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문화재는 무엇일까? 물어보나마나 불국사와 석굴암이고 그 속의 다보탑 석가탑일 것이다. 또는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일 수도 있다.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너무나 일반화 된 이미지로 인해 그 외의 유적이나 유물들이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경주에는 보석 같은 문화재와 유적들이 강변의 모래알처럼 많지만 정작 경주사람들조차 이들에게 의미 부여하거나 관심 가지지 않으니 이런 것들이 외부에 조명될 리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준 씨의 아들 윤시담 군(월성초 3년)의 선택은 대견하기 이를 데 없다. 학교에서 내준 숙제로 선택한 문화재가 불국사 내 ‘광학부도’였던 것. 아버지 윤석준 씨가 왜 이 문화재를 선택했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친구들은 다보탑이나 석가탑을 택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단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 친구들의 선택은 대부분 어른들이 받고 그대로 대물림한 교육의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간판스타, 1등, 최고를 중시한 기성세대들의 비뚤어진 경쟁심은 문화재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 걸핏하면 3대 유적이나 4대 명소를 들먹이기 좋아했고 국보건 보물이건 사적이건 1호가 최고 좋은 것으로 인식해 왔다.
시담 군이 광학부도를 경주의 문화재 숙제로 선택한 것은 어쩌면 아버지 윤석준 씨가 다양한 문화 마인드를 가지고 아들 시담 군에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윤석준 씨는 여행사 동국투어를 경영하면서 국내외 다채로운 관광지를 섭렵하며 눈에 띄는 포스팅을 심심치 않게 해온 장본인이다. 그 식견이 아들에게 영향 미쳤음은 보지 않아도 알만하다.
그러니 적어도 경주사람들은 경주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다채로운 시각을 가져보자. 불국사 석굴암 외에도 경주는 차고 넘치는 문화재들이 널리고 널렸다. 광학부도처럼 보석 같은 문화재들을 시민들 스스로 먼저 깨우치고 알릴 때 우리가 ‘대외적으로 팔아먹을 수 있는 경주’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윤시담 군의 숙제가 어른들에게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