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야구의 승부가 투수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뜻이다. 한편 오페라는 아리아 놀음이다. 바그너라면 선뜻 동의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리아 하나로 그 오페라를 연상하고, 좋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아리아가 ‘밤의 여왕 아리아’다. 엄청난 고음에 투박한 독일발음이라 웬만하면 한 번만 들어도 잊기 어렵다. 마술피리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 중 하나가 된 건 반쯤은 이 아리아 덕분일지도 모른다. 물론 아름다운 멜로디의 아리아도 있다. 카르멘이 남자를 유혹하면서 부르는 쿠바 풍의 ‘하바네라’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워낙 인기 아리아라 ‘불후의 명곡’이나 ‘나는 가수다’ 같은 대중방송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리골레토에서 만토바 백작이 부르는 ‘여자의 마음’도 압권이다. 테너의 시원시원한 발성이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파바로티가 생각나는 ‘네순도르마’(푸치니의 투란도트), 칼라스의 트레이드 마크 ‘정결한 여신이여’(벨리니의 노르마) 등 주옥같은 솔로 아리아는 오늘날로 치면 가요톱10에 드는 노래였던 것이다. 오페라에서 이중창은 발레의 파드되(2인무)에 비견되는 아리아다. 특히 남녀 주인공이 주고받는 노래는 파드되만큼이나 아름답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에서 핑커톤과 초초상이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 ‘저녁이 온다네(Viene la sera)’,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부르는 ‘축배의 노래’는 널리 알려진 이중창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 등장하는 ‘편지 이중창-저녁바람은 감미롭고’(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는 음악의 힘을 절실히 보여준다. 삭막한 감옥 속에 갇혀있는 죄수들에게 이 노래는 온기가 되고, 감동이 된다. 고등학교 시절인 80년대 초반, 교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오페라 아리아를 듣고 곡목을 맞추는 시험을 본 적이 있다. 음악선생님은 시험을 위해 유명 아리아 10여곡을 테이프에 녹음해 주셨는데, 이중에서 여자의 마음(리골레토), 어느 갠 날(나비부인), 밤의 여왕 아리아(마술피리)는 확실히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교실은 ‘쇼탱크 탈출’의 감옥에 다름 아니었다. 이 노래는 우리에게 케렌시아(Querencia)가 되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한 걸음 벗어나게끔 해주신 선생님께 지금에서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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