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운영비 등으로 매년 약 26억원씩의 시민 세금이 지출됐는데 집행내역은 알 수 없다” “운영비가 어디에 사용되는지도 모른 채 경주시는 앞으로도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30년까지 매년 이 같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도 과거 정부의 BTL(임대형 민자사업) 표준 실시협약에 따라 운영사의 운영비 정산 의무가 없어 지자체는 이를 요구할 수 없다”
지난 2010년 개관한 경주예술의전당 이야기다. 경주시의회가 이 같은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 14일 ‘(가칭) 경주예술의전당 운영실태 대책반’을 구성했다.
대책반은 최덕규 의원을 반장으로 장복이, 김태현, 이락우 의원 등 4명의 의원이 활동키로 했다. 앞으로 경주예술의전당 운영사로부터 집행내역 제출 요구와 관련한 법적 검토와 운영비 사용의 적절성 등을 점검 및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경주예술의전당은 지난 2007년 BTL 방식으로 경주시와 운영사가 협약을 맺고, 724억원의 민자를 투자해 2010년 8월 준공했다. 초기 건설비 745억원 중 시비 31억원을 제외하면 순수 민간투자는 724억원이다.
현재 경주시 재정투자계획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30년까지 20년 동안 임대료 1215억원, 운영비 344억원, 충당금 81억원 등 총 1640억원을 운영사에 지급하게 된다. 실제 2019년 1년간 임대료 약 55억7000만원, 운영비와 대체충당금으로 약 25억7000만원 등 총 81억4000여만원을 지급했었다.
문제는 전액 시비로 충당하고 있는 운영비에 있다. 운영비는 경주예술의전당 시설의 유지관리, 청소·보안관리, 환경위생관리, 이용자에 대한 정보제공, 부속시설 운영 등에 수반해 발생하는 경비다. 경주시는 대체충당금을 포함해 매년 26억여원을 운영사에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경주예술의전당 운영사가 지난 10년간 경주시로부터 지급 받은 운영비의 집행내역을 한 번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 이는 정부기관인 공공투자관리센터의 ‘BTL 표준 실시협약’에 따른 것으로, 운영사가 운영비 관련 정산서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실시협약에 따르면 주무관청이 사업시행자에게 운영비를 지급했다면, 민간투자사업의 취지상 민간의 운영비 집행내역을 주무관청이 확인하거나 운영비 정산을 요구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 지난 2007년 10월 경주시와 사업시행자가 체결한 실시협약에도 운영비 정산에 대한 조항은 없어 집행내역 제출의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시한 ‘BTL 표준 실시협약’이 결국 경주시민의 세금이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지자체 재정여력의 한계로 당장 짓기 힘든데도 민간자본을 끌어들인 BTL방식으로 대형공공시설 사업을 추진했다가 운영비 문제로 논란을 빚는 사례는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경주예술의전당과 비슷한 시기에 준공된 천안과 안동의 예술의전당도 유사한 사례다.
이에 따라 이번에 구성한 대책반은 공공투자관리센터가 과거 제시한 ‘BTL 표준 실시협약’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 헌법소원 등을 위한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
최덕규 의원은 “막대한 시민 혈세가 매년 투입되고 있는데도 운영사가 운영비 집행내역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한 과거 악법은 개정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법적검토를 통해 경주예술의전당이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동료의원들과 힘을 모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 의원은 지난 6월 24일 제251회 경주시의회 제1차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예술의전당 관리운영비 집행의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당시 “예술의전당 운영비 사용내역 자료가 없어 시 해당부서에 운영사의 운영비 사용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불가 통보를 받았다”며 “운영사의 이익은 경주시와 약정한 20년간 임대료를 받아 회수하면 되는 것이지, 운영비로 이익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영사는 경주시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연간 약 26억원의 운영비를 받으면서 그 내용을 대의기관인 시의회에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또 경주시는 운영사가 실시협약서상 경주예술의전당을 성과요구 수준에 맞게 운영하는지, 운영비는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책정됐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관리해야 하며, 그 내용을 의회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었다.
-안전한 시설관리 위해 집행내역 공개해야 경주예술의전당 운영비 집행내역과 관련해서는 시설관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에 따르면 현재 예술의전당의 노후화된 시설과 기자재 개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운영사가 운영비로 노후 시설에 대한 투자와 기자재 개선을 해야 하는데도 무대와 마이크, 조명 등 시설과 기자재가 현재 작동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20년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30년 이후 노후된 예술의전당의 전반적인 시설 개선은 결국 경주시가 떠안게 돼 향후 예산부담이 가중된다는 것.
이에 대해 최덕규 의원은 “현재의 ‘BTL 표준 실시협약’을 개정하지 않으면 운영사의 집행내역을 전혀 알 수 없어 경주시가 필요로 하는 시설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운영사가 법적 테두리 내에서 집행내역 미제출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경주시와 협의를 통한 안전하고 투명한 시설관리를 위해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