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한 초대형 태풍이 잇따라 강타하면서 감포항 인근 마을이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주민들은 자연재해가 아닌 명백한 인재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주민들은 감포항 남쪽 바다를 메워 조성한 친수공원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하고, 피해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다음날인 지난 8일 오전 감포항. 주택과 상가 등 건물 수십 채가 물에 잠기고, 주민들은 고립됐다가 구조되길 반복하면서 상실감에 빠져있었다. 마을 앞에 조성된 친수공원은 전쟁터를 떠올릴 만큼 초토화됐다. 해양수산부가 2018년 완공한 친수공간은 넓은 공원과 주차장, 체육시설 등을 갖췄지만, 지난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과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강타하면서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친수공원 상단부는 집채만한 파도가 넘쳐 벽돌이 수십미터 아래로 떠내려가 쌓여 있고, 조경수와 가로등은 거의 쓰러져있었다. 주차장 바닥은 유실됐고, 화장실은 파도에 휩쓸려가 흔적조차 없었다. 약 10m 높이의 조형물도 바닥 아래로 내려앉았고, 특고압 케이블이란 테이프가 붙은 전선은 앙상한 모습으로 곳곳에 노출돼 있었다. 친수공간 아래 마을은 두 차례 태풍으로 해일성 파도가 들이치며 주택 수십 채가 사람 가슴 높이까지 물에 잠겼다. 시는 8일 현재 이곳 마을 주택 및 상가 37동이 침수됐고, 이재민 56명, 부상 8명, 차량 파손 8대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감포항 친수공간 일대 배후지 1만㎡와 화강석포장 1687㎡, 블록포장 1만5000㎡, 가로등 25주 등이 유실됐다. 피해액은 총 35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물에 잠긴 주택에 갇혔다가 119구조대에 구조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적은 강수량에도 침수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마을 앞에 조성한 친수공간을 지목하고 있다. 경주시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상륙할 당시 감포읍의 강수량은 각각 13mm, 95mm이었다. 당시 경주지역 평균 강수량은 마이삭 89.1mm, 하이선 172.6mm으로 비교적 낮은 강수량이었다.  문제는 강한 바람으로 인한 해일성 파도가 친수공간을 넘었고, 많은 양의 바닷물이 한꺼번에 빠질 곳이 없어 주택과 상가로 들이닥친 점이다. 주민들은 친수공간을 조성하면서 월파에 대비한 방파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18년 1월 친수공간 준공이후부터 강한 바람에도 파도가 넘치는 등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수립하지 않다가 이번에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명백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주민 A씨(여·70)는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왔지만 이번처럼 파도가 넘어와 침수된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친수공간이 만들어진 뒤 방파제 역할을 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이고, 이미 예견된 일인 만큼 시행사인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더 큰 문제는 또 있다. 앞으로 마이삭과 하이선과 비슷한 경로로 태풍이 상륙할 경우 피해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따라 월파방지시설과 배수시설 확충 등이 피해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주민들은 “친수공간 조성 후 파도가 넘치는 사례가 잦은 만큼 또 다른 태풍이 닥치면 똑같은 피해가 발생하게 돼 주민들이 모두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친수공간 앞쪽에 추가로 방파제를 설치하고, 배수시설 확충 등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포항지방해양수산청과 파도가 넘치는 것을 막는 테트라포드 등 시설과 배수시설 등의 추가 설치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감포항 친수공간은 해양수산부가 사업비 460억여원을 들여 추진한 감포항 정비사업 일환으로 지난 2018년 1월 완공했다. 사업비 96억원 들여 해안을 매립해 부지 3만5800㎡에 해상수변공원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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