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사를 보면 여성무용수들의 치마가 점점 짧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발레가 유럽 궁정에서 사교를 위한 필수과목으로 통할 때는 치마가 바닥을 쓸 정도로 치렁치렁 길었다. 시대의 반항아 카마르고가 나타나 발목이 보이도록 치마 끝단을 싹둑 잘라낸 건 혁명과 같은 일이었다. 치마 아래로 다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하체 테크닉이 개발되었다. 이어서 발레는 형식을 갖추기도 전에 낭만주의를 맞이하였다. 이때 낭만주의는 ‘로맨틱 튀튀’라는 새로운 무대의상을 선보였다. ‘라 실피드’나 ‘지젤’에서 처녀귀신들이 입고 춤추는 종모양의 하늘거리는 그 옷이 바로 로맨틱 튀튀다. 그래도 로맨틱 튀튀는 무용수의 무릎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근래에 자주 공연되는 백조의 호수를 보면 여성 무용수들이 무릎은 물론이고 허벅지까지 드러나는 짧디짧은 치마를 입고 나온다. 요즘의 우리는 발레리나라면 응당 이 옷을 입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바로 ‘클래식 튀튀’다. 관점에 따라 선정적이기도 하지만 온 하체가 여실히 드러난 이상 무용수로서의 다양한 테크닉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푸에테나 그랑 파드되 같은 고전주의 형식들은 의상형식인 클래식 튀튀에 터 잡은 것이다. 이 짧은 치마가 아니었다면 32회전 푸에테가 가능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을 것이다. 클래식 튀튀는 엄격한 형식의 상징이다. 발레리나의 다리에 무한한 자유를 부여했지만 발끝을 짓누르는 포인트 슈즈와 함께 무용수를 속박하는 도구였다. 이후 맨발에 흘러내리는 슬립드레스가 현대무용의 전형이 된 건 이런 속박에서의 탈출을 의미한다. 프티파가 만들어낸 고전발레의 엄격한 형식미는 이렇게 해체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