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고향 경주구한말 왕실의 궁중음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임금의 수라상에 올려졌던 음식들을 하나하나 재현하고 조리법을 정리해 일반인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궁중음식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그녀, 바로 궁중음식의 대가 (사)궁중병과연구원 정길자(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보유자) 원장이다.
정길자 원장은 1989년 경주관광교육원 한식조리과가 신설되면서 한식 담당 교수로 경주에 오게됐다. 전문 조리사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경주에서 11년간 전통적인 한국음식과 궁중음식을 가르쳤다. 당시 정길자 원장이 교수로 있었던 경주관광교육원은 한국관광공사 부설 호텔사관학교였다. 1년 과정 졸업 후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 요원을 길러내는 곳이었으며 해마다 100%의 취업률을 자랑했지만 1999년 한국관광공사의 구조조정으로 교육원이 폐쇄됐다. 이후 그녀의 능력과 역량을 일찌감치 알았던 스승 황혜성의 제안으로 궁중음식연구원 병설 전통병과연구원을 맡게됐고, 그렇게 다시 서울로 상경하게 됐다. 하지만 정 원장은 아이들이 자라는 가장 중요한 시기 경주에 살면서 삶에 대한 만족도가 정말 높았었다면서 젊은 시절 열정을 쏟아부은 곳도 경주다 보니 경주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마지막 상궁들의 구술 바탕으로 전수된 궁중음식 정길자 원장은 지난 2007년 한복려(2대 보유자 황혜성(1920-2006) 장녀, (사)궁중음식연구원 원장) 원장과 함께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3대 보유자로 지정됐다.
당시 궁중음식의 체계적인 전승과 보급을 위해 궁중음식과 궁중 병과로 세부기능을 구별해 보유자로 인정됐다.
대학에서 가정교육과를 졸업한 정길자 원장은 1971년부터 황혜성 선생으로부터 30여년간 궁중음식을 전수받았다. 황혜성 선생은 조선 시대 궁중음식 문화를 연구, 계승하는데 한평생을 보낸 궁중음식 명예기능보유자다. 1942년 숙명여자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선왕조 마지막 주방 상궁이었던 1대 한희순(1889-1972)으로부터 궁중음식 조리법을 전수받았고, 기억과 구술로만 전해지던 궁중음식 내용을 정리해 요리책 ‘이조궁정요리통고’를 편찬했다. 또 1971년 궁중음식연구원을 설립해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고, 다수의 저서를 남기며 궁중음식 저변 확대 및 계승발전에 기여했다.-고조리서 기록된 궁중음식 발굴, 한식 세계화 위해 꼭 필요한 과정 고조리서에 기록된 궁중음식이 재현돼 상에 올랐을 대부분의 반응은 새로운 퓨전 음식을 대하듯 호기심 가득하다. 정길자 원장은 고조리서에 기록된 옛 우리 음식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것이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면서 한식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조선 시대부터 전해져 오던 떡의 종류가 250여가지며,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재료로 만들 떡들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요즘이다. 원칙과 전통을 중요시하는 정길자 원장은 우리 음식을 하는 데 있어 전통은 절대 버릴 수 없다는 것이 아닌 꼭 알아야 한다는 것임을 강조했다.-가장 맛있는 음식은 바로 정성 담아 조리한 어머니 음식 예전 어머니가 해준 시래기나물이 유별나게 생각나는 날이 있다. 그렇다고 이 세상에 제일 맛있는 음식이 시래기나물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객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이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그리워하듯 정길자 원장은 가끔 어머니 음식이 그리워질 때면 어머니의 손맛과 가장 가까운 언니를 찾게 된다고 말한다.
“타지에서 사는 아이들이 오랜만에 집에 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반가운 마음으로 마트부터 가게 됩니다. 아이들이 평소 좋아하던 음식 준비를 위해 식자재를 준비하고, 내가 한 음식을 먹고 좋아할 아이들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요리하게 되죠. 그 마음은 그렇게 고스란히 상대에게 전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조리사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도 이와 같죠”
정길자 원장은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정성과 배려를 기본적으로 갖추는 것이 진정 음식을 만드는 사람으로 지켜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정길자 원장은 1948년 서울 출생으로 수도여고와 한양대 가정교육과를 졸업했다. 1971년 궁중음식 전수기관인 (사)궁중음식연구원에서 초대조교로 근무하면서 황혜성 선생으로부터 궁중 음식을 전수받았다. 국립민속박물관 초창기 식생활실 연구원, 한국의 집 조리실장, 경주관광교육원 한식조리과 교수를 역임하면서 한식의 보급 및 대중화에 앞장섰다. 현재 (사)궁중병과연구원 원장으로 궁중의 떡과 한과를 엄선해 전수하고 있으며, 후학들을 위해 음식고조리서 해석과 재현에 공을 들이고 있다.