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최대 사찰 황룡사가 증강현실(AR) 디지털 기술로 복원됐다. 경주시와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하나로 현재 터만 남아있는 황룡사의 중문과 남회랑을 디지털로 복원했다고 밝혔다.
황룡사는 553년(진흥왕 14년) 창건을 시작한 이후 신라 최대 사찰로 추앙받았지만 1238년 몽골 침입 때 소실됐다. 황룡사는 남문을 시작으로 북쪽으로 중문, 목탑, 금당, 강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중문 양쪽에 남회랑이 이어져 있다.
이번에 디지털로 복원된 것은 황룡사가 가장 크고 화려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 시기의 황룡사 중문과 남회랑이다.
복원한 중문의 크기는 가로 26.4m, 세로 12.6m, 남회랑의 길이는 중문을 포함해 272.5m이다. 중문은 2층 규모의 우진각 지붕 형태와 1층 규모의 맞배지붕 형태 두 가지 모습으로 구현했다. 남회랑도 중문에 맞춰 두 가지 형태로 만들었다.
이번 디지털 복원은 경주시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012년부터 협약을 체결해 진행하고 있는 황룡사 복원 심화연구의 결과를 담은 것이다.
실물이 없는 문화재를 디지털로 구현한 사례는 지난해 8월 한양 도성의 서쪽 정문 돈의문이 있지만, 이번처럼 실제 건축물 크기로 만든 것은 최초 사례다.
건물을 구성하는 부재를 하나하나 만들어 세부사항을 자세히 표현하고,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실제 건축물 크기의 증강현실로 복원한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측은 기존 디지털 복원물은 원근감이 무시됐지만, 이번에는 체험자와 건축물의 거리를 계산해 원근감을 최대한 살려 황룡사를 실제로 거니는 것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기존 많이 사용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마커 인식과 카메라 위치추적 기능을 활용해 건물이 정확한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도록 위치 정합성도 확보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이번에 황룡사 중문 및 남회랑의 디지털 복원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건축유적을 실물 복원과 마찬가지로 유적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황룡사지 방문객이 태블릿PC를 이용해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주시와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24년까지 황룡사 금당, 이후에는 강당과 9층목탑도 디지털로 복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