’란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인지잉여란 “전 세계 시민들이 자신의 잉여시간을 사람들과 함께 모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사회적 자원”을 말한다. 우리가 잉여시간을 이용하고 미래의 세상이 변화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인적 교류는 물론 문화 교류에 있어서도 비대면 상황이 증가해가고 있는 현실에서 인지잉여라는 개념아래 디지털 컨버전스(융합)와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라는 화두를 지역관광의 활성화를 위한 프레임워크 구축의 수단적 개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관광의 발전적 측면에서도 인지잉여와 디지털 노마드는 외부환경의 변화와 함께 융합론적 시선이동이 필요하다. 경주와 같은 지역관광자원은 불교문화 등 동양문화에 내재되어있는 정적가치를 새로운 관점의 디지털 노마드를 통해 외연화 함으로써 본래의 가치가 극대화하여 고객의 니즈(욕구)에 맞는 지역관광자원의 문화콘텐츠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인지잉여와 디지털 노마드가 동양의 어려운 정적 문화를 쉽게 접근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동, 서양문화의 융합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정부나 공공미디어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잉여시간을 매개 수단으로 사용하는 뉴미디어-유튜브 같은-에 의한 민간주도의 인지잉여가 한 축으로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똑같은 적산 가옥을 놓고 일본인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형태의 관광코스의 개발 혹은 다크 투어리즘 형태의 코스 설정이냐 혹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처럼 간접적인 스토리텔링을 입힘으로서 공간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공간 문화의 융합으로 나아갈 것인지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이나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보이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